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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교의 현재와 미래
- 불교계 종단의 분파활동과 그 문제점을 중심으로 -
차 차 석*1)
1. 서언
한국불교계는 한국의 역사와 전통문화 창달의 원천적인 역할을 해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유구한 한국의 역사만큼, 종교라는 영역을 초월해서 한국 문화와 역사 전반에 미친 영향력이 크다. 근,현대에 들어와서도 역시 한국불교는 한국사회의 주류 종교 중의 하나로서 대중과 호흡하며, 이 땅의 문화와 역사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동시에 현대사회의 시류에 편승하면서도 불교 독자의 종교적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라는 사회, 공간에서 불교라는 단어를 공유하는 종교적 집단은 단일하지 않다. 다양한 종파와 신행단체, 유관 기관이 존재한다. 그런 만큼 한국불교라는 단어는 단순하지 않으며, 동시에 포괄적인 개념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비근한 사례지만 2005년도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센서스에서 불교를 신앙하는 사람들이 대략 천백만명을 헤아린다고 발표했을 때, 그 속에는 한국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파들과 각각 성향이 다른 신행단체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불교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는 일은 단순하지 않다. 진단과 전망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매우 주관적일 가능성이 농후하며, 일면적 고찰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해방 이전 한국불교의 종파는 크게 전통불교와 신흥불교, 내지 일본계 불교로 구분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해방과 함께 불교종단은 분파의 다양한 요인을 내재하게 된다. 현대사회의 문화적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변모한 종단이 있는가 하면, 해방 이전에 발생한 신흥종교에 뿌리를 둔 종단도 있다. 다양한 문화적 역사적 배경 속에서 전통불교와 맥을 달리하는 종단이 출현하게 된다. 그리고 현재의 시점에서 본다면 2백개가 넘는 종단이 한국불교계에 존재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점에서 필자는 한국불교의 현재 상황을 개괄적으로, 그렇지만 전체종단을 중심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그것이 현재 한국불교계의 상황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지표 중의 하나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불교계의 대주주는 조계종이며, 이어서 태고종, 천태종, 진각종, 관음종 등 대표적인 거대 종단들이 있다. 이 이외에도 수 많은 군소종단이 있으며, 여기에 더해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신생 종단들이 출현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신생종단이 출현하는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무엇인가 한국불교의 변화가 감지되는 요인들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한국불교계에 활동하고 있는 각 종단의 현황과 특징을 개괄하고, 이어서 신생종단의 발생원인과 특징을 통해 한국불교계의 문제점과 앞으로의 전망을 분석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불교의 중심축이 대한불교조계종이라는 점에서 부득이한 경우는 본의 아니게 조계종 중심의 서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가능하면 특정 종단위주의 설명은 지양하고자 하며, 전체 종단을 포괄하는 입장에서 분석해 보고자 한다. 그것이 한국불교의 현황과 문제점을 비교적 정확하게 판단하는 일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에 한국불교계가 어떻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는가에 대해 조심스럽게 필자의 의견을 피력해보고자 한다.
2. 한국불교의 종단현황과 특징
현재 한국불교계에는 매우 많은 종단이 난립하고 있다. 몇몇 거대 종단을 제외하면 대다수는 매우 소규모 종단이며, 종단이란 단어가 부끄러울 정도로 작은 규모도 있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조사한 한국의 종교현황에 의하면 현 한국불교계에는 265개의 종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렇지만 기존의 종단에서 분파되거나 그와 무관하게 창종되는 불교계의 신흥종단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불교계 기자들의 증언이다.
따라서 군소종단의 창종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 전망한다. 다만 여기서는 불교계 종단의 현황과 문제점, 특징 등을 보다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2008년도에 발간된 한국불교총람을 활용하고자 한다.
이 책에 기재되어 있는 숫자는 155개 종파에 불과하지만 비교적 종단의 내용이 상세하게 밝혀져 있다. 다만 이 자료는 2007년까지의 조사를 토대로 한 것1) 이란 아쉬움이 있다. 한국불교총람(2008)에 의하면 불교계 종단을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 가입된 종단과 미가입 종단으로 구분해 정리하고 있다. 따라서 두 부분으로 대별해 각 종단의 특징을 일별하기로 한다.
1) 한국불교계의 종단현황
(1)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 가입된 종단
먼저 한국불교종단협의회(이하 종단협)에 대해 간단한 소개가 있어야 할 것 같다.2) 종단협은 1967년 창립되었다. 창립의 배경에 대해 ‘각 종파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여러 종단들의 화합을 꾀하고 국태민안에 일익을 담당하자는 취지였다’고 하지만 권위주의 시대에 불교계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필요에 의해 탄생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단체는 1981년에 18개 종단이 참여하였고, 1989년에 사단법인 허가를 받았다(문화공보부 682호). 1994년 한중일 불교우호교류협의회 결성, 2000년 1차 국제포교사 한국문화체험 프로그램 추진, 2001년 남북불교도 8.15 동시법회 개최, 2003년 조국통일기원 3.1절 합동법회 개최 등의 활동을 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또한 전국불교합창단연합회(2009), 불교인권위원회(2006), 언론위원회(2008), 풍경소리(1999) 등이 산하단체로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다. 회장은 조계종 총무원장이 당연직으로 맡고 있으며, 각 종단의 총무원장이나 간부들이 부회장, 이사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사업 방향은 연등축제 원만회향, 해외교류 확대 및 활성화, 한국문화체험사업 성과 증대 등이다. 기타 불교계의 신년하례법회, 경제난극복 기원법회, 중국세계불교포럼 참여, 연등축제 법요식, 한중일불교우호교류대회, 한국문화소개사업과 각 위원회활동 등이 있다. 현재는 27개 종단이 협의회에 가입하고 있다. 다만 이 단체에는 현재 한국불교계의 주류 종단들이 모두 가입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행사를 대행하고 있으며, 동시에 한국불교의 전반적인 흐름을 주도한다고 말할 수 있다.
