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족선사는 송도에서 이름 높은 고승(高僧:선사)이었다. 그 높은 이름 때문에 지족선사는 황진이의 첫 번째 표적이 되었다. 황진이는 제 스스로를 송도 삼절가운데 하나라고 일컬을 정도로 오만하고 도도했다.
원래 송도 관기의 달로 누군지 이름도 알 수 없는 양반의 씨를 받아 태어났고 장성해서는 제 어미를 따라 관기가 되었다. 조선사회에서 기생이란 백정이나 장인과 다를 바 없이 천한 신분이었다.
종과 다름없는 황진이가 스스로를 송도삼절이라 해도 누구하나 그 말을 과하다고 탓하지는 않았다.
송도삼절(松都三絶):
조선 때, 개성(開城)의 뛰어난 세 존재. 서경덕(徐敬德)과 명기(名妓) 황진이(黃眞伊), 박연폭포(朴淵瀑布)를 이른바 송도삼절(松都三絶)로 알려져 왔다.
그만큼 황진이는 뛰어난 여자였다. 사내들의 뼈를 녹이는 방중술(房中術)만으로 대접은 받는 게 아니었다. 수려한 미모도 그렇거니와 천상의 선녀를 연상케 하는 춤 솜씨를 갖추었고, 내노라하는 선비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학식이 깊었으며 시심(詩心)은 고개를 숙일 만큼 탁월했다.
만약 남자로 태어났더라면 비록 종의 신분일지라도 무엇인가 세상을 위해 큰일을 이루어 낼만한 인물이었다. 그녀는 남자도 아니었고 또한 양반도 아니었으며 몸을 팔이야 하는 기생의 신분 이었다.
그녀는 기생 신분일지라도 한낱 사내의 노리개에 머물기를 거부했다. 소문난 명기 황진이를 첩으로 들이려고 사대부들이 금은보화를 싸들고 줄을 섰으나 그녀는 그들을 물리치고 스스로 기생으로 남았다.
사람이란 손에 잡히지 않는데 욕심이 따르는 법, 전국의 남자들이 송도로 몰려들었다.
황진이의 집 앞은 그런 뭇 남성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황진이가 송도 장사치들을 전부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전국의 한량들이 송도에서 황진이를 집적대고 있었던 것이다.
황진이는 기생이면서 기생이 아니었다. 즉 남자의 부름에 쉽게 응하지 않고 자기가 남자를 고르는 기생중의 기생이었다.
어느 비 내리는 밤 황진이는 지족선사를 찾아 갔던 것이다. 우산도 쓰지 않은 채 여인네가 빗속을 더듬어 오르고 있었다. 여인네의 얇은 비단옷은 비에 흠뻑 젖어 여인의 고운 몸을 감춤 없이 속살을 내비쳤다.
한발자국을 떼어 놓을 때 마다 여인의 부드러운 살집이 물결치듯 탄력 있게 출렁거렸다. 밤이 늦은 송악사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황진이는 젖은 옷을 입은 채 지족선사 좌선에 든 방을 두들겼다. 황진이는 한 번도 지족선사를 본적이 없었으나 소년처럼 피부가 투명한 노승의 얼굴을 보고 지족선사임을 알아차렸다.
“야심한데 웬 아낙이요?” 기생의 신분으로는 감히 우러러 볼 수 없는 큰 스님이었다.
“저, 길을 잃고 헤매다가 그만...,,,,” 황진이는 속살이 드러난 옷에 몸을 떨며 말했다.
“들어오시오”
송악사에 밤중에 여자가 들어올 일이 없었다. 지족선사는 금방 황진이를 알아보았다. 온몸을 던져 유혹해오는 여자가 황진이임을 알아본 것이다. 지족선사는 황진이에게 낡은 가사 한 벌을 내주었다.
“입으시게” 가사를 받아든 황진이는 지족선사 앞에서 젖은 옷을 훨훨 벗어 던졌다. 희디흰 여체가 희미한 등불아래 춤을 추듯 움직였다. 탄탄한 말의 엉덩이를 닮은 몸에 지족선사는 난생처음 여인의 몸을 바라보았다.
무르익은 여자의 몸을 황진이는 춤을 추듯 천천히 가사를 걸쳐 입었다.
