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신화되어가는 비엔날레의 한계를 넘어서는 실천
<프로젝트 대전>
이영준 (큐레이터, 김해문화의전당 전시교육팀장)
김준기 큐레이터의 <과학도시 대전의 과학예술 프로젝트>라는 발표원고를 잘 읽었습니다. 대전시립미술관이 진행해 왔던 <프로젝트 대전>에 대한 일종의 사례발표입니다만 그 속에는 예술과 과학, 그리고 종교를 아우르는 폭넓은 개념이 들어있습니다. 저는 프로젝트 대전이 진행되는 과정을 멀리서나마 지켜봐왔고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감했던 사람입니다. 제가 프로젝트 대전에 대해 공감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로 한국의 지역공립미술관이 지향해야할 가치를 실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의 공립미술관들 중 관장의 디렉터십과 학예실의 큐레이터십이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는 곳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제9대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었던 이경성선생을 시작으로 한국의 국공립 미술관은 타 기관과는 다르게 미술전문인들이 관장을 역임해 왔습니다. 국립현대의 경우 이경성, 김세중, 임영방, 최만린, 오광수, 김윤수 선생님 등이 관장을 맡았고, 부산시립미술관의 경우 김종근을 시작으로 허황, 김용대, 조일상(연임)선생님이 관장으로 일해 왔습니다. 미술전문인이 관장시대를 맞이하였지만 이 분들이 기관경영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 보니 학예실장처럼 일을 합니다. 기관경영을 위한 디랙터십을 세우기보다는 전시에 지나치게 개입하면서 학예실의 기능을 침범하는 현상을 낳게 되죠. 관장은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임기가 3-4년 정도입니다만 학예실은 미술관의 역사와 동행합니다. 그래서 디랙터십과 큐레이터십은 엄격하게 분리되어야 하고 학예실은 전시기획에 대한 정연한 철학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면에서 대전시립미술관은 과학예술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예술과 과학 그리고 종교를 넘나드는, 공립미술관 단위 전시로는 최대인 7억의 예산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뿐 만 아니라 이를 키워드로 대전시립미술관의 사업을 정립하고 큐레이터십의 골격을 갖춰 나갔기 때문입니다. 사실 공립미술관의 전시들을 보면 감각적인 큐레이팅이나 명망에 기댄 나열식 전시의 한계를 넘어서는 곳이 그렇게 많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면에서 대전시립미술관의 <프로젝트 대전>은 공립미술관이 가져야할 소중한 가치를 실현한 사업으로 기억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과학예술의 가능성을 한 단계 더 심화했다는 점입니다. 흔히 미술계에서 과학은 타자였고 매체에 내재하는 개념 정도로만 이해되어져 왔습니다. 다시말해 작가의 작업을 구체화하는 하나의 도구 정도로만 바라보았다는 점입니다. 흔히 테크놀로지 아트, 미디어 아트, 그리고 바이오 아트 등과 같은 개념은 이를 증명하는 단어들입니다. 반면 대전 프로젝트는 과학에 대한 근원적인 개념을 새롭게 의제화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주제였던 ‘에네르기’나 두 번째 주제였던 ‘브레인’은 과학에서도 매우 민감한 주제들입니다. 김준기 큐레이터는 이러한 주제를 설정하기 위해 수많은 과학자와 예술가들이 함께 대화하고 만나는 시간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래서 흥미위주의 스펙타클 한 전시를 만들기보다는 예술과 과학이 많은 대화를 통해 새롭게 ‘만나는 장’을 펼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실천은 물신화 되어가고 있는 지역 비엔날레의 한계를 넘어서는 실천으로 이해가 됩니다.
질문1> 김준기 큐레이터는 “과학과 예술 그리고 종교라는 세 가지 영역이 분화한 결과가 근대성이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과학, 종교 등이 각각의 공론장이 있을텐데 이것이 예술공론장과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최근 지리산 프로젝트에서는 종교와 예술의 만남을 진행하고 계신데 이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질문2> 오늘 세미나의 주제가 ‘미술관 전시기획과 지역별 미술비평의 현황과 문제점’인데 <대전 프로젝트>중심으로 글을 쓰셔서 좀 다른 질문을 드립니다. 김준기 큐레이터는 가나아트, 부산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등 한국의 사립과 공립미술관을 두루 아우르는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준기 큐레이터가 보기에 현재 공립미술관 운영에 대해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할 과제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