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산
강릉터미널부근의 찜질방에서 토막잠을 자고 임계에서 예약한 택시로 30여분을 달려 상승두골 최상단의 감로원에 내리니 겨울을 맞은 산자락들이 황량한 모습으로 눈앞에 다가선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를 탓하며 부랴부랴 채비를 하고 계곡옆의 묵밭으로 올라서면 차가운 골바람이 불어오며 귓볼과 손가락들이 아려오고 준비 안된 몸둥이는 덜덜 떨려온다.
계곡에서 왼쪽 산길로 들어 무덤을 지나고 전에 붙혀둔 내 표지기가 팔랑거리는 등로를 올라가니 바람이 막혀서인지 추위도 덜해지고 몸이 서서이 풀려온다.
지능선으로 이어지는 뚜렸한 산길을 타고 승두치로 올라 마루금으로 들어서면 한달사이에 누렇게 퇴색되어 땅에 떨어져 뒹구는 이파리들이 발바닥에 밟히며 속절 없이 신음을 낸다.
알싸한 한기를 느끼며 고양산을 올려다보고 억새 우거진 산길 따라 898봉을 넘어서니 바로 왼쪽의 큰터마을로 뚜렸한 길이 갈라져 나간다.
무성한 억새와 덤불들을 헤치며 가파른 등로를 올라가면 발아래로 조망이 훤히 트여서 새파란 하늘아래 각희산에서부터 이어지는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오고 두타산에서 고적대로 흐르는 백두대간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한여름에 온갖 야생화로 뒤덮혔던 숲을 떠올리며 된비알을 치고 무덤 두기가 자리잡고 있는 고양산(1152.4m)에 오르니 삼각점(임계22/1995재설)과 안내문이 반겨주고 고사리와 둥굴레가 차지하고 있던 정상에는 찬바람만이 연신 불어온다.
▲ 상승두골 감로원
▲ 고양산
▲ 고양산 오르며 바라본, 지나온 마루금
▲ 고양산 오르며 바라본 백두대간
▲ 고양산 정상
- 1005.4봉
반론산쪽을 기웃거리며 뚜렸해진 등로를 타고 내려가면 왼쪽으로 아찔한 벼랑전망대가 나오는데 상정바위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잘 보이고 두위봉쪽으로 수많은 산그리메들이 펼쳐져 가슴이 시원하게 뚫린다.
뚝 떨어져 무덤으로 내려가 미끄러운 낙엽길을 따라 바위들로 둘러쳐진 무덤을 다시 만나서 오른쪽의 큰골로 이어지는 넓은 삼거리안부를 지난다.
덤불들로 덮혀있는 곰목이재에서 좌우로 길을 찾아보다 완만해진 산길 따라 오른 둔덕에서 가시덤불들을 헤치며 마루금에서 약간 떨어져있는 1005.4봉으로 올라가니 삼각점(77.6재설/424건설부)이 있고 억새밭은 양지가 들어 따뜻하다.
간벌된 나무들이 어지럽게 깔려있고 덤불들만 들어찬 황량한 능선을 지나 마치 삼형제봉처럼 커다란 바위 3개가 서있는 봉우리(약1010m)로 올라가면 오래된 시멘트석이 뽑혀있고 지형도에도 없는 삼각점(정선424/2004복구)이 놓여있다.
암봉을 지나 잠시 헤메이다 북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마치 계곡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산길을 내려가니 큰골의 농가들이 내려다 보이고 점차 능선의 골격이 나타난다.
다시 덤불 들어찬 암봉을 우회하며 큰골로 떨어지는 뚜렸한 하산로를 버리고 능선으로 붙어 바위지대들이 나타나는 험한 길 따라 897봉을 넘는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상정바위로 이어지는 마루금
▲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큰터와 두위봉쪽 조망
▲ 삼각점봉의 암벽
- 상정바위
가파르고 미끄러운 돌밭길을 내려가 잡목과 덤불들이 들어찬 급한 암릉을 넘어 864봉으로 힘겹게 올라가면 사방으로 조망이 트여서 고양산에서 이어온 그리고 상정바위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거침 없이 펼쳐지고 가리왕산과 두위봉등 수많은 고산준봉들이 시야에 들어와 감탄사가 나온다.
봉우리를 내려가 바람 잔잔한 사면에서 다음에 가야 할 반륜산과 반론산을 바라보며 막걸리로 목을 축이다 금방 한기가 들어 배낭을 집는다.
다시 급하게 이어지는 낙엽길에 쭉쭉 미끄러지며 정선의 철미산으로 능선이 갈라져 나가는 910봉을 오르고 한결 뚜렸해진 등로를 따라간다.
곧 바로 등산로 이정목이 서있는 마치를 지나고 완만한 등로로 873봉을 넘어서 우회로 안내판이 서있는, 그리 위험하지 않은 암봉을 직등해서 넘는다.
