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강독회
서울 지하철 2호선의 성내역부터 뚝섬역 구간은 지상레일로 연결되어 있다. 10월 13일 월요일
강독회에 참석하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간간이 가을 모기가 날아다니는 하오의 기찻간. 푸른
한강수와 아차산과 용마산을 배경으로 주홍과 보라의 진한 노을이 매우 아름다웠다. 오랜만에
보는 노을이다. 나는 정신없이 그 붉은 하늘잔치를 즐긴다. 강독회가 있는 날은 아침부터 저절로
기도가 된다.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 제상비상 즉견여래 - 내가 어찌 모두 이해할 수 있겠는가.
얇디얇은 지식과 경험으로 공감할 수 있는데 까지만 간신히 느낄 뿐이다.
오후 여섯시 사십분 법당 도착. 삼배한 후 경주 법사님과 다른 분들과 함께 법당 안을 강독회
대열로 정리. 수형보살님이 안 보이셔서 덜컥했다. 설마 지금까지 아프신 건 아니겠지.
법사님께서 수형보살님의 책상에 책을 놓는 걸 보고서야 안심했다. 삼귀의례. 반야심경. 보리
방편문 봉독. 오늘 할 부분을 윤독하는데 한 분 한 분 보살님들의 어조와 음성을 넋을 놓고 들었다.
가늘고 높은 고음. 혹은 맑은 중음. 혹은 빠른 저음. 나는 낭독을 좋아한다. 윤독은 더 좋아한다.
하나를 바라는 여러 목소리들의 조화가 마음에 온다. 제일 재미있던 낭독은 동글이의 목소리.
그 녀석이 큰 스님의 어조를 흉내 내어 읽으려는 시도를 하는데, 비슷한 구석은 조금도 없었지만
변성기를 막 지난 굵은 목소리가 우스웠다. 윤독 후 경주 법사님의 강의. 한달 내내 기다렸던 시간이다.
나는 스폰지가 되어 강의를 흡수한다.
법상종 계통에서 하는 유식삼성 법문. 맨 처음은 변계소집성. 이것은 중생 차원의 마음가짐.
삼을 꼬아 만든 누런 삼끈을 뱀으로 봐버리는 것. 모든 것에 두루 집착해서 바르게 판단하지
못하는 성품을 말함. 딱 지금의 내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 다음이 의타기성으로 이것은 유식삼성의 중심이라고 하신다. 삼이 꼬아서 만들어진, 곧
인연을 따라서 이루어진 삼끈은 삼이 일시적으로 꼬어진 것이지 풀려버리면 삼끈이 아니다.
인연따라 이루어진 모든 것은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잠시 허망한 가상으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한다.
마지막이 원성실성이라. 이것은 삼끈을 가화합의 삼끈을 구성한 삼을 보는 상태. 원만히
성취된 무한 공덕을 갖춘 진여불성. 정무리유의 상태. 범부의 망정에는 없는 우주의 참다운 도리
안에 있는 우리의 진공묘유의 본 성품을 말한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참다운 성품이다.
그 다음에는 십식이 있고 그 사음에는 십법계가 있다.
앞의 지옥. 아귀. 축생은 삼악도이고 가 다음 아수라. 사람 천상은 삼선도이다. 그 뒤로
사성이라 4종류의 성자, 곧 성문법계, 또는 연각법계, 보살 법계, 불법계가 있다.
삼계는 욕계 색계 무색계를 말하고 욕계는 6욕천으로 되었는데 우선 지거천과
공거천으로 나눈다. 우리 인간이 존재하는 곳은 욕계의 4왕천 가운데 남쪽 증장천에
딸린 남성부주 곧 염부제이다. 그러나 우리 불자들은 제가 . 출가를 불문하고 벌써
그 업장이 상당한 정도로 정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욕계에 있다 할지라도
얼마만치 욕심을 떠나 있는가? 번뇌를 떠나 있는가? 에 따라서 그에 상응한 높은
경계에 있다고 볼 수가 있다.
