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정모세포의 감수 분열을 통해 최종적으로 4개의 정자가 만들어지는 것과는 달리, 난자를 만들어내는 난모세포는 감수분열 과정을 거친 뒤에도 단 하나의 난자만을 만들어낸다. 이는 난자가 형성되는 과정의 세포 분열은 일반적인 세포분열과는 달리 세포가 똑같이 분열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의 세포분열에서는 염색체 뿐 아니라 세포질까지도 균등하게 나뉘어진다. 하지만 난모세포는 분열 과정에서 하나의 딸세포에만 세포질을 거의 모두 몰아준다. 이 때 만들어지는 제2 난모세포는 제1 난모세포로부터 거의 모든 것을 받게 되고, 소외된 나머지 하나는 극체(polar body)가 되어 따로 독립되지도 못한 채 장차 난자가 될 세포의 곁다리에 잠시 존재하다가 퇴화된다.
즉, 난모세포가 감수분열 1단계를 거치게 되면 제2 난모세포 1개와 제1 극체 1개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2 난모세포는 배란된 뒤, 정자를 만나 수정되면 제2 극체가 만들어지며 감수분열이 완성되고 수정란으로서의 새 삶을 시작하게 된다. 이렇게 난모세포는 감수분열 동안 단지 하나의 난자만 만들어낸다. 처음부터 될 성 부른 세포 하나만 골라 모든 것을 몰아주는 것이다.
하나의 난자는 엄청난 오디션의 경쟁을 뚫고 만들어진다
난자의 이런 ‘몰아주기’ 전략은 난자가 생성되기 더 오래전부터 시작된다. 실제로 여자아이는 태어날 때 난소에 약 200만개의 난모세포를 가지고 태어난다. 하지만 여자아이가 자라 초경을 할 즈음이면 난소에는 겨우 4만개의 난모세포만이 남는다. 나머지는 모두 퇴화하는 것이다. 난자를 만들기 이전의 난모세포 수준에서도 철저한 심사(?)를 거쳐 가능성 있는 것들만을 솎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요행히 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사춘기까지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아직 오디션이 끝난 것은 아니다. 여성은 생리주기마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난모세포만을 분열시켜 난자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난자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허락받는 난모세포는 겨우 400여개 정도이다. 난자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도 다시 100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겨우 하나의 난자를 만들어낼 기회를 부여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