2년전에는 없었던 굵은 밧줄들을 잡고 정상의 가파른 암벽을 왼쪽으로 우회해 작은골에서 올라오는 반질반질한 등로와 만나서 헬기장을 지나 상정바위(1006.2m)로 올라가니 정상판과 삼각점(305재설/77.6건설부)이 있고 고양리쪽으로 뚜렸한 등로가 보인다.
조금 앞의 전망대로 나아가면 3면이 확 트여서 고양산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노목지맥의 산줄기와 두위봉이 정면으로 보이며, 굽이 치는 조양강과 소위 한반도지형이 내려다 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백덕지맥이 평창강으로 함몰하며 만들어내는 선암마을의 것보다는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 864봉에서 바라본 상정바위
▲ 864봉에서 바라본 중복동 계곡
▲ 910봉 오르며 바라본 반론산
▲ 마치
▲ 상정바위 정상
▲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반도지형
▲ 전망대에서의 노목지맥과 두위봉쪽 조망
▲ 전망대에서 바라본 왼쪽의 마루금과 뒤의 가리왕산
- 남산
막힘 없는 조망을 휘휘 둘러보고 억새가 우거진 헬기장으로 내려가니 바람이 없고 햇볕도 따사하게 내려와 소주를 곁들여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환담을 나눈다.
북서쪽으로 한적한 숲길을 내려가면 나뭇가지사이로 고양산과 반론산이 잘 보이고 옥갑산봉너머로 상원산과 박지산이 아스라하게 나타나 발길을 잡는다.
흐릿해진 등로 따라 976봉을 넘고 암릉들을 크게 우회하며 오른 879봉에서 남산과 맨끝의 933봉을 바라보며 서쪽으로 꺽어진다.
잔봉들을 넘어 스무골과 이어지는 사거리안부를 지나고 가시덤불들을 헤치며 가파르게 이어지는 산길 따라 산불초소와 통신시설이 있는 남산(953.6m)에 오르니 삼각점(77.6건설부/418건설부)이 풀섭에 숨어있고 억새밭에는 온갖 쓰레기들이 널려있어 지저분하다.
남서쪽으로 간벌된 나무들을 넘어 내려가면 아름드리 노송들이 서있는 뚜렸한 등로가 이어지고 표지기들도 붙어있어 길을 확인해 준다.
특징 없는 817봉에서 남쪽으로 꺽어 내려가고 두번째 봉에서 다시 서쪽으로 꺽어 좌우로 길이 뚜렸한 안부를 지나서 정선전씨묘를 만난다.
▲ 남산 오르며 바라본 박지산, 상원산과 옥갑산봉
▲ 남산 오르며 바라본 반륜산과 반론산
▲ 남산 정상
- 오음봉
묘에서 서쪽으로 내려가니 오래된 폐묘 한기가 나오며 길이 사라지는데 표지기들이 붙어있는 왼쪽 벌목지대로 가다 돌아와 길이 없는 숲으로 직진한다.
잡목들을 헤치며 펑퍼짐한 잣나무지대를 방향만 맞추고 내려가 임도를 건너고 '집사 김성만 권사 이순란'의 무덤을 지나 묵발을 가로질러 627봉으로 오른다.
627봉에서 왼쪽으로 꺽어 내려가면 왼쪽에 더 높은 능선이 보이지만 마루금이 아니고, 족적을 만나 사면처럼 이어지는 뚜렸해진 길을 따라가다 미끄러운 길을 나무들을 잡고 내려가니 '정선군농업기술센터' 건물 뒤가 나온다.
도로로 내려가서 남평초교에서 학교뒤로 들어가면 넓은 임도가 나오고, 억새들이 하늘거리는 호젓한 임도를 따라가다 산길로 붙어 오음봉(446m)에 오르니 바위사이에 글씨 없는 삼각점이 놓여있고 조망은 가려있다.
무덤 한기를 지나서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마루금을 끝까지 따라가다 나무들을 잡고 급사면을 조심스레 내려가 도로와 만난다.
작지만 아름다운 오음봉의 암벽을 뒤돌아보며 이어지는 시멘트도로를 따라가 왼쪽으로 꺽어 오대천과 골지천의 물어름에 있는 남평대교를 만나며 금대지맥 산행은 끝이 난다.
올 5월달에 나전교에서 백석봉으로 향하며 올랐던, 된비알로 이어지던 842.4봉과 골지천너머로 점점 어둠에 묻혀가는 옥갑산봉을 바라보며 다리를 건너면 아우라지를 넘은 찬바람이 세차게 불어오고 나전시가에는 불빛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한다.
첫댓글 상정바위가 인상깊고 오지의 냄새가 짙은데요 수확을 했나요? 술꾼님하고 좋은산행 다녀 오셨네요 수고 하셨습니다.
호젓한 곳입니다. 겨울더덕 찾는 눈을 좀 길러야 할텐데요...^^
반론산 반륜산 쪽도 가봐야 할텐데 ㅠㅠ
조만간 갈텐데 같이 가시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