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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20기 B반 수직빙벽 훈련 일지>
4일차/1.11.화
오후에 잠을 좀 청하려고 했으나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그러다 저녁을 먹고 다시 교육장으로 모였다. A반 동기분들은 다 가고 B반 새로운 얼굴들이 보였다. 빙벽전문이라서 그런지 젊은 얼굴도 많았다. 하나같이 A반 처음 시작하는 날처럼 다들 긴장해 보인다. 오늘은 잠시 오리엔테이션이 있은후 윤재학 대표 강사님께서 빙벽등반 장비를 소개하고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직접 장비를 착용하시고 여러 장비도 가지고 나오셔서 설명하셨다. 기본적인 장비는 변한게 없지만 그래도 암벽에 비해서 빙벽 장비는 너무나 빨리 변한다. 예전엔 바일이 대부분 수입이고 손목거리도 슬링으로 만들고 꽈배기식으로 했는데 이젠 원터치로 바뀌었다. 그리고 스나그도 거의 쓰지 않고 스쿠류를 주로 쓰는 듯 했다. 그런데 예전부터 내가 쓰던 스쿠류는 아니고 스쿠류자체에 조그만 손잡이가 달려있는 것이 었는데 아주 신기했다. 실제 빙장에 가보니 다들 그런걸 쓰고 있었다. 하지만 교육당시까지 나는 잘 몰랐다. 스나그를 뚜드려 박느라 힘만빼고 있었는데 예전에 토왕폭 간다고 형들이스나그 열 몇 개나 샀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마도 끄때는 스나그가 싸서 그랬나 보다. 이후 바일에 대한 설명을 상세히 들었다. 예전에 쓰던 허밍버드같은 바일은 이젠 종족을 감춘지 오래고 이젠 손몰걸이도 잘 안쓴다는 얘기와 함께 경기용 바일도 봤다. 장비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느꼈던 점은 그때나 지금이나 학생이어서 장비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나 기술 개발보다는 그저 예전에 해오던 방식을 되풀이했던 것 같다.
그렇게 교육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후배들을 만났다. 영남대 탐험대 후배들인 상동이와 현호, 그리고 충남 연맹 후배인 조준, 세훈, 인호까지 성우나 훈하도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연락이 안되었나 보다. 가까운 치킨집에서 닭에 소주를 마셨다. 교육중 음주는 원칙상 안되지만 이렇게 산에서 다시 본 후배인지라 얼마나 반갑던지... 상동이와 현호는 영남대 후배로 같은 암장에서 훈련을 했을 것이다. 물론 학번이 달라서 얼굴을 못 봤겠지만 수년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참 반가웠다. 그리고 막내 현호, 어리부리 현호는 십년전 딱 내 모습인데 너무 귀여워서 지금도 눈에 새록새록 거린다. 훈련이 끝난후 속초까지 가서 중국집에서 볶음밥 먹여 보냈는데 어떻게 학교 훈련은 잘 마쳤는지 궁금하다. 조준이나 세훈, 인호는 대전에 있는 한남대 산악부 후배들과 동기였다. 그리고 하계 산에서 녀석들 동기를 만나기도... 예전 생각에 너무도 즐거웠다. 다들 다음에 꼭 다시 한번 봤으면 한다. 문득 다모의 대사중 한 구절이 생각난다.
"...산에서 오래도록 정을 나누며 함께 있었으면 좋겠어..."
5일차/1.12.수
오늘은 입교식이 있고 매바위 빙장으로 이동해서 본격적인 수직벽 등반을 한다. B반은 이에 앞서 프렌치테크닉을 연습했고 기존의 A반은 크게 4조로 나누서 로테이션 식으로 픽켈 스윙과 프론트 포인팅을 연습했다. 장소는 매바위 좌측 다리 쪽이었는데 문제는 너무 추웠다는 것이다. 나중에 원종민 교무선생님도 말씀하셨지만 교육하다 이렇게 추운 날씨는 처음 본다는 것이었다. 다들 추위에 떨었지만 특히 나는 얇은 스판 하나만 달랑 입고 나가서 거의 동사직전이었다. 지금생각해도 정말 추웠다. 매바위 그 다리가 마치 찬 공기를 뿜어내는 냉장고 바람구멍처럼 생각되었다. 나중에 숙소에 와서 알았지만 내 다리는 긴양말까지만 살색이고 그 위로는 새까맣게 얼어 있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고소내의를 꼭 사는건데 하는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어쨌던 오전 교육은 강추위와 강풍속에서 계속 진행되었다. 특히 2조는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프렌치 테크닉을 좀 더 보강하는 시간도 가졌다. 그렇게 돌아가면서 교육을 하던중 도저히 안되겠던지 다들 매바위 바로 아래로 갔다. 얼음언덕 뒤라서 바람이 덜부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미 얼어머린 몸이 쉽게 풀리질 않는다. 그래도 다들 열심히다. 한쪽에서는 얼음에 연신 스윙 연습인데 얼음에 인정사정 없이 연습했고 다른 쪽은 얼음 기둥에 자일을 깔고 프론트 포인팅을 연습했다. 그렇게 오전 교육은 끝이났다.
