지리산 서쪽 끝 화엄사에서 동쪽 끝 대원사까지 비박 종주를 해 보겠다고 생각한 것은 지난 3월경이다. 순천 마라톤 클럽의 이영근 선수가 권해서이다. 지난 1998년경부터 약 5년 간 꾸준히 지리산 등산을 해왔다. 그 간 지리산 종주는 10회를 넘겼다. 성삼재에서 중산리까지 비박 종주도 무난히 해보았다.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는 1박2일로 한 번 해 본 경험이 있다. 재작년이다. 무척 힘들었다.
물론 지리 종주를 하다가 힘들어서, 혹은 부상을 입어서 중간에 하산한 적도 몇 번 있다.
지리산 종주를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과연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50킬로미터가 넘는 고봉준령의 산길을 비박으로 종주하는 것이 가능할까 의심 할 것이다. 처음 굉장히 망설였다.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5월 11일 여수 동백 마라톤 하프 코스를 완주하고, 그 다음 날 사무실에서 만난 이영근 선수와 한담을 나눌 때, 이 선수 또 위 코스 비박 종주를 부추긴다. 좋다. 한 번 해 보자. 마음을 굳혔다. 6월 14일 밤에 출발해서 15일 저녁 무렵에 도착하는 걸로 구상했다. 소요시간 약 18시간으로 상정했다.
밤 10:47분 순천 역에서 기차를 탔다. 참 오랜만에 타는 기차다. 기차여행의 추억 아련히 떠오른다. 차창으로 비끼는 밤 풍경 멋있다. 그러나 마음은 상당히 불안하다. 과연 해 낼 수 있을까? 미친 등산이다. 그것도 혼자서. 마땅한 동행자를 구하지 못했다.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도 있던데... 비옷은 음 챙겼구나. 배낭 속 준비물을 살펴본다. 쌀 1일분, 찰밥 2끼니, 참치 통조림 2개, 복숭아 넥타 1개, 초코렛 몇 개, 이온음료 1병, 참외 몇 개, 김치, 양파, 된장, 쏘세지 1개, 버너 2개, 코펠 1세트, 부탄가스 2깡통, 여벌옷 1벌, 파카, 속옷 1벌, 양말 2켤레, 핸드폰 예비 배터리, 카메라, 손전등1개, 머리전등 1개, 등산 지팡이,침낭
어느덧 기차는 구레구 역에 도착한단다. 구례구 역에서 뒤의 구 자를 떼어내면 안되나? 순천 땅이다 그 말이지. 서울 사람들 구례구 역 과 구례 역이 따로 있나요? 물어 보게 그러는가? 순천 사람들 좀 쫀존하네. 그냥 구례 역이라 글면 순천 체면 죽나?
밤 11:09분 구레구 역에서 내렸다. 화엄사 쪽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타야한다. 역 앞에는 택시가 1대뿐이다. 3명이 합승을 했다. 중간에 아저씨 아주머니 내리고 혼자다. 택시 기사 아저씨 화엄사에서 주무실 건가요? 물어본다. 아니오 그냥 올라갈랍니다. 이 시간에 혼자 올라가려는 것 보니 굉장히 산을 좋아하시는 모양이네요잉 어디까지 가실 건데요? 가는데까지 그냥 갈랍니다.
음 글면 내일 아침 벽소령까지는 가겠네요잉. 그냥 속으로 웃었다. 내일 아침까지 벽소령 도착할 자신이 없다. 벽소령에서 하산한다는 계획이라면 무리를 해서라도 갈 수 있겠으나 종주를 염두에 둔 나로서는 절대 그럴 수 없다.
택시 아저씨 밤늦게 혼자 등산하는 날 너무 과대 평가한 것이다. 아하 때로는 사마귀(당랑)처럼 복어처럼 더듬이를 세우고 배를 불리고 자기를 내보이면 모르는 사람은 이에 깜박 넘어가는 것인가?
첫댓글 회장님 그냥 읽어 보랑게 소문을 내고...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거리는 약 50킬로미터 되지요 긍게 50킬로미터가 넘는은 50킬로미터에 이르는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