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외모와 말투, 그리고 훤칠한 키, 목소리들을 종합해보면 분명히 시와는 무관한 벤처회사의 사장 쯤으로 여기게 된다.그러나 그와 함께 마주하면서 몇마디를 건네면 그가생각하는 모든 것이 천생 시인이라는 생각이 금방 들어오게 한다.그의 살아온 여정 속에서 생업은 달리했지만 시적인 마음을 늘 친구처럼 곁에 두고 생활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시적인 마음이 깃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는가만,그것을 실생활에 대입시켜가면서 사색을 하고 인간의 내면을 생각해보면서 자연과 삶에 대한 깊은 고뇌를 안고 시를 쓰고 시집을 내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시인이라고 한다.인간은 누구나 세월속의 나그네라고 하는데 이 나그네 가운데 함께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연민의 정과 사랑과 대화를 통해 삶의 아름다움과 고뇌를 나누는 사람,그냥 곁에 있어도 좋은 사람,무슨 말이든지 들어줄 수 있는 사람,그런 사람을 생각한다면 이병희 시인을 한번쯤 만나보고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시간낭비는 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런 시인이다.얼핏보기에는 잘 가꾸어진 자연같아보이지만 속으로 병이 들어 언제 죽어질지 모르는 인공의 자연과 허식과 물욕에 정신을 뺏긴 현대인들의 오염된 으식구조를 시인은 거부를 한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을 그냥 수동적인 입장에서 달래보는 것이 아니라 시를 쓰고 잠들어있는 인간의 의식을 깨우쳐 함께 생각하고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첨병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려 그의 정신의 무기를 손질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자연에 대한 무조건적인 그이 사랑이고 이 사랑의 표현을 시로 만든 것이리라.
*진달래 고갯길
/이 병희
얄밉지 않은 꽃샘바람
고갯길 넘어간 뒤
밤 마실 다녀간 봄비
봄날에 봄은 왔는가
흐드러지는 그리움에
꽃 멀미 난 새색시
옷고름 다시 매어보건만
터지는 연정(戀情)
아지랑이 춤사위 타고
진달래 고갯마루 넘는다
연분홍 물든 치맛자락
유혹하는 고갯길로
오시는 님아
한눈일랑 팔지 말고
기다린 봄 가슴만큼
진달래꽃 안아 오려무나
젊은 날로 돌아가서 진달래가 화들짝 피어있는 꽃길에 앉아서 님을 기다리는 오롯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그림보다 더 아름답고 현실적인 시이다.이병희 시인의 정서적이고 아름다운 마음은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속에 이루어지는 사랑이란 좋은 것들 모두를 포용하고 있다.소월의 진달래꽃도 좋지만 이병희 시인의 진달래 고개 위에서 진달래꽃을 한아름안고 오는 님을 기다리는 그 소년적인 정취가 눈에 선하게 들어온다.이런 시를 쓰는 사람의 마음은 대략 정직하고 마음이 약해서 정에 많이 기울고 눈물이 많으면서 인정에 쉽게 끌리는 면이 없지 않아있다.
시인은 조그만일에도 감동을 하고 남의 슬픔에 쉽게 동참을 해서 항상 손해를 보는 사람인지도 모른다.그러나 이 척박하고 인정과 의리가 메말라가는 현대에 몇 안되는 시인이라도 남아서 마른 정서에 샘물을 주는 작업을 하지 않으면 과연 누가 그런 일을 할 것인가.모든 것을 컴퓨터에 의지하고 컴퓨터 안에서 일어나는 과학적인 일에만 신경을 쓴다면 진달래 꽃을 안고 님을 기다리는 착하고 마음씨 고운 우리들의 소년들은 자취를 감출 것이다. 인간이란 음식물만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먹고 사는 동물이다.사랑의 마음을 만들어주는 일은 그래서 중요한 것이고 사랑의 시를 쓰는 시인은 매우 관념적이고 현실에 맞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라고 인정해주는 사회가 되어야할 것이다.꿈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 능력과 기술 이외에 더 필요없다고 할 때 현대인의 정서는 더욱 황폐화될 것이다.
해설이 필요없는 시를 쓰는 시인은 아름답다. 물감이 필요없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 그는 화가보다 더 지고한 분이다. 그는 자연을 만든 창조자이기 때문이다.몇자 안에 모든 의미가 눈에 들어오는 시를 쓴다는 것은 원숙한 시적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공공오/봄/李炳喜
*바보처럼 산다는 것
다솔/이병희
이 풍진 세상을 만나 나름대론 處世 잘 한답시고
그 옛날 어떤 선비가 교과서에서 알려준 대로
맘 비운 바보로 구름처럼 살려 했건만
똑똑한 놈들은 하늘아래 끝없이 이어지고
바보같은 놈 홀로 바보 외롭다고 고고한 척
개폼잡고 멍청떨다가 똑! 소리나는 진짜
바보가 되었네
날카로운 현실 풍자시이다.정직하고 착하게 살라고 교과서에는 실려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사바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다.남들에게 그렇게 살라하고 자신은 그렇게 살지 않고 온갖 교활한 짓은 다하면서 사는 사람들,그러다 보니 교과서대로 살아온 사람만 바보가 되는 세상이다.그러나 바보들이 있기에 세상은 조금은 풍요스럽고 이야기꺼리가 많아 지는 법이다.