먼저 이 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종단들의 특징을 분류한 뒤에 전반적인 종단의 흐름과 변화의 원인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종단협에 가입된 종단의 특징을 알기 쉽도록 필자가 임의로 분류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3)
소의경전 | 해당종단 | 종조 | 기타 특징 |
금강경(선종계) | 대한불교조계종 | 도의국사 | 중흥조사에 태고보우, 중천조사에 보조지눌 |
한국불교태고종 | 태고보우 | 조태분규로 1970년 분파 | |
대한불교대각종 | 순도화상 | 1996년 창종(석만청) | |
대한불교대승종 |
| 1988년 창종 | |
대한불교원융종 | 태고보우 | 1982년 창종 | |
대한불교일붕선교종 | 태고보우 | 1988창종(서경보) | |
대한불교조동종 | 동산양개 | 1989창종 | |
한국불교법륜종 | 태고보우 | 1988창종 | |
법화경 | 대한불교관음종 | 대각의천 | 1957년 일승불교현정회 창립, 1965 년 창종 |
대한불교법화종 | 대각의천 | 1960년 창종, 1946년 법화도량 창건 | |
대한불교보문종 | 담진국사 | 1972년 창종, 조계종에서 분파 | |
대한불교일승종 | 태고보우 | 1968창종(초대종정에 혜민) | |
대한불교천태종 | 대각의천 | 1966년 창종(상월원각조사) | |
한국불교여래종 | 대각의천 | 1988년 창종 | |
아미타경 (정토계) | 대한불교미타종 | 함허득통 | 1984년 창종(창종주 벽암월공), 1942년 창종한 정토불교에서 연원 |
대한불교본원종 | 태고보우 | 1989년 창종 | |
미륵경전 유식계경전 (해심밀경) | 대한불교법상종 |
| 1969년 창종 |
대한불교용화종4) |
| 1931년 창종(진공선사) | |
한국불교미륵종 |
| 1987년 창종 | |
삼론, 화엄경 | 대한불교삼론종 |
| 1989년 창종 |
대한불교총화종 | 태고보우 | 1969년 창종 | |
열반경 | 대한불교열반종 | 보덕화상 | 1970년 창종 |
밀교계 (대일경, 금강정경 등) | 대한불교진각종 |
| 1947년 창종(회당 손상규) |
대한불교진언종 |
| 1966년 창종(손해봉) | |
보국불교염불종 |
| 1980년 창종 | |
불교총지종 |
| 1972년 창종 | |
원효숭배 | 대한불교원효종 | 원효스님 | 1963년 창종 |
이상에 소개한 종단은 해방 이전이나 직후에는 종단의 구분이 없이 대부분 한국불교(조계종과 태고종이 분화되기 이전)에 속하거나 아니면 개방 이후 한국에 상륙한 일본계 불교의 영향을 받아 창종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선종계, 정토계,삼론화엄계, 원효종, 보문종 등은 조계종 내지 태고종과 역사적 상관성을 지니고 있다.
본래 사상적으로 한 뿌리였던 조계종과 태고종은 해방 이후 비구대처의 내분에 휩싸이게 되며, 1970년 들어 分宗이 된다. 이후에 조계종과 태고종은 또 다른 목적과 이유 속에서 지속적인 내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수많은 종단이 발생할 여지를 주었다고 본다.
현재 조계종과의 관계 속에서 별도의 종단으로 인정받고 있지는 못하지만 6백여개의 사찰을 관리하고 있는 (재)선학원, (재)대각회 역시 별도의 거대 종단과 다를 바가 없다. 여기에 소속된 사찰들 대다수 역시 해방 이후 전개되는 불교계의 혼란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다만 재가자가 창종한 진각종이나 진언종, 총지종 등 밀교계 종단은 전통적인 선종의 영향과 무관하게 창종된 종단이며, 생활불교를 표방하고 있다. 법화계열 중에서 천태종은 전래의 불교와 무관하게 창종되었지만 관음종이나 여타의 종단은 전통불교와의 상관성 속에서 탄생하게 된다. 해방 이후 한국불교의 혼란 속에서 새로운 불교운동을 표방하며 등장하는 것이다.
(2) 종단 미가입 종단
종단에 가입하지 않은 종단의 특징은 모두 신생 종단이라 말할 수 있다. 또한 사상적으로는 역사적 정통성이 결여되어 있는 종단이거나 종단협에 가입할 수 있는 요건을 구비하고 있지 못한 종단이다. 태고종이나 법화계열 종단의 내분으로 인해 발생한 종단도 있고, 조계종 소속 승려로 있다가 자격미비 상황이 발생해 분파한 경우도 있다. 그런 만큼 교세도 빈약하고, 종지종풍도 확립되어 있지 않다. 임의로 종단을 만들었으므로 도제를 양성하는 방법이나 교단운영이 특정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한국불교총람(2008)에 기재되어 있는 종단을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5) 단 이러한 분류는 종명이나 기타 밝혀진 자료에 근거해 필자가 임의로 구분한 것이다.
