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의 눈물
예전에 내가 살던 곳 근처에는 도축장이 있었다. 그래서 소와 돼지들이 철장으로 둘러싸인 트럭에 실려 가는 모습을 종종 보곤 했다. 우리의 먹거리가 되기 위해 마지막 길을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볼 때면 마음 한구석이 저려 왔다. 그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감정이 없을까? 말로 표현하지 못할 뿐, 그들도 슬픔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악어의 눈물'이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짐승에게도 눈물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낙타도 울까? 낙타는 아주 큰 눈물방울을 뚝뚝 흘리며 슬피 운다고 한다. 언제, 왜 그런 눈물을 흘릴까? 낙타는 새끼를 낳은 뒤에도 간혹 새끼를 돌보지 않는 어미가 있다고 한다. 새끼가 굶어 죽게 생겼는데도 젖을 먹이지 않고 발로 차 버린다. 그렇게 어미에게 버림받은 새끼 낙타는 끝내 죽고 만다.
이럴 때 몽골 사람들에게는 모성을 잃은 낙타의 마음을 되돌리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 바로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다. 그들은 마두금(馬頭琴)이라는 현악기를 연주하는 악사를 초청한다. 낙타를 앞에 두고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인 가운데 연주가 시작된다. 마두금의 선율에 맞춰 마을에서 가장 연장자인 할머니, 곧 많은 자녀와 손주를 키워 본 여인이 노래를 부른다. 자장가처럼 따뜻하면서도 가슴을 울리는 애절한 사랑의 노래다.
그러면 마두금의 선율과 할머니의 구슬픈 노래를 듣던 낙타의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흘러내린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난 낙타는 잃었던 모성을 되찾아 제 새끼에게 젖을 물리고 정성을 다해 키운다고 한다.
낙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사막을 휘몰아치는 모래바람이 아니다. 마두금의 선율과 사람의 따뜻한 노랫소리다. 그 음악은 돌처럼 굳고 차가워진 낙타의 마음을 녹이고, 잠들어 있던 사랑과 모정을 다시 일깨운다. 사막의 척박한 환경마저 뛰어넘어 음악은 생명의 초원을 피워 내는 힘을 지닌 것이다.
음악에는 사람의 마음을 넘어서는 힘이 있다. 생각을 움직이는 힘보다, 감정을 흔드는 힘보다 더 깊은 곳에 닿는 능력이 있다. 모성애를 잃은 낙타의 마음마저 움직인다면,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받은 사람의 마음을 어찌 감동시키지 못하겠는가.
사람을 이끄는 데에는 감동이 필요하다. 영혼을 일깨우는 눈물이 있어야 한다. 비가 내려야 무지개가 떠오르듯, 눈물이 흘러야 영혼에도 무지개가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