우리조는 얼른 차로 가서 준비해온 라면을 양지바른 곳에 앉아서 끓였다. 추위와 바람은 여전했지만 그래도 잠시 몸을 녹일 수 있었다. 물은 옆 개울에서 구했다. 양이 많아서 두 코펠로 나누어 끓이는데 빨리 끓지를 않는다. 우리는 그동안 간식을 나누어 먹었다. 떡국을 챙긴다는 것이 깜빡했다. 그래도 일국이형과 중국팀이 밥을 싸와서 말아먹었다. 어떻게 넘어가느지 모르게 먹었다. 식사후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화장실 갔다오는 분도 계셨고 담배도 피웠다. Lix와 Wan Heng은 졸리는지 잠시 눈을 붙였다. 난 여전히 언 몸이 안녹아서 벌벌떨고 있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오후 교육에 임했다. 오후 교육은 실제로 매바위에 자일을 설치해 놓고 등반하는 것이었다. 또 한쪽에서는 촬영을 했다. 그렇게 일일이 한 사람 한사람 동작을 촬영한 후 저녁 교육때 자세를 교정하는 것이었다. 이른바 빙벽 자세 크리닝이다. 나도 붙었는데 만만해 보였던 벽이었는데 얼마 못가서 내려오고 말았다. 송석원 선생님이 끝까지 안간다고 야단을 막 치셨다. 어쩐 일인지 모를 일이다. 몸이 얼었다 덜 풀렸나 쉽었느데 그건 아니었고 나중에 느꼈지만 발을 못믿고 손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펑핑이 났던 것 같다. 이런 문제점은 다음날도 계속 되었다. 물론 조금 쉬운 코스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조금 섰다 쉽으면 겁이 나면서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엉덩이가 쳐지고 발이 흔들리는 악순환을 낳았다. 물론 마지막에는 많이 교정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렇게 오후 교육을 마치고 돌아왔을땐 다들 녹초가 되어있었다. 특히 추위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식사후 저녁 교육에 들어갔더니 추위와 매바위 사정으로 내일부터는 오전에 이론 교육을 한후 이동한다는 것이었다. 매바위는 인공빙벽이어서 밤새 물을 뿌리는데 오전 해가 떠서 한참을 그렇게 물을 뿌려야 한다고 한다. 그게 한 10시정돈데 그 이전에 물을 끊으면 중간에 물이 얼어서 안된다는 것이었다. 어찌되었던 내일부턴 옷을 더 많이 입고 가야겠다. 저녁 교육은 수직 빙벽 등반 기술인데 한윤근 선생님께서 강의를 하셨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졸았다. 나 역시 어떻게 몇 시간이 갔는지 모르겠다. 숙소로 돌아와서 다들 깊은 잠에 빠졌다.