계 열 | 종 단 명 | 기 타 |
선종계열 (45종) | 국제불교조계종, 교단융화불교, 대선불교조계종, 대승불교달마종, 대승불교법왕종, 대승불교조계종, 대중불교조계종, 대한불교남파종, 대한불교달마선종, 대한불교법륜종, 대한불교법안종, 대한불교법인 종, 대한불교불광종, 대한불교삼보조계종, 대한불교선교종, 대한불 교선밀종, 대한불교선조계종, 대한불교선종, 대한불교수미산문조동 정종, 대한불교조계선종, 대한불교조계율종, 대한불교태선종, 대한 불교해동달마종, 대한불교해동종, 대한불교화엄조계종, 대한선불교 조계종, 대한신불교천우종, 대한연합불교조계종, 세계불교달마종, 세계불교법륜종, 세계불교일불법왕종(일불종에서 분파), 세계불교 임제종, 조계종삼화불교, 조선불교대선종, 중앙불교조계종, 한국근 본불교조계종, 한국대승불교조계종, 한국불교달마종, 한국불교임제 선학원, 한국불교임제종, 한국불교자비종, 한국불교조계종, 한국호 국불교조계종, 해동불교조계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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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화계열 (13종) | 대승불교관음종, 대한불교대승연화종, 대한불교대원종, 대한불교법 천종, 대한불교본불종, 대한불교불승종, 대한불교불입종(관음종과 同根), 대한불교성도종, 대한불교연화불종, 대한불교연화종, 대한불 교영산법화사(1955년 법어사 출신 이법화가 창종), 실상연화종, 한 국불교법화본종(1946년 창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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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계열 (9종) | 대한불교미륵선교종, 대한불교미륵용화종, 대한불교미륵종, 대한불 교용화미륵종, 대한호국불교미륵선종, 미륵불교법상종, 대한불교미 륵대종, 한국불교미륵선종, 한국불교법성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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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계열 (9종) | 천화불교(1955년 창종, 약사신앙), 대한불교무량종, 대한불교무량본 종, 대한불교약사여래종, 대한불교정토종, 대한불교지엄종, 통합불 교아미타종, 한국불교원각종, 한국불교정토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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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교계열 (2종) | 대한불교금강종, 진언불교지송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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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계열 (6종) | 대한불교현수종, 대한불교화엄종(1965년 창종, 장학사업), 대한불교 삼계종, 한국불교원효종, 한국불교해동종, 한국불교화엄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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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타(정 체성 불 명)-44종 | 국제불교일화종(이하, 정체불명), 대한불교선화종, 대한불교구화종, 대한불교대명종, 대한불교도생종(안동), 대한불교도생종(창원), 대 한불교법사종, 대한불교불선종, 대한불교불이종(통불교), 대한불교 서각종, 대한불교선각종, 대한불교선화종, 대한불교승가종, 대한불 교용산종(미륵계열로 추정됨), 대한불교원각선교종, 대한불교일광 종, 대한불교일월종, 대한불교자비종, 대한불교정법종, 대한불교중 생종, 대한불교천왕종, 대한불교천지종, 대한불교초심교종, 대한불 교총남종, 대한불교해동평화종, 대한불교해인종, 대한불교해탈종, 대한불교흥국종, 세계불교법사종, 세계불교일화종, 세계불교평화종, 통일불교법사종(통불교), 한국불교근본해동종, 한국불교금강종, 한 국불교대불종, 한국불교대승법사종, 한국불교삼론종, 한국불교일월 무량종, 한국불교조화세계종, 한국불교천일종, 한국생활불교보림종, 한국불교조동종총본산, 해동불교임제종, 호국불교효예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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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에 열거된 종단의 명칭에 의거해 분류해 본다면 선종과 유관한 신생종단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계, 임제, 달마, 선, 법안 등의 명칭은 역사적으로 본다면 선종과 직결되어 있다. 특히 조계라는 글자가 종명에 들어간 종단도 19개 정도이다.
이상에 소개한 종단과 중첩되는 것도 있지만 2010년 BBS 불교방송에서 발간한 2010불교정보에는 (사)대한불교종정협의회6)의 광고가 게재되어 있으며, 여기에 의하면 한국불교여래종, 대한불교일붕선교종, 대선불교조계종, 세계불교법륜종, 대한불교해인종,대한불교연화종, 한국불교삼론종, 한국불교정토종, 대한불교승가종, 중앙불교조계종, 한국호국불교조계종, 대한불교아미타여래종, 조선불교대선종, 근본불교조계종, 대한불교천지종, 한국불교근본해동종, 교단용화불교, 대한불교광명조계종, 금강불교조계종, 대한불교법사종, 국제선불교조계종, 대한불교무량종, 대한불교원융종, 일붕선교종, 대한불교중생종, 한국불교조계종, 한국불교원각종, 한국선불교대불종, 대한불교해동종, 대한선불교조계종, 대한불교불광종, 대한신불교천우종, 한국불교임제종, 세계불교미륵대종, 한국불교대승법사종, 한국불교법화종, 선불교조계종, 총남불교조계종 등의 종정이 가입되어 있다.
이들 중에서 밑줄 친 종단은 필자가 홈피를 조사할 때는 누락되어 있었으며, 대신에 대한불교조계종충효불교, 대원불교조계종, 한국불교해동종, 대한불교원각선교종, 대한불교반야선종, 우리불교조계종 등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한국불교총람에 보이지 않던 종명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조계종이란 명칭이 들어간 종단이 늘어나고 있음을 알수 있다. 조계종이 한국불교의 대표종단이란 점에서 그 이점을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 아닌가 추정되며, 대한국불교조계종이란 종명의 별도 광고도 보이고 있다.
이상에서 한국불교총람(2008)에 의해 종단협에 가입되지 않은 종단들을 살펴보았다. 이 책에 의하면 종단의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종명이나 소의경전, 종지, 창종주 등이 명확하지 않고, 종단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알 수 없는 종단이 매우 많았다. 자료의 한계가 있지만 밝혀진 정보에 의거해 이상의 도표에서 소개한 것과 같이 분류해 보았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선종계 45개종단, 법화계 13종단, 미륵계와 정토계 각각 9개종단, 밀교계 2개종단, 화엄계 6개종단, 기타 종단의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은 종단이 44개 종단이었다.
모두 128개의 종단이 소개되었지만 이들 이외에도 더 많은 신생 종단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출현했다. 이미 불교계 현장을 누비는 기자들은 근년들어 200여개의 불교 종단이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었으며, 그러한 추산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12년 3월에 발간한 한국의 종교현황에 의해서 확인되고 있다. 즉 이 자료에 의하면 연락처가 확인된 불교 종단 수는 265개였으며, 그 가운데 137개 종단의 현황을 파악해 소개하고 있다.7) 또한 종단의 현황을 상세하게 알 수는 없지만 연락처와 주소 등 몇 가지 종단의 정황을 알려주는 128개 종단의 종명을 소개하고 있다.8)
그 중에서 종단의 특징을 확인할 수 없는 종단이 128개나 된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분명한 것은 현재도 신생종단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을 것이란 점이다.
(3) 일본계 불교종단
이들도 엄밀하게는 제2절의 종단협 미가입 종단으로 소개해도 무방할 것이지만 발생 배경이나 종단의 운영상황, 정체성이 다르다는 점에서 항목을 달리해 소개하고자 한다. 개항 이후 해방 이전까지 한국에는 수많은 일본계 종단이 들어와 활동했다. 일본의 전도승들이 들어와 포교한 경우도 있지만 한국인이 일본에서 일본불교를 학습하고 귀국해 포교한 경우도 있다. 이미 해방 이전인 1924년경부터 신흥불교종단이 출현하고 있으며, 그들 중에 일본 불교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종단이 등장한다.9)
7-80년대 왜색불교청산운동이나 한·일간에 형성되어 있는 민족감정 때문에 일본의 영향을 받은 종단들이 본색을 감추는 경우도 많다고 보며, 그러한 사례는 주로 법화계열 내지 신생 종단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일본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종단으로는 창가학회를 비롯해 7개 교단이 있다.
