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은 공공의 적이요, 든든한 후원자다. 불법 다운로드로 빼앗긴 시장이 2,816억 원어치(2004년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추정)나 됐지만, <태극기 휘날리며>도 <왕의 남자>도, <괴물>도 인터넷에서 천군만마를 얻어 흥행신화를 써내려갔다. 대한민국 인터넷 영화 마케팅의 현재를 가늠한다.
“인터넷에서 그 정도 소문이 났다는 건, 그건 정말로 희망의 빛을 보는 거다. <다세포소녀>의 경우는 인터넷에서 그런 화제를 모으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이다.” <다세포소녀> 온라인 마케팅 대행사 지니스커뮤니케이션 문재규 대표는 흔들녀 동영상이 웬만한 광고비로도 기대할 수 없는 마케팅 PR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고 말한다. “네이버나 다음 홈에 그림창이 들어간 콘텐츠가 뜨게 되면 적게는 하루 20만, 많게는 50만 클릭 수가 나온다더라. 내가 인터넷 광고비를 집행하는 사람이라 클릭 수 20만에 대한 의미를 잘 안다. 그건 1억 원 정도 광고를 해서 배너 하나 잘 만들어도 나올까 말까한 수치다. 영화마다 그런 이슈를 만들려고 노력은 하지만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세포소녀>의 경우는 행운을 잡았다고 할 수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2006년 5월 자체집계한 1일 순 방문자(unique visitors, 특정 웹 사이트를 일정 기간 동안 적어도 한 번 이상 방문한 사람. 동일 IP주소에서 일정 기간 여러 번 방문해도 방문자 한 명으로 본다)는 1,500만 명이다. 하루 평균 1,500만 명이 네이버 홈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역시 네이버 자체집계에 의하면 1 일 페이지 뷰(page view, 사용자가 특정 사이트에 접속해 페이지 내용이 브라우저에 뜨는 것)는 7억 건이다. 하루에 7억 번 웹 페이지가 펼쳐진다는 얘기다. 이런 기준으로 <다세포소녀>의 흔들녀 동영상이 단일 사이트 네이버에서만 노출된 횟수를 어림잡아 볼 때… 어림잡기 힘들다. 실로 어마어마한 수의 네티즌이 흔들녀에 흔들렸다 할 수 있다. 흔들녀 동영상을 찾는 네티즌이 많아짐으로써 '흔들녀'와 '김옥빈', '다세포소녀' 등 검색어 순위도 올라갔을 테고, 인기 검색어로 등극하면서 또 다시 많은 네티즌들이 흔들녀, 김옥빈, 다세포소녀를 알게 됐을 것이다. 이 블로그에서 저 블로그로, 흔들녀를 퍼가고 퍼오는 와중에 흔들녀는 정신없이 흔들렸고, 동시에 네이버도, 인터넷도 뒤흔들었다.
영화, 포털의 킬러 콘텐츠
FILM2.0이 영화 마케터를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설문조사(후속 기사 참조)에 따르자면, <다세포소녀>는 한국영화 중 가장 많은 지지를 얻어 인터넷 영화 마케팅 의 성공 사례로 꼽혔다. 인터넷 만화 원작, 인터넷 얼짱 출신 주연배우라는 인터넷 DNA가 뼛속 깊이 박힌 <다세포소녀>는 '인터넷 환경에서만 가능한 ‘흔들녀’ 등 화제창출을 통해 성공적으로 인지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다세포소녀>의 성공 사례는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넓은 의미의 인터넷 환경이 아니라 포털사이트로 집중화되고 있는 최근의 인터넷 환경을 잘 이용했다 할 수 있다. 동영상과 UCC(User Created Contents, 이용자 제작 콘텐츠)는 상반기 인터넷의 최대 화두였다. 6월 말 네이버, 다음, 야후, 엠파스 등 주요 포털의 동영상 서비스 이용자 수는 1천 709만 명으로 이는 올 1월의 892만 명에 비해 무려 98% 성장한 수치다. 4개 포털의 전체 방문자 중 53%가 동영상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동영상 서비스는 1년도 안 되는 최단기간 내에 포털의 주요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네이버 e마케팅2팀 장소영 과장은 “동영상 배너 광고가 첫 선을 보인 게 재작년인데, 올해는 동영상을 이용한 이벤트가 부쩍 활성화됐다. 동영상 자기 블로그에 담기, 동영상 친구에게 선물하기, 동영상에 댓글 달기. 아직 이용자들이 생산을 활발하게 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복사하고 배포하는 단계는 무르익은 것 같다”고 말한다. <다세포소녀>의 흔들녀 동영상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포털의 동영상 서비스의 약점을 파고들어 주요 포털 메인 페이지에 당당히 안착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또한 ‘다세포소녀’나 ‘가난소녀’ 대신 ‘흔들녀’라고 제목을 붙이고 ‘동영상 풀버전’ 등의 카피를 써 UCC 콘텐츠로 착각하기 쉽도록 유도했다. 고화질을 일부러 포기한 듯한 영상도 그간 화질은 나쁘지만 선정성이 강한 UCC 콘텐츠가 포털에서 꾸준히 인기몰이를 했다는 점에 비추어 적절한 선택이었다. '흔들녀', '흔들녀 2', '흔들남' 등으로 이어지는 타이틀 또한 포털의 검색어 자동완성기능에 적극적으로 부합할 수 있는 제목이었다. 검색창에 ‘흔’만 쳐도 <다세포소녀> 관련 검색어가 줄줄이 나왔다. 동영상, UCC 콘텐츠, 검색어, 이상 세 가지에서 강점을 가진 <다세포소녀> 인터넷 마케팅 PR은 검색, 동영상, 뉴스, 블로그, 카페 등 서비스가 폐쇄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형 포털에서 선순환 효과를 극대화한 케이스가 된 것이다.