6일차/1.13.목
어김없이 구보로 아침을 연다. 이제 적응할 만도 한데 그래도 여전히 힘이 든다. 아침식사후 교육장에 모였다. 어제 찍은 동영상을 보며 자세 교정과 여러 가지 부연 설명을 듣는다. 그렇게 한 2시간을 보낸후 숙소에서 짐을 챙겨서 빙벽장으로 향했다.오늘은 좀 낳아져야 할텐데... 매바위를 밤사이 더 잘 얼어 있었다. 날씨는 여전히 추웠지만 그래도 첫날보다는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오늘 주 교육내용은 X바디, N바디 인데 우리는 주로 X바디에 대해서 확실히 공부하기로 했다. 교육은 여러 자일을 타고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그때 마다 옆에 계시는 여러 강사 선생님들께서 지도를 해주시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특별히 담임 강사를 둬서 좀더 관심을 가지도록 했다. 우리조는 윤대표, 전양준, 강형완 선생님 이렇게 3분이 담임이신데 나는 강형완 선생님 소속이다. 등반중 영 내 자세가 안좋았던지 따로 불러내서 지도해 주신다. N바디도 배웠다. 빙벽하면 X바디, N바디 인데 이런 용어는 예전부터 많이 들었었다. 하지만 실제로 체계적으로 접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접해도 막상 톱으로 선등을 서면 쫄아서 배운 자세가 잘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자세 잡는 연습을 했다. 얼마전 장수대 가리골에 설상훈련 겸 빙벽을 하러 갔는데 톱을 섰었다. 나중에 하산한 후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때 사진을 보며 '너 자세 많이 좋아졌어'하는 얘기를 들었다. 뒤에서 봤는데 보기에 아주 안정적이고 폼 나더라는 말이다. 글쎄 등잔밑이 어둡다고 나는 잘 모르겠는데 그렇다면 모든게 등산학교 덕인 것 같다. 오전 오후 내 다들 부지런히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보냈다. 한 던이라도 더 탈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참 다들 열심히다. 그러던 중 여기저기서 부상자도 속출했다. 바로 낙빙이다. 우호형 말대로 그대로 떨어지면 돌덩어리고 깨지면 유리조각이라는 말이 참 맞는 말 같다. 우리 조만 하더라도 성국이형 일국이형이 눈 주변과 얼굴이 찢어지는 일이 생겼다. 그래서 조마 조마 하던중 어디선가 '낙빙'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피한다고 피했는데 확보를 보던 중이어서 그말 묵직한 얼음덩이를 정강이에 맞고 말았다. 순간 일어서려 했으나 나는 그냥 주저 않고 말았다. 옆에 계시던 송석원 선생님이 얼른 확보를 중간에 교체하고 다른 동기들이 와서 잡아 주었다. 얼음이 안깨지고 덩치째 내려와서 확보지점까지 밀렸나 보다. 낙빙을 맞은후 나는 한동안 걷지를 못했다. 바위나 얼음이나 낙빙, 낙성이 참 무서운 것 같다. 잠시 휴식을 취한후 다시 올랐다. 여전히 아프지만 쩔뚝거리면서 걸을 만은 하다. 내일이 걱정이다. 다들 교육을 마치고 정리하려는 순간 빙장 제일 우측에서 갑자기 우두둑 하더니 얼음덩이 와르르 쏟아졌다. 빙장 옆 잔 나뭇가지에 걸려 있던 얼음이 무게를 못견디고 쓸려내려온 것이다. 눈사태라고 부르긴 멋하지만 같은 원리인 것 같다. 다행히 철수중이어서 다친 사람은 없었다. 만약 그 아래서 등반중이었다면 상당한 부상자가 발생하지 안았을까 한다. 그렇게 오늘 교육을 마치고 내려왔다.
숙소로 와서 좀 여유있게 씻고 휴식을 취했다. 저녁 교육이 없어져서 그런지 다소 여유가 생겼다. 앞으로 남은 내일이 실제로 제대로 등반할 수 있는 날이라고 한다. 마지막 날은 졸업 등반이어서 그렇게 많이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층으로 올라가서 침낭에 누워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한동안 꺼 놓았던 휴대폰을 보니 난리다. 부재중전화로 가득찼다. 산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무언가를 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뭘 버리고 있는 걸까? 사실 아직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그동안의 마음 속 짐들이 하나둘 정리되어 가는 기분이다.
7일차/1.14.금
구보후 비디오를 보면서 여러 자세를 보았다. 다들 일취월장 하는데 나만 그대론 것 같아 속상했다. 어제 낙빙 팔에 힘이 없어서 살이 쪄서 등 여러 가지 변명을 해보았지만 그래도 속으로 기분이 좋지는 못하다. 결국은 자세를 완전히 못 잡았던 것이고 특히 발자세가 부족했던 것 같다. 그렇게 비디오 클리닝이후 다시 매바위로 향했다. 참 비디오 클리닉에 대해서 다시 한번 말하자면 모든 등반에서 꼭 한번 해 보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암벽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빙벽은 자신의 발 동작이나 전체적인 자세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마음은 수평으로 프론트 포인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실제로 보면 뒷꿈치가 들리는 등 자세가 엉망인 경우가 많은데 이번 비디오 클리닉으로 상당부분 고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내 자세가 어떤지 확실히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단편적인 사진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오늘은 본격적인 N바디 자세와 확보물 설치 그리고 오버행등에 대해서 교육 받는다. 교육장에 오니 미리 오신 선생님들께서 자일을 설치하느라 정신이 없으시다. 학생들도 피곤하긴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여러 선생님들의 피곤에 비할 봐는 못되는 것 같다. 특히 전양준 선생님과 김형일 선생님 강형완 선생님들께서 자일을 설치하느라고 고생하신 것 같다.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행동조로 움직였다. 우리 행동조는 나, 우호형, 성국이형, 기철이형이었다. 그런데 등반을 하다 보면 이곳저곳 썩이기도 했다. 오늘은 점심시간도 없이 계속 등반을 했다. 여러 코스를 올랐다. 우선 오르는 것 보다 자세에 중점을 뒀다. 보다 안정적이고 멋있는 자세를 잡으려고 노력했다. 당시는 잘 몰랐지만 앞서 말한대로 분명 자세연습은 자연빙벽이나 선등때 몸에 배어서 묻어나기 마련이다. 좋은 자세라면 곧 균형과 안정인데 그게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잡다보면 실제로 등반때에도 나온다는 말이다.
