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품보관소는 말 그대로 물품을 보관하는 곳을 말합니다. 그렇다고 물품보관소는 물품을 영원히 보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잠시 보관하는 곳이지요. 조금 있다가 되 찾아 가거든요. 그 동안만 보관하는 곳이지요.
이런 물품보관소는 서울역이나 지하철역 혹은 고속버스터미날처럼 사람들이 짐 보따리를 들고 분주하게 왔다갔다 하는 곳에 많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짐 보따리와 이동의 관계를 살펴보면 나중에 그 짐이 아주 긴요하게 필요할 지는 모르지만 이동 중에는 상당히 걸리적 거리고 성가신 것만은 틀림 없는 것이 바로 짐 보따리입니다. 정말이지 아주 귀찮거든요.
짐 보따리와 이동은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함께하는 관계면서도 서로 다른 편리를 위해 또 다른 형태의 불편으로 엮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많은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마라톤 대회 때의 복장을 보면 거의 벌거벗은 상태입니다. 이 알몸 상태는 고수들 일수록 더 심합니다. 거의 아슬아슬할 정도입니다. 이런 반면 하수들 일수록 상당히 덮은 복장을 하고 있으며 경우 따라 처음 대회에 참가하는 왕초짜분들은 긴 추리링 바지에 등산화를 싣고 참가하는 분들도 더러는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저는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대회에 처음 참가하는 분들은 대회장에 물품보관소가 있는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집에서 출발할 때 상당히 고민한 끝에 준비한 복장 그대로 대회에 참가하고 그 복장 그대로 달리기를 마감하고 그 복장 그대로 집으로 옵니다. 다음부터 절대로 안 그러겠지요. 그렇지요. 이거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런 경우와 다르게 대회에 여러 번 참가한 분들은 짐 보따리를 준비합니다. 한 번 생각해 보십시요. 만일 고수분들께서 대회에 처음 참가하는 분처럼 집에서부터 달리기 복장을 하고 집 밖으로 나온다고 생각해 봅시다. 아마 에레베이터 안에서부터 많은 눈총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니 집 밖에 나올 때 복장과 대회장에서의 복장 그리고 대회를 마치고 필요한 물품들을 가방이라는 중간장치를 이용해 필요할 때마다 적절하게 사용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우리는 이 가방을 들고 달리지는 않습니다. 달리기에 앞서 이 가방은 물품보관소라는 곳에 맡기고 우리는 짐으로부터 철저하게 벗어나 아주 자유롭게 달리는 것이지요.
한 번 생각해 봅시다. 만일 마라톤 대회에 물품보관소가 없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우리는 위에서 예로 들었던 대회에 처음 참가하시는 분과 그렇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분은 대회장에 물품보관소가 있는지 몰랐던 것처럼 그렇게 복장으로 준비하고 나섰던 것이고 만일 물품보관소가 없다면 우리도 그 분과 마찬가지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고수분들의 거의 벌거벗은 상태로 집 밖에 나서거나 아니면 짐 보따리를 들고 달리기를 해야 할 것입니다.
만일 대회에 물품보관소가 없다면 우리는 이와같은 끔찍한 불편 중의 어느 하나를 반드시 겪어야만 할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일반인이 참가하는 마라톤 대회의 가장 큰 의미는 바로 물품보관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물품보관소야 말로 우리를 짐으로부터 해방시켜주는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 때문에 우리는 마음껏 아주 자유로울 수 있고 또 신나게 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짐으로부터의 해방.
이거 대단한 것입니다.
물품보관소 이거 우습게 볼 일이 아닙니다.
물품보관소 이거 말입니다. 해방군입니다. 미군이 아닙니다.
- 고정식 물품보관소와 이동식 물품보관소.
이런 물품보관소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누어질 수 있습니다.
춘천마라톤 코스처럼 출발지가 도착지가 되는 코스가 있는가 하면 동아마라톤처럼 출발지와 도착지가 서로 다른 코스도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입장에 따라 물품보관소 또한 맡긴 곳에서 찾기도 하는 고정식 물품보관소 형태가 있는가 하면 맡긴 곳과 찾는 곳이 서로 다른 이동식 물품보관소 형태가 있기도 합니다.
이제부터 아주 긴 물품보관소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근데, 또 길면 쥔장에게 욕 얻어 먹을까봐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hur.
p.s.
이씨 똑 같은 거 두 번 쓸려고 하니까 무지 성질나네.
저 번날 거진 다 썼는데, 그냥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는데 돌아버리겠더라구.
이씨 아직도 성이 안 풀리여~
첫댓글 그래 잘했어 짧게 해야지 담이 기다려지지... 근데 글쓰는거 하구 먹구 사는거하구 관계가 있나부다.우째 이렇게 길게 쓸 수 있단디야?
어디 한두번 욕먹었나. 자기 답지 않게 왜그래. 글 재미있고 지난 벙개때 예정에 없던 방햇꾼때문에 제대로 인사도 못 나누었네. 고맙고 미안하고 감사하고 그래. 그럼 건강하게.
길면 질리고,짧으면 실속이 없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