오는 9월 추석연휴 직전 개봉하는 <가문의 영광- 가문의 부활>은 정용기 감독이 직접 포털용 동영상을 연출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 장면을 예고편을 제작하기 위해 별도로 촬영하는 경우는 있지만, 본편 연출자가 직접 포털용 동영상을 연출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주제는 ‘조폭들의 차례상’. 2002년과 2005년 그해 추석시즌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가문의 영광>과 <가문의 위기- 가문의 영광 2>의 후속작인 <가문의 영광- 가문의 부활>은 ‘추석영화=가문 시리즈’라는 브랜드 파워를 강화시키기 위해 명절 고유의 행사인 차례를 조폭들이 차린다면 어떨까, 라는 가정 하에 이런 특별 동영상을 제작했다고 한다. 지난해 <가문의 위기- 가문의 영광 2>의 개봉에 앞서서는 ‘추석영화’라는 검색어를 오버츄어 스폰서 검색 광고업체에서 구입하기도 했다. 검색어 구입이라는 말을 일반 네티즌들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검색어 구입이란 스폰서 검색이나 추천 검색 같은 가공된 검색 결과도 함께 서비스하는 국내 포털의 특성에 맞게 개발된 것으로, 구글 같은 사이트는 컨텍스트가 많아야 상위에 링크되지만, 국내 포털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포털에 ‘신촌 맛집’이라는 검색어를 치면 사이트 접속 빈도가 높은 음식점이 아니라 검색어를 구입한 음식점 사이트가 화면 상단에 먼저 뜨게 된다. 마찬가지 원리로 ‘추석영화’를 검색어로 치면 자연 검색 결과와는 관계없이 <가문의 위기- 가문의 영광 2>가 화면 상단에 뜨는 것이다. 지난 6월 말 단 한차례의 캐스팅 발표 후 7월 내내 네이버 검색순위 10위권을 지켰다고 홍보한 <누가 그녀와 잤을까>는 단순히 제목이 화끈해서가 아니라 이 같은 검색 광고를 통해 검색어 순위에 오를 수 있었다. 네이버에 ‘눅’만 쳐도 ‘누가 그녀와 잤을까’가 자동검색 결과로 반영된다.
천덕꾸러기 영화 홈페이지
2002년 49회 칸국제광고제 '이벤트 프로모션' 부문에서 <취화선> 홈페이지가 은상을 수상했다. 한국기업이 칸광고제 이벤트 프로모션 부문에서 수상하기는 <취화선>이 처음이었다. 9년 동안 서예를 갈고 닦은 웹 디자이너 권혁의 힘찬 붓놀림이 백미였던 이 홈페이지는 BMW, 나이키 등 세계적인 기업의 홈페이지와 경쟁을 펼친 끝에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화선>의 55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과 함께 그 해의 쾌거로 기억된다. 2001년 깔끔한 디자인과 재미있는 인터페이스로 큰 반향을 일으킨 <엽기적인 그녀>의 성공 이후 한국영화는 공식 홈페이지 제작에 열을 올렸다. 더 크게, 더 멋지게, 더 화려하게. 정보의 바다를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네티즌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튀는 디자인이 필요했고, 조금이라도 튀는 주소가 필요했다. <공공의 적>(www.00enemy.com) <복수는 나의 것>(www.myboksu.co.kr), <일단 뛰어>(www.ildanrun.com), <결혼은, 미친짓이다>(www.crazymarriage.co.kr). 완벽한 영어 주소보다는 콩글리시로, 그래서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주소를 뽑아내는 게 홈페이지 흥행성패의 열쇠 중 하나였다. <복수는 나의 것>의 주소를 만들면서 차마 ‘vengeance’나 ‘revenge’를 못 쓰고 ‘boksu’를 택해야 했던 웃지 못 할 그때 그 시절, 그게 불과 4년 전이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검색을 하면 되니까. 언제부턴가 영화 예고편에서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영화 제목을 치라고 안내를 하더니, 그 비싼 TV 광고에서까지 포털로 들어가라고 한다. 잡지 지면 광고 귀퉁이에도 포털 검색창이 있다. 이상하게도 모든 영화 광고가 한 목소리로 홈페이지가 아니라 ‘포털로 들어가라’고 외친다. 지난 2월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한국 영화관객의 관람구매 결정요인과 마케팅 방안’이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영화 정보 취득경로에서 인터넷, 그중에서도 포털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컸다. 이 연구보고서는 영화관에서 월 1회 이상 영화를 관람하는 14세∼49세 관객을 대상으로 하며, 조사지역은 서울 및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6개 도시(부산, 대전, 대구, 광주, 인천) 지역 거주자로 모집단이 530명이었다. 1999년 인터넷을 통해 영화 정보를 얻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10.2%에 불과했으나, 2004년 20.5%로 늘었다.