“스님 춥사옵니다.” 황진이는 무릎걸음으로 지족선사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입술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작고 도톰한 입술에서는 추위에 견디지 못하는 신음소리인지 절정에 다다른 여인의 교성인지가 새어 나왔다. 지족선사는 한동안 황진이를 담담하게 바라보다가 이불 한 장을 내어주고 밖을 향해 “시자야 요사 채 빈방에 불을 지피고 이부자리를 마련 하거라” 하고 소리치고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불을 지피고 나면 방이 따뜻해질 것이고, 그러면 몸도 따뜻해질 것이니 건너가 편히 쉬게” 하고 황진이에게 말했다.
“저를 겁내시는 겁니까? 도가 높은 스님께서 겁내시는 것도 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세상의 모든 악도 다 스승이라 하셨거늘 스님은 무엇을 겁내고 소녀를 내쫓으시려는 겁니까?” 황진이의 당돌한 댓구에 지족선사는 돌아 앉아 황진이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불꽃을 일으키며 마주쳤다. 황진이의 가시 앞섶이 벌어지면서 속에 있는 가슴이 그대로 내 비추었다. 황진이는 앞섶을 여밀 생각도 않고 지족선사의 눈길을 빤히 응시했다. 방문 밖에 시자의 그림자가 어른 거렸다.
“됐다 들어가 자거라”
법랍 사십 세에 쉰인 지족선사. 열 살 때 입산한 이후 여자를 가까이 한 적이 없는 지족선사 였다. 경전을 읽고 염송을 하면서 여색은 이미 오래전에 떠나보냈다고 생각 했었다. 젊었을 때는 밤마다 끓어오르는 육체의 욕망에 잠 못 이룬 밤도 많았다. 그래서 탐진치(貪瞋痴) 세 가지 독을 버리기 위해 끊임없이 글을 읽고 염불을 했던 지족선사 였다.
범납(法臘): 스님이 된 뒤로부터 치는 나이. 법세(法歲).
황진이가 진심으로 사랑한 남자는 화담 서경덕이었다 한다. 30년간 벽만 바라보고 수도에 정진하는 지족선사(知足禪師)를 황진이는 단 10분만에 파계시키고 말았다. 그런데 화담은 아무리 유혹을 해도 도무지 넘어오지 않았다. 불세출(不世出)의 '쪼다'가 되어버린 지족선사의 이야기 이다.
첫댓글 조선시대의 이야기 이다. 조선은 이렇게 말했다. "봐라. 불교의 스승은 한큐에 넘어가지만, 유학자는 의젓하지 않느냐?" 이 훌륭한 스토리는 숭유억불(崇儒抑佛)의 최고소재가 되었다. 불교를 말살하고 유교를 받아 드리려는 선전술의 하나 이다. 혹자는 스님은 여자 구경을 할 기회가 없어 뜻밖의 상황을 견디기 어려웠고, 유학자는 세속에 사는 것이기에 단련이 되어 낫지 않았느냐고,,,,,지금 세대 생각 이다. 동짓달 긴긴 밤에 잠이 왜? 이다지도 오지 않는고,,,,,,비(雨)도, 눈(雪)도 오지는 않지만 어쩐지 대문 밖에서 눈(雪) 젖은 사람이 올것만 같다. 만약 나에게 황진이가 찿아 온다면? 심장이 뛴다
지월님 아직 주무시나요?
지난 밤 비에 젖은 황진이가 오셨습니까?
황진이 감히 어디로 온다고?
지금도 뜀니까?
마음이 어리석다보니 하는 일이 모두 어리석기만 하다. 이 깊은 산속까지 어느 님이 찾아 올까마는 바람에 흩날려 떨어지는 나무잎 소리에 행여 님이 아닌가. ' 황진이가 그렇게 제 낭군 만들려고 했으나 돌아 앉기만 했었던 서경덕
가슴이 설레임을 나타내고 있어서 화담도 어쩔 수 없이 황진이의 매혹적인 여성미에 마음이 흔들렸다.
이러한 화담의 속마음을 짐작한 황진이는 다음과 같이 화답한다. 내 언제 무심하여 님을 언제 속였관대
월침삼경에 온 뜻이 전혀없네 추풍에 지는 잎 소잎 소리야 낸들 어이하리요
우리 선생님 마음이 허전하신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