부처님이 열반에 드시려 하자 아란존자가 차익( 車匿- 부처님 출가시 말고삐를 잡고 나온
부처님의 시종)비구와 같이 고집 센 강강한 비구는 어떻게 다스려야 합니까? 하고 여쭈니까
범단지법으로 대처하라 하셨다. 충고를 하여 들으면 좋은데 안 들으면 우리 출가사문이 서로
싸울 수는 없는 것이고 말하지 않고 상대하지 않는 묵빈대치의 법으로 다스리는 것이다.
부처님은 역쉬 부처님이시구나. 나는 학생이 말 안 들으면 바로 줘 팬다. 알아들을 때까지
팬다. 언젠가는 알아듣는다. 그래도 못 알아듣는 놈은 원장님께로 패스!!
부처님께서 보리수하에서 상도하시기 전 6년 고행 때 배운 육사외도. 부처님이 외도중의
하나인 웃다카라마풋타(아. 이름이 참 길고 어렵다)에게 가서 ‘스승님은 대체로 어떤 공부를
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나는 무소유처를 지나 비상비비상처정을 증득하는 공부를 한다’ 고
하여 세존께서는 그 곳에서 순식간에 비상비비상처정을 증득하셨습니다. 어쩌면 이런 경지에
이를까? 나는 아무리 공부를 해도 제자리 걸음인 것 같은데, 어떤 인연이 있으면 배우고 싶은
공부를 순식간에 증득할 수가 있는 것인지.. 부러우신 석가세존이시다.
여덟시 오십분에 강의가 끝나고 법은행보살님께서 맞춰 오신 동지죽을 먹었다. 옴마나! 세상에!
죽 중에서 녹두죽 다음으로 좋아하는 죽이다. 우리 팥으로 만들었다는 그 동지죽과 새알심이
매우 맛있어서 두 그릇이나 먹었다. 김치까지도 예술이었다. 동글이는 처음엔 사양하더니 떠주니까
잘 먹는다. 귀여운 녀석이다.
그 다음은 무진당님의 불교 미술사 강의!!
이것도 한 달 동안이나 기다려온 강의였다. 김대성을 중심으로 축조된 석굴암에 대해 듣는 도중
우연히 맞은편을 보는데 경주법사님이 보인다. 법사님의 얼굴이 석굴암 본존불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원만한 모습이 퍽 닮으셨다. 본존불 뒤로 모셔진 십대제자들의 상보다 감실 안에 모셔진 작은 부처님들의
모습이 더 아름답다. 지난번 강의를 들으며 경주남산에 가보리라 결심했는데 이번 강의로 그 결심을
굳혔다. 이번 겨울에는 경주 남산엘 기필코 가리라. 가서 부릅뜬 눈으로 그 많은 마애불상들께 삼배하고
질문할 것이다. 일이 있어 강의를 끝까지 듣지 못하고 중간에 나오는데 법당을 떠나온 뒤에도 눈과
귀가 법당 안에 머물러 있었다.
경주 법사님과 무진당 보살님께 제의할 것이 있습니다. 고려와 조선 천년의 불교미술을
한시간에 듣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고려 한 시간. 조선 한 시간. 합쳐서 두시간만
더 불교미술사 강의를 듣고 싶습니다. 그러면 11월과 12월이 될 테니 올해 여름부터
겨울에 걸쳐지는 강의가 잘 마무리 될 듯합니다. 두 시간만 연장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경주 법사님께 질문 드립니다. 번뇌 즉 보리라.에서의 번뇌와 번뇌와 번뇌 무진 서원단.
에서의 번뇌는 다른 번뇌인가요? 같은 번뇌인가요? 학교에 학생으로 다닐 때 용수 보살님의 중론을
읽다가 머리가 돌아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앞에 한 말을 바로 뒤의 문장에서 번복하고 그 바로
뒤의 문장에서 또 바로 앞에 한 말을 번복하고.. 무무명 역무무명진 내지 무노사 역무노사진.
