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보답은 살아있을 때나 죽어서도 갚는다는 의미가 담겨있기도 하다. 몇 년 전 내가 문학동인회에 있을 때, 나의 문우로부터 책 한
권을 선물로 받았다. 그래서 나도 답례를 하려고 하였으나, 세월이 한참이나 흘러버렸다. 그 책 내용을 읽어보고 흥미로워서 여기에 전개해보려고
한다.
절영지연(絶纓之宴)이란 뜻에는 장왕(중국 초나라)이 투월초의 난에서 공을 세운 신하들을 위해 베푼 연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갑자기
휘몰아친 광풍으로 인해서 촛불이 꺼져버렸다. 이렇게 해서 갑자기 캄캄한 어둠의 틈을 타서 아주 묘한 일이 일어났다. 장왕의 애첩이 소스라치게
소리를 지르며 왕에게 이렇게 말했다.
“장왕님! 여기에 있는 어떤 장수가 내 입술을 훔쳤나이다. 제가 급히 그 장수의 갓끈을 뜯었으니 불을 켜서 누구인지 찾아서 벌을
주소서!” 물론 불을 켜서 찾으면 금방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장왕은 그때 애첩의 말을 듣지 않고 불을 켜지 못하게 하였다. 그
장본인을 찾을 수 없도록 장수들에게 “모두 갓끈을 끊어버리라” 라고 명령했다. 물론 범인을 찾을 수 없게 되고 말았다.
낙화유수라고 했던가? 꽃들은 만발하게 피었다 지고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흘러 3년이 지난 뒤의 이야기가 있다. 초나라가 진나라와 전쟁을
할 때, 특별히 자기의 목숨을 바쳐 싸운 장수가 있었다. 그래서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에 장왕은 그 공을 칭찬하기 위해서 그 장수를 불렀다. 그는
왕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3년 전 연회 때,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왕이 저의 죄를 가리신 은혜에 보답했을 뿐입니다.”
은혜(恩惠)란 무엇인가? 사랑으로 끼치는 신세로 혜택, 자혜와 같은 뜻이며, 반대는 원한(怨恨)이다. 보답(報答)이란 무엇인가? 남의
호의에 대해서 답례를 하는 것으로 보수(報酬)라고도 말한다. 은혜의 보답으로는 죽어서도 하는 것을 결초보은(結草報恩)이라고 한다. 즉 ‘죽은
뒤에라도 은혜를 잊지 않고 갚는다.’의 뜻을 지녔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바로서는 절영지연은 한 장수가 살아서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싸워서 갚은 은혜이다. 결초보은이란 죽은 뒤에라도
은혜를 잊지 않고 갚는다. 라는 뜻을 깨달았다. 예나 지금이나 사사로운 일이나 또 공공의 일에도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 신하와 왕(王)은 물론
현대의 지도자들은 국민에게 결초보은하는 자세로 국정에 임하여야 하리라고 믿는다.
이러한 내용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살아오면서 주위에서 많은 은혜를 받고 살아왔다. 이러한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인색하지 말고
성실한 자세로 삶을 살아야 되겠다고 다짐을 해 본다. 나 너 할 것 없이 마소와 같이 살기보다는 우리 모두 만물의 영장답게 삶을 아름답게
꾸며보면 어떠할까?
어쩐지 오늘은 내 모자의 끈과 밖에서 바람에 휘날리는 풀잎의 소리가 내게 가까이 다가오며
속삭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