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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시와문화>신인상 당선작 / 시와문화 2010년 겨울호      공기놀이 외 4편                      장수라     학교 앞 문구점 알록달록 공기돌 한 알 던지고 두 알 줍고 두 알 던지고 세 알 줍고... 하나라도 빠뜨리면 온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아 한 손에 꼬옥 쥔다 공기알 다섯 개 하늘높이 올린다 손가락 바구니 만들어 받으려던 꺾기! 단 한 번의 홀채기로 쥐락펴락하는 사이 어느새 고사리 손을 튕겨 나간 절망들! 휘 띄우면 선택한 모든 것이 내 손에 들어오는 양 두 눈 크게 뜨고 손바닥을 쳐다본다 여자아이 맥풀린 표정으로 마당에 주저앉아 수도 없이 하늘을 향해 띄운다 해 저물도록 거둬 들여도 모아지지 않던 꿈 한 알!       우물가에서     지금, 티없이 가슴을 차오르게 하는 것 원등리 우물 가장자리에 모인 햇살 한 줌 이끼 옷 입은 돌들의 어깨사이 관중이 푸른 하늘 이고 동그마니 얹혔다 일평생 식구들 목마를 일없이 두레박 퍼올리고도 봄이면 다시 유채꽃 한 송이로 피어나는 어머니 그 숨결이 닿은 곳, 이 물길 끝까지 따라가면 자꾸만 길들이 이어져 지구 저 편이 나오진 않을까? 껍데기 굵던 감나무 사이로 어머니 기침소리 생생한, 고샅길 같던 날들 필름 한 토막 물결처럼 무늬 짓다 우물가 맨드라미 융단 같은 땅을 들어 올렸다 사래 긴 밭 매고도 넉넉한 하루의 평온이 두레박에 넘친다 화가 장욱진이 했던 말 ‘산다는 일은 소모하는 일’이라고 그렇게 몸과 마음을 다 쏟아버리면, 밤새워 다 퍼올리면, 따스한 새알 무더기로 줍던 어릴 적의 꿈 때 묻지 않은 채 올라올까?       안산방죽에서     이 꽃 저 꽃 가슴에 들여놓는 일은 쓸쓸한 가슴을 채우고자 하는 것일 게다 지리산을 그리며 올랐던 뒷동산 높지 않으면 어떤가? 꼬리 긴 섬진강을 대신해주던 수평이룬 방죽 연잎들이 채워질 물길 따라 천천히 걷는다 꽃불 하나 켜려고 겨울 내내 방죽주변을 서성거렸던 건 아닐까? 겨울처럼 깊어진 둥지 속 청둥오리가족 온종일 물놀이 쉴 틈 없는 새끼들의 키재기는 진달래 꽃그늘을 데리고 왔다. 날갯죽지 간질거리는 날 저 어린 것들이 날아오르면 떨리는 나의 꽃그늘 색깔도 모양도 따지지 않으리 어디로 가느냐고 묻지도 않으리 지는 꽃을 받드는 땅에게도 갈 길을 스스로 알고 가는 꽃에게도 다른 꽃들의 웅성거림에도 귀 기울이다가 흘러가는 것에 같은 모습을 기대하지 않으리.   *안산방죽 :서울 새대문구 홍제 1동 안산에 있는 연못     어머니의 밭     울타리 넘어 웃음소리 연기로 넘나드는 추석을 하루 앞 둔 자리 닭장 옆에 숯불을 만들어 돌판을 다듬는다 찬거리 푸짐한 텃밭에 상추 뜯으러 들어서면 지난 설날 먹고 버린 굴껍질 삭아 부서지는 소리 도시의 묵은 때도 발아래 눌러 본다 대나무 숲이며 은행나무, 배나무. 고랑도 여기저기 두엄더미를 안고 널부러져 있는 단 호박들 인분에 묻혀온 참외 늘 발길에 채어온 듯한 늙은 오이도 투정이 없다. 서로의 땅을 밟아도 다리를 걸치며 상처를 내어도 싱싱한 제 향기로 터질 듯한 과실들 어느 그릇에라도 받아놓고 싶은 욕심으로 고랑사이를 비켜가는 발걸음은 조심스럽다 가느다란 어머니의 팔 다리는 흙물 빠질 날 없이 추레한 옷 사이를 빠져나와 햇빛 너른 앞마당을 끼고 뒤 안의 길고양이도 안았다 아침저녁으로 무르팍 부서지도록 밭두렁을 걸었을 것이다 고랑이 많은 밭은 꼭 어머니의 주름살 같다 한 보시기 된장 푸는 어머니의 체온과 상추 반으로 뚝 분질러 눈물 한 점 싸서 한 아귀 어머니의 사랑을 떠넘긴다   하늘을 갖고 있다     산을 오르다가 메타세콰이어 나무 아래서 하늘을 보고 누웠다. 난 한 뼘의 땅을 가진 적도 없는데 저 나무는 하늘도 갖고 있다. 쭉쭉 뻗은 나무뿌리는 미동도 없는데 동네 주민들의 재개발 소식을 나무들은 벌써 들은 건 아닌지.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입소문에 잎새만이 마구 흔들리고 있다. 오랜 시간이 삭혀낸 공터에서 난 자유로웠다. 지상에서는 날 위한 방한 칸 없어도 메타세콰이어 숲에 들어서면 나만의 공터가 있을 것만 같다. 나무의 떨림에 산 다람쥐 한 마리 씨앗을 물고 쪼르르르...... . 가슴에 뛰어들었다. ...외침은 숲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 장수라 시인: 전남 고흥 출생. 2010년 시와문화 신인상 시 당선 현, 서울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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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 시◈ 공기놀이외 4편 / 장수라 - 2010년 ＜시와문화＞ 신인상 당선작

박부민 추천 0 조회 181 11.04.09 03:1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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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민
11.04.09 06:12

첫댓글 시 좋습니다.
이번 모임 때에 의론하고 연락하겠습니다.
목련화(김명숙)
11.04.11 09:13

회원 영입 찬성합니다.^^*
남선현
11.04.11 10:02

감성을 깨우는 삶속 아련함 그곳엔 분명 고향이있고... 그리고 詩語로 공존하는 것에 대한 미학... 아무튼 환영합니다.
장수라
11.04.15 09:20

부끄럽고 감사합니다. 회원님들의 시들을 보니 열심히 쓰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출퇴근길 전철타고 오가면서 간신히 봄을 건지고 있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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