그리고 이들 종단의 대부분은 근대기 일본불교의 제도화 과정 속에서 소외된 신자들이 민중적인 포교활동을 전개하면서 등장했으며, 현세중심의 구제관과 재가불교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10) 본문불립종(1905년), 일련정종(1961년), 창가학회(1961년), 영우회(1953년), 입정교성회(1978년), 변천종(1979년) 등이 있으며, 2005년 기준으로 150만명 이상의 신도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11) 이들은 대다수 군소종단의 형태로 유지되고 있지만 창가학회는 단일 종단으로 150만명에 가까운 신도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이들 교단의 특징은 신도교육과 관리가 잘 되어 있고 교단의 정체성이 선명하며, 신도들 사이의 결속력이 강한 점이다. 기타 불교는 아니지만 신도와 불교가 융합된 일본의 토속적인 교파도 한국에 상륙해 있다. 태양회(1973년), 세계메시아교(1964년), 세계구세교(1964년), 진여원(1986년), 선린교(1971년) 등이다.12)
2) 종단 난립의 원인과 배경
그렇다면 이상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많은 종단이 발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신생종단이 급증하는 시기는 1988년 불교재산관리법이 폐지되고, 전통사찰보존법 이 시행되는 것과 관계가 밀접하다. 불교재산관리법 에 묶여 있던 사찰의 매매나 양도 등이 가능해 짐과 동시에 종교법인을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 무렵 66개의 신생종단이 등장하게 된다.13)
물론 한국불교의 종파분열은 해방 이전부터 시작되고 있다. 불교계의 유사종교로 불법연구회(1924), 금강도(1926), 불교극락회(1925), 감로법회(1925), 대각교(1922), 원융도(1927), 정도교(1927), 광화교(1930), 영각교(1933), 원각현원교(1933) 등이 있었다.14) 또한 신흥불교 종단의 발생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계통이 명확하지 않은 濟化敎, 天化敎, 覺世道, 天人道, 東天敎등이 보고되고 있다.15) 연구가들은 발생배경을 근거로 신흥불교종단의 특징을 다섯 가지로 분석하기도 한다.16)
국내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 일본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 국내의 기성 불교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 순수불교가 아닌 다른 계통의 영향 속에 형성된 것, 자생적인 신생 종단 등이다. 이들 중에서 일본에 뿌리를 두고 있는 종단은 진종동명, 대한불교정토진종학회, 불입종,
본원종. 법화종, 일승종 등이 있다. 특히 일본계불교종단은 해방 이전 일본불교의 한국진출과 깊은 관계가 있으며, 이러한 움직임은 해방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순수불교가 아닌 다른 계통의 영향을 받은 불교종단으로는 동학계(천불교, 대화교,수운교), 남학계(오방불교, 광화교, 광화연합도관, 금강불교, 칠성교), 증산교계(대한불교용화종, 용화교, 미륵불교포교소, 증산선불교, 미륵불교, 미륵불교영원회), 각세도계, 무속계(정토사, 충효사, 용화사, 제석사) 등이 있다. 이러한 종단들 역시 해방 이후 분파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한다.17)
이상과 같은 신흥종단의 발생배경에 더하여 해방 이후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의 내분과 분열은 1970년 조계종과 태고종으로 分宗하게 되며, 각각의 종단은 끊임없는 내분에 휩싸여 수많은 신흥종단의 근원지가 되었다. 특히 조계종보다도 태고종의 내분은 이념 보다는 이해관계에 따라 종단이 분파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분위기에 더하여 무속인들이 자신을 따르는 신도들을 규합하여 신생불교종단을 표방하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양상은 불교라는 종교가 지니고 있는 태생적인 한계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즉 개신교나 천주교와 같이 냉정한 이단 논쟁이나 교리의 선명성 논의가 불교계에선 전개된 바가 없다는 점이다. 신생종단 중에 종단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알 수 없는 종단이 한국불교총람(2008)에 44개, 종단의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종단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간한 한국의 종교현황(2012)에 의하면 128개에 이른다는 점 등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통불교를 거론하면서 독자적인 종지를 밝히고 있지 않은 종단도 발생 배경이 개인적인 이해관계 혹은 집단주의, 내지는 무속의 變容으로 의심할 수 있다. 전술한 바가 있는 도표에 의거해 각 계열별 종단이 발생하는 사회적 배경과 그 원인을 추론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선종계열의 신생종단이 많은 이유로 다음의 몇 가지를 고려할 수 있다. 먼저 한국불교의 주류가 선종이며, 한국불교의 사상을 대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은 신생종단의 이름 속에 조계라는 단어가 포함되거나 임제, 달마, 선 등의 단어가 포함되는 종단에서 알 수 있다. 창종자에 대해 명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이 한계이지만, 대다수 조계종의 승려출신이거나 아니면 태고종에서 분파된 것이 많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태고종은 최근까지도 내분에 시달렸으며, 이로 인해 별도의 종단을 만든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그런 만큼 태고종의 내부역량 역시 쇠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기타 승려출신은 아니지만 조계종의 후광을 이용하고자 하는 무속인 출신들이 신생종단을 만든 경우를 고려할 수 있다.
둘째 법화계열의 신생종단이 선종계열 다음으로 많은 것도 분파작용의 일종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불교법화종이나 대한불교법화종을 중심으로 결속력이 약한 종단체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종권을 다투는 내분으로 인해 분파된 경우이다. 기타 일본불교 중에서 법화계열의 영향을 받는 경우이다. 그동안 단위 사찰을 중심으로 명맥을 유지해 오다가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을 형성해 종단의 면모를 갖추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종단 전체의 신도 수는 몇 백 명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특히 법화계열은 60년대에서 70년대에 걸쳐 진행된 왜색불교청산운동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으며, 그로인해 일련종계열의 종단이 급속하게 쇠락했다. 최근 등장하는 신생종단 중에는 이들 잔여 세력의 일부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셋째 미륵계열이 많은 것은 기존 미륵계열에 속하는 종단의 분파작용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대순진리회 등 미륵과 유관한 종단에 소속되어 있던 사람들의 분파작용, 내지 신생종단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임의로 종단의 정체성을 결정한 경우이다. 미륵은 널리 알려진 보살이며,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불교라는 점을 고려할 수 있다. 대중에게 친숙한 종단 이름을 만든다는 것은 대중성을 담보하기 위해 신생종단에서 취하기 쉬운 방법이라 본다. 그런 경우를 고려하면 정토계열의 신생종단 역시 마찬가지라 볼 수 있다.
