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제사
온종일 침대에 누울 시간도 없이 제수 준비를 했다. 허리가 안 펴진다. 발이 붓고 땀이 비 오듯이 쏟아진다. 새벽부터 비빔밥에 쓸 나물 준비하고 돌아서니 시어머님과 시동생이 오셔서 점심 준비로 애를 썼다. 이럴 때는 그냥 시원한 냉면으로 배달을 해서 손님 접대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 오시는 시어른께 배달 음식을 드리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것은 맞지만, 제사 준비로 정신이 없는 까닭에 그런 마음도 살짝이 왔다가 갔다.
새벽에 비빔밥에 넣을 여러 가지 나물을 삶고 볶고 무쳤다. 점심은 불고기와 시원한 열무김치로 차려드리고 전 부치는 작업을 시작했다. 에어컨을 켜놓고 음식을 해도 불 앞에서는 여전히 덥다. 다리도 당기고 허리도 뒤틀리지만,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 나에게 위로해가며 수행하듯이 전을 부쳤다. 중간에 아들이 거들어 주니 훨씬 수월하다. 아들만 둘인데 막내는 딸 노릇을 한다. 손이 많이 가는 전 부치는 일은 조금 거들어 주면 수월하다. 마른가루 입혀주는 일만 도와줘도 쉽게 일이 진행된다. 기름 냄새에 후라이팬 열기에 체력이 바닥이 난다. 대견하다고 나를 위로하면서 끝까지 마음 흩트리지 않고 일을 마쳤다.
제사 음식은 정해져 있어서 한편으로는 편안하다. 탕국을 끓여놓고 전기밥솥에 밥을 안쳐놓고서야 서재로 와서 몸을 눕혔다. 제사 지내려면 시간이 한참 남아서 잠시 쉬었다. 한 시간 정도 잠을 잤다. 아니 곯아떨어졌다. 11시쯤 온 가족이 모여서 제사를 모셨다. 준비한다고 애를 썼지만 제상에 올려놓을 때면 준비한 게 없어 보인다, 애만 많이 쓰지 일 한 티가 안 나는 게 제상이다. 큰일 하나가 지나갔다. 무더위와 장마와 바이러스 너울에 제사 준비한다고 애를 썼다. 거실에 합숙소처럼 이부자리를 펴고 가족이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