우측 에서는 선등연습을 하고 있었다. 강사선생님들이 중간중간에 확보물을 설치해놓고 학생이 올라가면서 자일을 통과 시키고 상단에 가서는 실제로 자신이 한번 확보물을 설치하고 내려오는 훈련이다. 나는 하지 않았지만 많은 교육생들이 모였다. 선등과 후등의 차이는 위험부담이라기 보다는 마음의 자세인 것 같다. 후등으로 오를때면 아무리 긴장을 해도 선등때의 마음이 안된다. 하지만 선등으로 올라갈때는 오로지 등반만 생각하게 된다. 극도로 긴장하게 되다가 얼음에 붙는 순간 마음이 차분해 지면서 한발한발 올라가는데에만 신경을 쓰게된다. 톱 내주고 나면 서글퍼 진다는 말도 그런 기분을 더 이상 못 느껴서가 아일까? 어쨌던 그렇게 연습을 했다. 중간에 이용대 교장 선생님께서도 조언을 해주셨다. 역시 발이 불안하다고 하셨다. 매바위 하단 좌측 얼음언덕에서 또 다시 개인훈련을 받았다. 물론 당시는 잘 이해도 안되고 시정도 안되었지만 최근에 빙벽을 해본 결과 내 문제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러번 매달렸다 내려오기를 반복, 하지만 흡족한 느낌은 받지 못했다. 여전히 내 자세와 체력등등에 대해서 불만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동안 암벽이나 빙벽을 너무 안해서 그랬던지 자일이나 벨트도 잘 못믿는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다. 남들도 다 올라가는 오버행 아래서 이리저리 기웃거리다가 내려오기도 했었다. 아무튼 여러 모로 내 자신에 대해서 반성하고 느끼는 시간이었다. 훈련 시간이 이런 시간만 있은 것은 아니다. 원종민 교무 선생님께서 큰 솥에다 오뎅을 끓여서 맛있게 먹기도 했다. 얼음을 한창 하다 기다리면 땀이 식으면서 추웠다. 그때면 오뎅국물을 먹으면서 몸을 녹이기도 했다. 간간히 커피도 먹으면서 그렇게 즐겁게 훈련에 임했다. 드디어 내일이면 끝이다. 졸업등반을 끝으로 모든 교육이 끝이 난다. 시원섭섭하다.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8일차/1.15.토
마지막 교육일이다. 내일은 오전에 빙장 소개를 받고 모두 해산이다. 어김없이 아침 구보를 마친후 교육장으로 향했다. 오늘은 정상에서 자일을 내렸다. 시간관계상 빨리 설치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다. 그리고 순번을 기다렸다가 정상까지 가는 것이다. 다들 오른쪽 제일 만만한 코스를 눈여겨 본다. 나는 중간쯤에 줄을 섰다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짧은 코스를 두어번 하고 제일 오른쪽에 섰다. 다들 졸업등반이라서 최선을 다한다. 대부분 정상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점심시간은 따로 없었지만 그래도 다들 때가 되면 먹고하고 했는데 오늘은 전혀 그런 기미가 안보인다. 행여나 못오를까해서 다들 자일뒤에 줄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확보보는 것을 도와 주었다. 총 길이가 80m정도 되어서 자일을 중간에 한번 연결해야 하는데 그 매듭 때문에 확보볼 때 2사람이 번갈아 보아야 한다. 내가 가진 확보기는 8자 하강긴데 겨울에는 너무 불편했다. 일단 자일이 얼면 유동이 어려웠고 마찰이 너무 잘되서 자일을 통과시키는데 상당히 애을 먹었다. 그래서 다음에는 개방형 하강기를 하나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어느새 5섯시가 되고 해가 지기 시작했다. 아직도 못한 곳도 많은데... 더디어 내 차례다. 초입 쉬운 부분은 그저 올라가고 그동안 배운 자세를 펼친다는 생각으로 한 동작 한 동작 찍어 갔다. 토요일 이어서 그런지 다른 팀이 2팀이 등반을 하고있어서 자일이 상당히 엉켜있었다. 나는 내 자일외 두자일을 적절히 넘기면서 계속 등반을 해 갔다. 상당 20여 미터 지점에서는 영 자세가 나오질 않는다. 가평 빙장에 가서 느낀 점이지만 인공빙벽이 다 그런 것 같다. 위에서 물을 뿌려서 만들다 보니 상당부 얼음 중에는 속빈 얼음이 많고 빙질이 하단에 비해서 좋지 못했다. 조심스레 빈 구정에다 바일을 살짝 걸면서 올라갔다. 