넷째 밀교계 신생종단은 기존의 종단에서 분파된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밀교가 지니고 있는 대중적인 친숙도나 전문성 등을 고려하면 신생종단을 만드는 경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밀교적 색채를 드러내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엄계열의 신생종단은 선종과 무관하지 않다.18) 특히 한국불교의 사상적 특징은 화엄사상을 기저에 내재하고 있으며, 여전히 조계종의 강원에서는 화엄경 내지 대승기신론 등 화엄사상과 유관한 경론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국불교의 주류종단인 조계종에서 교육을 받은 승려라면 화엄사상에 친밀감을 지니게 된다. 그런 점에서 조계종이나 태고종에서 분파되는 경우, 그 중의 일부 승려는 화엄종의 종지종풍을 계승하는 것처럼 주장할 수 있다.
다섯째 한국불교총람(2008)에 수록된 정보로는 종단의 정체성을 알 수 없는 종단이 매우 많다는 점이다. 종단의 명칭과 종조, 종지종풍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종조, 소의경전, 종지 등이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러한 경우는 종단을 창립한 사람들이나 종단의 구성원들이 지니는 불교적인 지식이 상식을 벗어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즉 정식으로 불교를 수학한 적 내지는 출가한 주류종단에 출가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혹여 출가한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불교를 체계적으로 수학한 바가 없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종단이 왜 발생했으며, 어떻게 계승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의식은 고사하고, 불교라는 종교가 왜 존재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성찰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신생종단의 발생 배경에 대해 개략적으로 살펴보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많은 신생종단이 발생하게 된 이면에는 한국불교의 역사적 질곡 이외에, 한국불교의 자정기능 상실이 전제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사상의 선명성을 문제 삼지 않는다는 점에서 누구나 승려가 될 수 있고, 승복을 입을 수 있으며, 사찰을 건립해 운영할 수 있다. 특정 종단의 승려가 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지만 신생종단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어느 정도의 경제력과 활동 공간, 추종자들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하다. 필자의 의견이지만 수많은 신생 종단 중에서 절반 이상은 무속의 변모가 아닐까 추정한다. 무속인들이 불교의 얼굴을 하고 이면에서는 무속 행위를 하는 경우이다.
적어도 무속인 보다는 승려가 사회적으로 무시당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지만 기존의 주류 종단이나 안정된 종단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더 많은 신생종단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3. 한국불교계의 문제점과 전망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한국불교계는 해방 이후, 특히 1988년 수많은 신생종단이 탄생하기 시작하며, 현재 265개에 이르는 종단이 난립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종단난립은 한국불교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것은 순기능적일까 역기능적일까 그 점을 중심으로 문제점에 대해 검토하고, 이후의 전개방향에 대해 전망해 보기로 한다.
1) 종단 난립의 문제점
먼저 종단이 난립하는 현상에 대해 그 자체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문화적 환경의 변화는 불교 역시 변화할 것을 요구받고 있으며, 불교계 역시 이미 수많은 사상가들에 의해 변화 내지는 개혁을 요구받았다. 특히 불교의 개혁은 현대화, 대중화, 생활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것은 새로운 종단의 모습으로 등장할 수 있다고 평가하며, 그러한 시대적 흐름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이 진각종, 관음종, 원불교와 같은 신생종단이라 평가한다.19)
이들 종단은 철저하게 불교적 이념을 현대사회에 적용하여 불타의 본질적 가치를 구현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있다. 창종의 이유와 목적, 불교적 가치실현과 방법, 신도의 교육, 도제의 양성 등이 기존의 전통불교와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추구하는 이념은 대승불교이며, 보살도의 완성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수많은 신생종단의 등장이 아니라, 이들 종단의 정체성이 모호하며, 과연 불교적 가치를 구현할 자세가 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특정한 종단을 창립하는 것이 특정한 이익집단의 이기주의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점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宗派라 명명할 때의 宗은 주의주장이며, 그것은 이러한 방식의 불교적 가르침이 아니면 안 된다는 강한 자의식 속에 탄생하게 되는 불교적 구원론이다.20) 그리고 그러한 구원론을 중심으로 종도들이 강하게 결속하며, 면면히 계승되는 것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종파불교의 성립사적 입장에서 볼 때, 새로운 종파의 성립은 새로운 구원론의 등장과 궤적을 함께 한다고 볼 수 있다.
그 구원론에 대한 찬반은 결국 신도의 유무로 결정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불교계의 대다수 신생종단은 창종의 이유와 목적이 분명하지 않다. 새로운 이념과 실천방안은 말할 것도 없고 과연 불교적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점을 지울 수 없다. 불교라는 얼굴의 이면에 이기심과 무속이 함께 筋骨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발생배경과 역사적 계통이 여하튼 이후의 한국불교발전에 순기능으로 등장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할 수 있다. 오히려 한국불교의 무속화를 가속화시키는 동력인이 되어 대중들의 외면을 받을 뿐만 아니라 불교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적 이미지를 격하시키는 일로 표출될 가능성도 높다.
둘째 앞에서 종지종풍이 명확하지 않은 종단, 무속인들에 의해 창종된 종단에 대해 언급했다. 그렇다면 불교라는 이름에 상응하는 종단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계승하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하는가 하는 점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출발은 모호하지만 이후 그 정체성이 선명해진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많은 종단 중에서 출가자나 재가자에 대한 불교적 의식을 제고하기 위한 교육은 종단협에 가입된 몇몇 종단에 지나지 않는다. 최신 조사보고서21)에 의하면 불교지도자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은 일반 4년제 대학이 4곳, 대학원대학교가 2곳, 승가대학이 19곳, 전문교육기관 18곳, 선원 164곳으로 밝혀져 있다. 조계종, 진각종, 천태종, 태고종 등이 대학이나 대학원대학교를 직간접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그것은 전문적으로 도제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아니라는 점이다.
