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동사 뒤에 ‘-어하다’가 붙을 수 있다는 국어원의 답변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당황하다/당황해하다’ ‘꺼리다/꺼려하다’가 다 쓰일 수 있으며, 둘 사이에 의미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그는 남에게 드러내기를 꺼려.'와 '그는 남에게 드러내기를 꺼려해.'는 의미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전자는 화자가 '그'의 '꺼리는 심리'를 읽은 것이고, 후자는 화자가 '그'의 ‘꺼리는 행동’을 본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때의 '-어하다'는 행위를 설명하는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나는 거기에 가는 것을 꺼렸다'와 '나는 거기에 가는 것을 꺼려했다'를 생각해 볼까요. 국어원 답변에서도 밝혔듯이 흔히 1인칭에는 '꺼리다'와 같은 심리동사에 '하다'를 붙이기 어렵다고 하지요. ‘나는 당황했다’라고 하면 될 것을 ‘나는 당황해했다’라고 쓸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의미 차이는 있어 보입니다. 전자는 내가 심리적으로 당황했다는 것이고, 후자는 내가 심리적으로 당황한 것을 표정으로 드러냈다는 뜻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살펴보면 ‘나는 거기에 가는 것을 꺼렸다’는 ‘거기 가는 것이 싫어 머뭇거렸다’는 뜻에 가깝고 ‘~꺼려했다’는 ‘머뭇거리는 행동을 했다’는 뜻에 가깝다고 봅니다.
다만 1인칭 표현에서 후자의 의도로 말하는 경우는 특수하기 때문에 일반화할 때 어색해 보이지 않나 싶습니다.
다만 ‘당황하다’가 심리상태만을 나타내는지, 심리에 따른 표정의 변화 즉 행동까지 나타내는지는 사람마다 판단하는 바가 다를 수 있다고 봅니다. 심리상태만을 나타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당황해하다’가 자연스럽다고 볼 테고, 행동까지 포함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부자연스럽다고 볼 것 같습니다. ‘당황하지 마’와 ‘당황해하지 마’가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것 같은데, 이는 그런 개인의 인식 차이에서 오는 것 아닐까 합니다.
결론적으로,
심리동사: '심리적으로 어떤 활동이 일어나다, 심리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다'라는 뜻이 되고,
심리동사+-어하다: '심리적으로 허떤 활동이 일어나는 것을 밖으로 표출하다'라는 뜻이 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댓글 그럼 심리동사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당황하다, 꺼리다, ........ 이게 가능하다면 이러한 의미와 쓰임새를 나타내는 '-하다'를 표제어로 하여 사전에 올려야겠네요. 그리고 '가려 했다, 춤추려 했다'는 자연스러운데 '꺼리려 했다. 당황하려 했다'는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소위 '심리동사+려 했다'는 잘 쓰지 않는 표현이네요.
'-어하다'는 기본적으로 주관적 심리 상태를 객관화하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즉, 어떤 심리 상태를 타자의 시선으로 보는 것이지요. 따라서 일반적으로 주어가 1인칭일 때 어색하게 느껴지게 됩니다. "난 널 좋아해."보다 "난 네가 좋아."가 더 자연스러운 건 그래서죠. 그렇다고 1인칭 주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가령, "난 꽃을 좋아합니다."라는 문장이 가능한데, 이는 남에게 자기를 소개하거나 설명할 때 쓰는 표현입니다. 일종의 객관화죠. 앞 문장을 "난 꽃을 좋아한답니다."라고 고치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또한 사람들은 때로 자기 자신을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가 있는데, 그럴 때에도 '-어하다'로 자신의 심리를 묘사할 수 있습니다. 자기 고백적인 글(일기/수필)에서
"나는 가을을 좋아한다."라고 쓸 수 있습니다. 자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본 상태에서 쓴 문장입니다.
그런데, 심리를 나타내는 상태동사는 2, 3인칭 주어와 호응할 때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타인의 주관적 감정을 나타내기 어려운 탓입니다. 따라서 "걔는 사람 만나는 걸 꺼려."는 "걔는 사람 만나는 걸 꺼려해"라고 '-어하다' 꼴을 취하여야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때로 "그는 사람 만나는 것을 꺼린다."와 같은 문장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이는 소설 같은 데서 작가가 전지자적 시점을 가지고 서술할 때 가능한 표현입니다. 전지자는 타자의 심리를 꿰뚫어 보고 있는 자이므로 그의 주관적 심리를 '-어하다'를 빌리지 않고도 묘사할 수 있는 것이지요.
'당황하려 했다, 꺼리려 했다'의 '하다'와 '꺼려하다'의 '하다'는 쓰임이 다르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굳이 이 형태로 쓴다면 '당황해하려 했다. '꺼려하려 했다' 등으로 쓸 수 있겠죠. 하지만 이런 표현은 논리성이 떨어져서 사용할 수 없어 보입니다. '당황해하다'는 무의식적으로 저절로 일어나는 현상이어서 '하려하다'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아담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저는 용례를 떠나 '심리동사+어하다'가 심리동사와 어떤 의미 차이를 보일지 생각해 본 것입니다. '심리동사+어하다'가 제가 생각한, 그런 의미 속성을 갖기 때문에 2~3인칭에 주로 쓰이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또 '형용사+어하다'의 경우, 예컨대 '좋아하다' 같은 것은 제가 마지막에 정리한 '어떤 활동이 일어나는 것을 밖으로 표출하다'는 풀이에 해당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는 동사와 형용사의 차이 때문일 듯합니다.
제가 언급한 '심리를 나타내는 상태동사'는 주관적 심리를 나타내는 형용사(좋다/싫다)와 동사(꺼리다/당황하다)를 다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다만, 똑같이 주관적 심리를 나타낸다 하더라도 형용사냐 동사냐에 따라 '-어하다' 구성에서 의미 차이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꺼리다, 당황하다는 형태는 동사이지만 의미는 형용사로 봐야 할 것 같네요. 이런 단어들을 모아 '형용동사'라든지 품사 규정을 하고 그 쓰임새를 풀이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니면 이런 류의 각 단어에 '형태는 동사이지만 의미는 형용사적으로 쓰인다'라는 풀이를 덧붙이든가.....
'-하다'는 다양하고 복잡하고 연구할 대상이네요. 실생활에서 잘 쓰도록 정리해 줘야 한다고 봅니다.
사전에 동사/형용사로 올라 있는 만족滿足하다/만족해하다, 감사感謝하다/감사해하다, 연연戀戀하다/연연해하다, 가 비슷한 쓰임이네요. 이런 단어처럼 사전에 올려야 한다고 봅니다. 국어원 가나다에 '헷갈리다/헷갈려하다'도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