드디어 정상 나는 하강 표시를 하고 내려섰다. 아 이렇게 동계등산학교가 끝나는 구나하면서... 물론 더 타고 쉽은 아쉬움도 많았지만 여러 사람들이 아직도 못타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막내 현호는 밍기적 거리다가 결국 중간에 내려온다. 아유 귀여워라! 다시 산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그러다 저 멀리서 Lix가 울고 있었다. 어디 낙빙이나 맞았나 싶었더니 그게 아니라 중간에 너무 오래 매달려 있는데 선생님이 내려오라고 해서 억울해서 울고 있었다. 대단한 의지이다. 중국팀 모두 대단하지만 홍일점으로 따라와서 직장도 팽기치고 얼음에 미치다니...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자세는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아쉬운 졸업등반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제 남은 것은 술한잔에 지난 추억을 노래하는 것! 숙소에는 양정고 OB형들도 와 계셨다. 우리는 강사선생님들을 모시고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동안의 교육훈련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개인적인 관심사도 나누었다. 다들 분위기가 좋다. 황금동동주가 절로 넘어 간다. 우리는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병호형이 준비한 조개를 구워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늘도 도왔는지 눈이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다른 20기 동기들과 술한잔 못해서 아쉬웠지만 우리는 그렇게 술을 마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그러다가 나는 술이 취해서 잠을 자려는데 창밖에서 4조 후배들 둘이서 비박을 하고 있었다. 나도 이 참에 비박이나 할까해서 중간에 끼였다. 나는 칭낭카버가 없었기 때문에 판초우의로 대충 덮고 잤다. 한 새벽4시쯤 되어서 눈을 떠보니 춥지는 않은데 눈이 너무 많이 오는 것이 아닌가! 이대로 자다간 눈에 깔릴 것 같아서 침낭만 챙겨서 나는 안으로 들어왔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난리였다. 오랄 때는 안오던 그 눈이 펑펑내려서 한 70센티 정도나 쌓였다. 펜션 문도 못열었다.
9일차/1.16.일
우리는 아침을 먹고 짐정리를 했다. 물론 아침에 구보는 없었다. 다시 교육장으로 향했다. 오늘은 실전빙벽 기술과 전국 빙폭 가이드가 있었다. 그동안 몰랐던 설악산 여러 빙장들도 알 수 있었다. 그 자료를 구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후 우리는 간담회를 가졌다. 조장들이 대표로 한 마다씩 했다. 이후 졸업식을 가졌다. 조별로 나가서 일일이 수료장을 받고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상도 받았다. 나는 운좋게 노력상을 받았다. 부상으로 장갑도 받았다. 별로 한 것도 없었는데 그리고 등반도 자세가 안나와서 부끄러웠는데 상까지 받다니... 참 기뻤다. 그렇게 졸업식을 마친후 우린 전체 사진을 찍고 각자 고향앞으롯! 하지만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걱정이다. 차들이 거북이 운행이다. 나 역시 서둘러 짐을 챙겨 춘천이 아닌 속초로 향했다. 가는 길에 상동이와 현호를 만났다. 반가운 놈들, 우린 속초에 내려서 짜장면 집을 찾았다. 마음 같아서는 C지구 야영장까지 가서 돈도 좀 찔러주고 싶은데 여유가 없다. 우린 중국집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중국집 아저씨에게 사진촬영을 부탁한 후 헤어졌다. 대구 가면 학교 앞에서 꼭 다시 만나 술한잔 하자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