진각종의 도제는 주로 진각대학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 학교는 비인가 대학이다. 태고종 역시 동방불교대학에서 도제를 교육하고 있지만 교육과정이 부실하고, 2년제 비인가 학교이다. 근년부터 천태종도 강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금강대학교 불교학부에서도 도제를 교육하는 이중 형태를 취하고 있다. 기타 종단에서 불교대학이란 간판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은 모두 신도를 재교육하고자 하는 목적이 강하며, 관음종처럼 도제를 양성하는 과정을 별도로 운영하기도 하지만 도제양성이란 차원에서 보면 전반적으로 교육내용이 매우 부실하다.
이상에서 열거한 몇몇 중요 종단, 특히 조계종을 제외하면 기타 종단의 도제양성교육은 유명무실하다. 불교적 가치를 구현할 지도자를 양성하는 과정이 부실하다는 것은 종단의 정체성 수호 내지 확장에 적신호가 아닐 수 없다. 그나마 부실한 교육과정이라도 운영하고 있는 것을 다행이라 평가한다는 것은 한국불교계의 종단현실이 그만큼 체계적이지 못하고 전도가 불명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이 보편화된 현대사회에서 불교적 가치를 구현할 각 종단의 지도자 양성이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계종을 비롯한 몇몇 거대 종단 이외에 수많은 군소종단을 부정적으로 전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은 종단으로 독립되어 있지만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도 불명확하며, 불교인지 무속인지 그 정체성조차 불명확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 만큼 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노력 역시 찾아보기 힘들며, 전적으로 기복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판단한다면 신흥종단이 발생만큼 한국불교가 안정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2) 한국불교계에 대한 전망
한국의 불교계에 265개의 종단이 있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군소종단을 중심으로 계속 분파될 것이라는 점은 여러 가지 정황을 통해 예측할 수 있다.
군소 종단이 이해관계에 따라 분화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단위 개개의 사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것이 편리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특정한 목적도 없이 분화되는 것은, 이미 언급했듯이 그에 비례해 불교계의 불안정을 시사하는 것이다.
불교계 전체를 본다면 군소 종단은 그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불교계 전체를 변화시킬 추동력을 지니는 세력집단이 될 수 없다. 여전히 조계종, 천태종, 진각종, 창가학회,원불교 등 거대 종단의 주변 종단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은 조계종을 중심으로 하는 불교계의 원심력에 좌우되는 운명을 벗어날 수 없으며, 여전히 기복적인 불교의 성향에 무속을 융합한 형태로 명맥을 유지할 것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결국 불교계의 미래를 좌우하는 것은 조계종의 움직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조계종과 동일한 뿌리를 지니고 있는 태고종은 관성적이란 표현을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진각종과 천태종은 현대사회에 적응하는 종단으로 변모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주도적이지 못하다. 그런 점에서 무엇 보다 조계종의 움직임이 한국불교의 미래를 결정할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 분명하다.
조계종은 불교의 현대화, 대중화, 생활화를 위해 지속적인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간한 한국의 종교현황에 나타나 있는 불교계의 사회적 지표는 90% 이상이 조계종과 직결되어 있다. 특히 교육원과 포교원을 구성하여 신도와 출가자의 교육과 포교에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94년 이후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각 방면의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다양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2005년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에서는 2005년에서 2014년 사이의 10년간의 포교계획을 수립한 조계종 포교비전 을 통해 조계종 포교의 기본 방향을 ‘자유로운 나,평화로운 세상’에 두고, “포교 영역 확장을 통한 한국불교 저변확대와 불자의 신행혁신과 조계종 핵심신도 양성”에 목표를 두고 있다.22) 구체적인 추진전략으로 첫째 신도 역량의 강화, 둘째 포교시스템 강화, 셋째 포교 영역 확장 및 강화23) 등 세 부분으로 구분하고 있다. 조계종 교육원에서도 실무담당자가 현행 조계종의 도제교육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도제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24)
불교적 가치를 구현할 도제교육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연말 불교계의 미래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발표가 있었다. 조계종 산하 연구소로 되어 있는 불교미래사회연구소장의 이름으로 발표된 종단 개혁 50년, 2044년 한국불교의 자화상 이란 발표문이 그것이다.25) 연구보고서라 평가하기에는 미흡한 이 발표문에 따르면 2044년 이후 한국불교는 한국종교사회에서 소수로 전락할 것이란 예측이다. 그러면서 카톨릭이 한국종교의 최대 교파가 되어 한국 종교를 주도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여하튼 이 발표문은 조계종과 관련하여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밝혀주고 있다. 즉 조계종이 소수 종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다음의 몇 가지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첫째 조계종의 신규 출가자가 감소하여 연 20명 선으로 급감할 것이라 본다. 둘째 종단 재정의 감소, 셋째 종단 행정시스템의 전근대화, 넷째 종단 조직의 비효율화 등이다.
그런데 불교미래사회연구소가 발표한 발표문에서 지적하고 있는 내용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것이다. 조계종단 안팎에서 이미 널리 인식되고 있는 사항들이며, 그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발표문의 발표 저의를 짐작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혹자들은 조계종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이런 발표문을 발표한 것이 아닌가 추정하기도 한다. 여하튼 현재 조계종은 출가자가 급감하고 있으며, 그 자체는 종단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는 점에서 종단적 차원에서 본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기타 재정이나 조직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란 점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도 있다고 본다.