*선술집풍경-2006
다솔/이병희
비 오는 날 막일 찾다가
비만 실컷 맞고
돌아오는 길
장맛비는 술 달라 추적 대고
날궂이 술 생각에
시장골목 꾸역꾸역 돌아
들어선 선술집
목소리 낮추고
순대국밥에 막걸리 하나…
한때는
편안한 피난처 이었건만
세월은 나만 태우고 왔는지…
혼자만 늙어 보이고
젊은이들 낭만체험인지
소주잔보다
와인잔이 어울릴 것 같은
빵빵한 아가씨
내뿜는 담배연기에
헛기침 虛하게 날리고
酒母에게 받는
세련된 괄시
괜스레 천장만 바라본다
터줏자리 뺏기고
이젠 어디로 가란 말인가
선술집 추억하러 오는 놈
무늬만 서민인 젊은 놈
궁상들 떨지 말고
모두들 가라
네놈들은 낭만을 마시고
서민놀음에 고상함을 마시는지
모르지만
내 고픈 것은 술
빈 대폿잔에 설움을 붓지마라
시인의 서민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생활속의 시편이다.이 시를 읽으면 마치 독자들이 선술집에 앉아서 다정한 벗들과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는 정경이 전개되는 것같은 매우 현실벅인 시이다. 그 아래 설명을 붙인 것이 더 마음에 들어오는 막걸리 냄새 풍기는 토속적인 시이다.
[날궂이 술 - 비오는 날 액땜으로 술 마신다는 술꾼들의 은어]
詩作메모 –
내가 사는 동네 재래시장 주 골목은 해만 지면 간이주점으로 바뀐다
나도 친구들과 즐겨 찾는 선술집이지만 시설은 젊은이들도 좋아하게 에어컨 시원하고 실내장식 심플한 한 주점이다
예전 같으면 수더분한 주인아주머니와 거기에 어울리는(?) 실내분위기 그리고 중. 장년의 아저씨들이 주 고객이었지만 요즘은 젊은 남녀들이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지.. 주인들은 돈 잘 쓰는 젊은이들과 이해타산이 맞아 주점 분위기가 바뀌고 슬그머니 예전의 주 고객인 노 장년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가셨는지?
노 장년층이 편히 쉴만한 경제적인 공간이 없어지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 더구나 동네 재래시장 간의 주점까지 젊은이들이 차지하고 삼삼오오 그들의 해방공간으로 만들어가니 장년층들은 가고 싶어도 눈치 보여 못 가는 것 같아 더욱 안타깝다
이슬[露]의 旅程
다솔/이병희
녹색숨결 함초로이 담은
지리산계곡 새벽이슬로 태어나
아침햇살에 속살 들켜
淸淨水로 시작된 여정(旅程)은
곳곳 험한 협곡을 지나
폭포수 되어 떨어질 때
거친 숨소리 욕 짓거리 배우고
피곤에 지쳐 소(沼)에서 쉴 때
잠시 짧은 水平도 보았다
태반(胎盤)의 산을 떠나
대처(大處)로 나가야만 될 것인데
부딪혀 굴러 떨어진
만신창이 멍든 몸으로
늙은 정치꾼의 뱃가죽 같은
세파를 어떻게 뚫어
도도한 청정수로 흐른단 말인가
세상에 한점 맑음으로 태어나
俗世로 향하는 길
下山한 물은 이슬의 흔적 없고
득도(得道)한 물줄기로
山野를 가르는 바람이 되었는가
계곡에서 길들여진 처세(處世)대로
이미 배워버린 습성으로
달밤에 구렁이 산책 가듯이
욕망의 강으로 서서히 合流
중심물줄기로 빠르게 변해 가는
유연한 능청은 물의 天性인가
앞서기 위한 욕망에 관성(慣性)인가
새벽이슬은 산중턱에서 증발되고
참 이슬은 술병 안에서 울고있다
2006-08-12 지리산중턱에서
임시脫稿/李 炳喜
자연과 인생, 그리고 세월속에 함몰이 되어가는 인간의 초라한 욕망들을 대자연에 비견해서 장시를 쓰기 위한 준비를 하는 시이다.
첫댓글자연속에서 캐낸 살아잇는 언어가 시가 되는 신사 시인,, 이병희 시인님의 자연과 인생이 담긴 시향과 시몽 선생님의 시평에 머물러 봅니다, 한국으로 중국으로 많이 바쁘신 이병희시인님, 건필하시고 좋은일만 많으시길 바래요, 글평에 수고하신 시몽선생님께서도 건안하십시요~
첫댓글 자연속에서 캐낸 살아잇는 언어가 시가 되는 신사 시인,, 이병희 시인님의 자연과 인생이 담긴 시향과 시몽 선생님의 시평에 머물러 봅니다, 한국으로 중국으로 많이 바쁘신 이병희시인님, 건필하시고 좋은일만 많으시길 바래요, 글평에 수고하신 시몽선생님께서도 건안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