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이지만 정치가 인간에게 행복과 태평성대를 가져다 준 시대가 있었다. 서양에서는 고대 그리스 민주정 시대가 그러했고, 동양에서는 요순 시대를 꼽을 수 있겠다.
권력과 돈은 어느 누구와도 나누지 않는다는 것이 현대사회의 금언처럼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권력은 나누지 않으면 자연히 집중되고 사유화되면서 독재로 치닫는 속성을 갖고 있다. 그로 인해 수많은 국가나 무리들이 파국을 맞은 사실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권력이 개인이나 소수에게 집중되지 않고 국민들과 공유된 시대가 바로 그리스 민주정과 중국 요순 시대이다. 사마천의 ‘사기’ 등의 기록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조차 최고의 성군으로 떠받들어지는 요 임금과 순 임금의 시대를 태평성대로 일컫는 이유는 ‘선양(禪讓)’이라는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선양은 왕이 살아 있는 동안 왕위를 자식이 아닌 사람에게 물려주는 것을 말한다.
덕이 높아 백성들의 찬양을 한 몸에 받았던 요 임금은 장자인 ‘단주’를 후계자로 임명하라는 신하들의 추천에도 불구하고 ‘덕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적임자를 물색한다. 결국 모든 사람이 추천한 효자인 ‘순’을 후계자로 임명했고, 순은 정치적 경험을 쌓아 요가 숨진 뒤 왕위에 오른다.
순 임금도 자신의 아들 ‘상균’이 왕의 재목이 아님을 알고 일찍이 ‘우’를 발탁했다. 순 임금이 죽자 ‘우’는 3년상을 치른 뒤 왕위를 상균에게 양보했지만 신하들이 우를 따르자 결국 제위에 올랐다.
영원히 놓고 싶지 않은 것이 권력이고 죽어서야 비로소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 권력일진대, 세습이나 다툼 없이 평화적으로 그것도 마땅한 사람을 찾아 정권을 이양한다는 것이 그저 놀랍고 부러울 뿐이다. 국가와 권력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라는 생각이 시스템 공천을 가능케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요즘 언론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단어가 사천과 막천이다. 여야가 서로를 향해 사천과 막천을 중단하라며 연일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누가 사천을 하고 누가 막천을 했는지, 이제 판가름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