조계종이 출가자의 감소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반면26), 비구 독신을 고집하지 않는 여타 종단에는 출가자 문제가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오히려 사회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뒤늦게 출가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문제는 조계종을 제외한 여타 종단의 현실은 도제교육이 조계종처럼 구비되어 있지 않으며, 도제를 교육할 교수요원 역시 풍부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또한 이미 전술한 바가 있듯이 조계종이나 진각종, 천태종을 제외하면 대다수 종단이 개사찰 단위로 운영되고 있어서 내적 역량을 결집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점을 조속한 시일 안에 개선하지 않으면 불교계의 미래는 그다지 양양하다고 말할 수 없다. 다종교 현실의 한국사회를 고려한다면 심각한 상황에 봉착할 개연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조계종의 다양한 움직임을 고려한다면 한국 불교가 단시일 안에 한국사회의 외면을 받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많은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요인 역시 많기 때문이다. 먼저 역사와 문화가 지니고 있는 관성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수 없다는 점이다. 불교계의 주류 종단을 중심으로 그 지도자들은 불교적 교육을 충분히 받은 사람들이 많으며, 그들은 부단히 전통과 현대, 문화적 관성과 문화의 재창조 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둘째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94년 이후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을 중심으로 현재 1천여개의 복지시설이 운영되고 있으며27), 기타 종단이나 불교 유관 복지법인에서 운영하는 것까지 망라하면 1천여개 이상의 복지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기타 수 많은 신행단체, 언론, 연구기관 등이 활동하며 대중과 소통하는 종교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셋째 최근 들어 템플스테이, 사찰 음식 등 웰빙 문화와 소통하고 있으며, 수행과 내면의 성찰을 중시하는 종교적 특징은 개인주의가 만연하는 고도산업사회의 사회적 병리현상 중의 하나인 극도의 개인주의를 치유할 정신적 대안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일부의 현상이지만 이런 점은 이미 심성산업과 결합하여 자본주의의 물결에 편승하고 있다.
4. 맺는 말
이상의 한국불교계의 종단 현황을 중심으로 한국불교의 현재와 전망에 대해 살펴보았다. 265개에 이르는 종단의 난립은 거대 주류종단과 무관하게 한국불교의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신생 불교종단은 대부분 소규모 종단이며, 그 정체성 역시 모호하다는 점에서 불교계의 발전에 역기능으로 작용할 가능성 역시 상존한다. 제나 신도에 대한 교육제도나 내용이 미비되어 있으며, 창종의 목적이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불교계는 거대종단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소규모 종단의 난립이 불교의 발전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출현 배경이 다양한 만큼 일률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난점도 있지만 군소 종단은 거대 주류 종단의 원심력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종단의 출현은 불교계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사회적 지표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 만큼 불교계 내부의 비판기능과 자정기능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이들 군소 종단이 불교의 무속화를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만 할 것이다. 이런 점은 불교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 말할 수 없다.
종단 난립의 부정적인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불교계의 장래는 그렇게 부정적이라 판단할 수는 없다. 불교가 지닌 문화적 · 역사적 유구성과 관성은 새로운 차원에서 한국문화를 발전시키는데 기여하게 되리라 전망한다. 거대종단을 중심으로 현대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이제 적응의 차원을 넘어 어느 측면에서는 현대사회의 문화적 트렌드와 융합해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 생태, 웰빙, 수행 등을 융합한 불교문화, 혹은 자본주의와 수행문화가 융합된 심성산업 등이 그러한 움직임을 대표하고 있다. 현재 한국불교계는 전체적인 측면에서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미시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종단의 난립을 통한 불교문화에 대한 오해 내지 불교의 무속화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지만, 거시적 차원에서 보자면 새로운 문화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역동하는 불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은 불교발전에 순기능으로 작용하리라 전망된다. 다만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하고 승화시킬 것인가 하는 것은 한국불교계의 남겨진 숙제가 아닐 수 없다.
각 주
* 동방대학원대학교
1) 한국불교총람, 대한불교진흥원, 2008, p.26.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간한 한국의 종교현황은 많은 숫자의 종단이 기재되어 있지만 그 성격을 알 수 있는 내용은 한국불교총람 보다 못하다. 그런 점에서 분석의 기초자료가 아닌 보조 자료로 활용하는데 그치고자 한다.
2) 이하의 내용은 문화관광체육부에서 인터넷에 공시하고 있는 2009종무행정백서의 내용을 참고했다.
3) 한국불교총람, 대한불교진흥원, 2008, pp.50-80참조.
4) 김방룡, 「해방후 한국불교의 분열과 신생종단의 성립과정」, 종교문화연구제3호, 2001, p.298에서 1992년에 발간된 이강오 저의 한국신흥종교총람을 인용해 용화종이 증산계열임을 밝히고 있다. 증산계열의 분파는 미륵계 신흥종단의 출현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5) 한국불교총람, 대한불교진흥원, 2008, pp.80-111참조.
6) 홈피에 의하면 1995년 6월 창립. 2012년 4월 2일 현재 42개 종단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7)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의 종교현황, 2012, pp.24-31
8) 문화체육관광부, 앞의 책, pp.32-36. 종단의 명칭은 너무 많은 관계로 생략한다.
9) 김방룡, 「해방 후 한국불교의 분열과 신생종단의 성립과정」, 종교문화연구제3호, 2001, pp.297-298.
10) 이원범 편저, 한국내 일본계 종교운동의 이해, 제이앤씨, 2008, p.219
11) 이원범, 앞의책, p.221참조.
12) 이원범, 앞의책, p.222참조.
13) 김방룡, 「해방후 한국불교의 분열과 신생종단의 성립과정」, 종교문화연구제3호, 2001, p.299
14) 村山智順, 朝鮮の類似宗敎, 조선총독부, 昭和10, pp.351-433 참조.
15) 村山智順, 앞의책, pp.472-475. 이강오는 한국신흥종교총람, 1992, p.587에서 각세도를 불교계 신흥종교로 분류하고 있으며, 이강오의 분류에 의하면 천인도나 천화교는 동학계일 가능성도 있다.
16) 이강오, 한국신흥종교총람, 한국신흥종교연구소, 1992, p.587 참조.
17) 김방룡, 앞의 논문, p.307 참조. 해방 이후 이들 계통의 분파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다. 일본에 뿌리를 두고 있는 종단에 대해서도 잘 정리해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불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임제종과 일관도계를 소개하고 있지만 이것은 재고의 여지가 많다. 대만인지 대륙인지 그 계통이 명확하지 않으며, 이들 종파를 만든 사람들이 임의로 자신들의 사상적 계통을 주장한 것이라 본다.