무고집멸도. 이무소득고하는 부분으로 반야심경에서도 같은 일이 되풀이 됩니다. 어떻게
이해하고 읽으라는 것인지 갑갑했습니다. 스님들께 여쭈어보면 머리로 이해하려 하지 말고
몸으로 뚫으라고 하셨습니다. 에구에구. 뭘 알아야 이해를 하든지, 뚫든지 하지요. 머리 나쁜
중생은 속이 아프답니다. 경전을 보면 역~~ 무~~ 중~~ 하는 식으로 되풀이 됩니다. 그런
구절은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좋을 지요?
첫댓글 복습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_()_+
저도 감사합니다. 나무 아미타불. ^^
감사합니다. 참석못하여 애석하였는데 공부 잘하였습니다. 정리된 것 보니 더 좋아요~~^*^ 나무아미타불_()_
오실 줄 알았는데 안 보이셔서 궁금했습니다. 보시고 좋다니 쓴 제가 기분이 더 좋아요. 고맙습니다. 나무아미타불.
성해님, 반가웠습니다...성불하세요.감사합니다.나무아미타불_()_
수형님. 뵈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수형님도 성불하세요. 꼭 건강하시고요. 나무아미타불.
부득이하게 참석을 못했는데 성해님 덕분에 공부 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미타불!_()_
인월거사님의 자리 빈 것이 크게 보였습니다. 담에는 꼭 뵙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참석 못한 사람을 위해 큰 일 하셨습니다^^ 아유~~~~~~~~~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소윤님 못 뵌 것이 이번이 처음인 듯했습니다. 아프셨는지요? 밝은 미소가 그리웠어요.
그 번뇌가 그 번뇌입니다. /사는 사가 아니고 승이며, 승은 상항불변의 존재가 아니고 마가 꼬인 상태이다.라는 것을 고구정녕히 말씀하실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_()_
蛇는 蛇가 아니고 繩이며 繩은 상황불변의 존재가 아니고 麻가 꼬인 상태이다. 이제 눈꼽만큼 이해가 갑니다. 제가 강독회 후기를 쓰면서 귀차니즘으로 인해 한자 찾아서 쓰는 것을 생략해버려서 죄송스럽습니다. 고구정녕은 동아 새 국어사전에 없는 단어입니다. 누누이.. 와 비슷한 의미인지요? 검색했더니 입이 쓰도록 계속 말하다의 뜻이군요. 말에 끄달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중입니다마는.. 공부의 기초가 언어의 개념을 정립하는 것이라고 아는 저로서는 ... 에구에구!!
사승마(蛇繩痲);뱀,새끼줄(노끈),삼/고구정녕(苦口丁寧);입이 쓰(아프)도록 간곡히 여러번 되풀이함
감사합니다. 전식득지, 전미개오! 아미타불!_()_
감사합니다 "아는것이 힘" "모르는것이 약" 공부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뵐수 있는 기회를 놓쳤네요.... 정성스럽게 쓰신 글 잘 봤습니다.
성해 부처님 아미타불! 감사합니다. _()_ 아미타불!
강의 들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4번이면 충분히 길게 했습니다. ^^*제가 더 이상 자세히 강의할 능력이 부족하므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불교미술에 대한 책은 서점에 많이 나와 있으니 찾아보시면 큰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특히 요즘은 책 사진이 거의 칼라로 되어 있어서 책 보시는 것도 지루하지 않으실 것입니다.좋은 하루 되세요.나무아미타불
감사합니다_()_. 아미타불!_()_
처음이라 인사올립니다. 강독회 내용을 소상하고 재미있게 알려주셔서 참 많이 얻어 갑니다. 감사드립니다. 아미타불! _()_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감사합니다...나무아미타불...._()_
감사합니다. 아미타불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