18) 김방룡은 이강오(한국신흥불교단체)와 양은용(신종교실태조사보고서, 1997년 문화체육부 지원)의 조사보고서를 중심으로 화엄계 종단을 소개하고 있으며, 이강오는 화엄계가 국내 기성종단에 뿌리흫 둔 것으로 본다. 그리고 여기에 속하는 종단으로 원효종, 화엄종, 총화종, 대한불교현수(이강오)와 원효종, 화엄종, 총화종, 해동종(양은용)을 들고 있다. 여기에 소속된 현수종의 종정은 조계종 소속 승려였으며, 총화종 역시 태고종에서 분파된 것이다. 해동종은 1995년에 창종되었는데 역시 태고종에서 분파된 것이다. 종명과 소의경전에 무관하게 조계종 내지 태고종에 사상적 뿌리를 두고 있다.
19) 차차석, 「한국불교, 어떻게 개혁을 지향해 왔나」, 불교평론 제50호, 2012년 봄호, pp.25-26
20) 차차석, 중국의 불교문화, 운주사, 2007, pp.96-98 참조.
21) 문화체육관광부, 앞의책, pp.116-118 참조.
22)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조계종 포교비전, 2005, p.29
23) 포교 영역 확장 및 강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야별 포교전문 인력 양성과 교육, 미디어를 이용한 포교 다양화,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청년) 계층 포교 활성화, 중장년층 포교전략 강화, 사회문화 포교 종책 기반 조성과 역량강화, 신도시 농어촌 지역 등 전략지역 포교지원,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한 국제 포교 활성화 등을 중점 사업으로 제시하고 있다.
24) 불교평론 제42호, ‘한국불교, 여기에 문제 있다’에 실린 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 법인의 글 참조.
25) 이 발표문은 A4용지 18쪽 분량이며, 전문은 불교미래사회연구소 홈피에서 다운 받을 수 있다.
26) www.beopbo.com 2012.04.10, 1142호 “조계종, ‘출가자 감소, 고령화’ 타개책 모색” 참조.
27)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 불교사회복지연구제10호, 2011, p.16
한국불교의 현재와 미래-불교계 종단의 분파활동과
그 문제점을 중심으로」에 대한 논평문
석 길 암*1)
1.
본 논문은 ‘한국불교의 현재상’을 불교계 종단의 분파활동을 중심으로 정리하고, 거기에서 노출되는 문제점은 물론 그것으로부터 파생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논자의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다.
불교는 한국사회의 상당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종교집단이기 때문에 그러한 거대 집단의 현재상을 단적으로 파악한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한 작업이며, 갈래치기에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논자 역시 이러한 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며, 그 한계 때문에 불교계 종단의 분파활동이라는 좀더 좁혀진 기준점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좀더 명료해진 기준점에 의해서 한국불교의 현재를 정리함으로써 그것으로부터 좀더 쉽게 문제점을 드러내는 방법론의 적용에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적지않은 자료의 정리를 요하는 작업을 수행해내신 논자의 노고는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점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논자가 제재로 삼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그저 피상적으로만 인지하고 있던 토론자로서는 논자의 거시적 안목과 미시적 안목이 결합된 분류와 문제점의 직시를 높이 평가하면서, 동시에 토론자가 해당 분야에 밝지 못하여 피상적인 입장에서의 의견 제시밖에 할 수 없음을 양해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아래에서는 논자가 제시한 자료와 문제점 그리고 전망을 토대로 토론자의 의견을 제시하였으며, 재차 토론자의 안목 부재를 양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2.
먼저 논자는 종단난립의 현재상을 다양한 자료에 의해 제시하고, 그 다음으로 ‘왜 종단의 난립을 결과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역사적, 구조적 원인을 추적하였으며, 셋째는 종단의 난립이 초래하는 현실사회 및 불교계의 문제점을 제시하였으며, 그것으로부터 전망되는 한국불교의 미래가 가지는 장단의 가능성에 대한 예측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읽혀진다.
이 같은 읽기에 근거하여 보완 혹은 사족의 의미에서 몇 가지 질의를 드리고자 한다.
첫째, 종단의 분파활동을 중심으로 한국불교의 현재를 정리한다는 것은 사실 아주 현실적인 작업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대단히 피상적인 작업이 될 수도 있다. 더군다나 논자가 정리하고 있는 것처럼, 대부분의 분파활동이 ‘정체성’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분파활동 자체가 한국불교의 현실을 판단하는데 의미를 가지기 힘들 수도 있다고 생각 된다. 그리고 논자가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불교’의 현실적 범주가 지나치게 넓어지는 상황에서는 그러한 의미의 무용성은 더욱 강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곧 논자가 분류에 넣고 있는 다양한 범주들은 ‘현재’의 이해에 있어서는 대단히 유용한 도구일 수 있으나, ‘정체성’이라는 문제를 고민의 범주에 포함시킬 때는 지나치게 확대된 외피의 범주가 오히려 분석의 유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생각된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단의 난립이라는 현실 자체가 ‘정체성’의 파괴, 심하면 ‘정체성의 무용’이라는 한계를 넘어선 범주에까지 이른 현실적 문제점을 노정하여 보여 준다는 논자의 문제의식에 동의한다고 한다면, 논자가 제시하고 있는 문제의 출발점에 대한 분석은 너무 단선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곧 논자가 제시한 종단의 난립이 초래된 원인과 배경의 문제는 오히려 너무 범위를 제약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아마도 문제의 틀이 지나치게 확장되는 것을 배제하기 위해서라고 생각되지만, 한국근대사에 있어서의 역사적 아노미 상태에 대한 최소한도의 서술은 필요하지 않을까 제안한다.
왜냐하면, 토론자가 생각하기에 종단의 난립이라는 현실은 많은 부분에 있어서 한국불교 내부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사회 전체가 근대화 과정에서 겪었던 문제들의 동시적인 소산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곧 논자가 제시한 부분은 너무 불교내적 상황에만 제약을 두어서 서술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셋째, 논자는 불교계 종단의 분파활동이라는 분석틀을 제시하면서, 사실은 정체성에 대한 인식의 중요성에 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정체성 문제를 거론하기 위해서 종단의 난립이라는 분파활동의 문제를 소재로 삼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점에 대한 대안의 문제에 있어서는 적극적인 전망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데, 이 부분에 대한 논자의 입장을 좀더 상세히 개진하여 토론자의 부족한 안목을 채워주시기를 요청드린다.
* 금강대학교 불교문화연구소
첫댓글 감사히 잘보고 공부 합니다 나무 묘법 연화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