(표1) 영화에 대한 정보를 인지하는 방법을 묻는 1차 정보 취득경로에 대한 설문에서는 1순위 응답의 경우 TV/라디오 광고(29.4%), 영화 관련 TV 프로그램(15.1%), 인터넷 포털사이트(13.4%)였고(표2), 1차 인지 후 관련 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의 취득경로를 묻는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26.8%가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1순위로 꼽았다(표3). 2차 구 체정보 취득에서 인터넷 영화사이트(9.1%), 영화 홈페이지(6.4%), 인터넷 동호회 게시판(1.7%)을 제치고 포털이 영화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을 잘 알려주는 곳으로 인정된 것이다. “포털에 정보가 너무 많고 좋아서 홈페이지에 굳이 들어오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고민이다. 잘 안 되는 영화 홈페이지에는 5천 명도 안 들어온다. 비용 대비 효과로 봤을 때 부담이 있다. 지금 홈페이지는 일단 들어가면 어떻게 나와야 하는지 모를 정도로 복잡하다. 앞으로는 거품을 빼고 정보 중심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미 외화의 경우는 따로 홈페이지 제작 안 하고 네이버나 다음에 입점하는 경우도 있다”고 쇼박스 마케팅팀 박은경 팀장은 말한다. 다만 “포털에 지나치게 종속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우려했다. 문재규 대표도 “접속 파워를 갖고 있는 네이버나 다음이 영화 정보를 유통만 하고 자체적으로 만들지 않았다면 엔키노 같은 사이트가 없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전문 사이트가 생존하기 위해선 정보를 생산하고 그 결과가 광고로 팔려야 하는데 포털이 영화, 음악, 부동산 등 카테고리를 막론하고 직접 콘텐츠를 생산, 유통하니까 전문 사이트는 생존이 어렵다”고 지적하면서도 “영화를 검색 하고, 검색 결과로 다른 사람들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고, 자기가 관심 있는 영화의 상세 정보를 확인하는 기능이 너무도 확실하다”며 포털의 장점을 인정했다.
네이버 검색창이 26조 원?
충무로 현업 마케터들이 느끼는 포털 집중화는 더욱 대단했다. FILM2.0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마케팅 PR의 효과를 가장 많이 기대할 수 있는 사이트로 응답자의 88%가 포털사이트를 꼽았고, 영화사이트라고 응답한 사람은 1명에 불과했다. 또한 영화 PR을 가장 많이 기대할 수 있는 포털사이트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73명 중 70명이 네이버를 꼽았고, 네이버와 다음을 동시에 꼽은 응답자가 9명, 다음만 꼽은 응답자가 3명으로 집계됐다. 설문조사 결과만 놓고 보자면 ‘네이버 파워’가 절대적이라고까지 볼 수 있는 것이다.
2006년 7월 24일자 매일경제는 네이버 검색창의 가치가 연간 26조 원이라는 믿을 수 없는 가격을 발표했다. 지난 5년간 평균 검색 매출 비중과 순 이익을 곱하면 108억 원이 나오는데, 14인치 모니터 기준으로 네이버 검색창이 0.0006㎡ 면적을 갖고 있으므로 이것을 1평으로 환산하면 연간 26조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는 것이다. 매일경제는 “2005년 기준 서울지역 평균 평당 토지 가격인 1,219만 원에 비하면 놀라운 수치”며 “네이버가 검색시장의 71%를 차지하며 독주체제를 갖추면서 검색창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화라는 상품은 가격 경쟁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수요를 예측하기 어렵고, 반복적인 소비도 원칙적으로 기대할 수 없다. 주 단위로 계속 신상품이 나오며, 일정기간 동안 관객이 선택할 수 있는 상품 또한 제한적이다. 또한 구매하는 상품에 소비자의 사회적, 문화적 위치와 수준이 반영되므로, 관객은 준거 집단에서 화제가 되는 영화일수록 그에 따라가겠다는 욕구가 강하다. 때문에 영화 상품은 광고 이전에 효과적인 홍보가 중요한데 효과적인 홍보란,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이뤄진다. 0.0006㎡ 면적의 저 검색창, 그곳이 '오프라인의 광화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유독 영화가 온오프라인의 검색창 제휴, 즉 크로스미디어 마케팅에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장소영 과장은 “ 크로스미디어 검색창에는 모든 상품이 들어갈 수 있다. 라네즈를 쳐보라고 할 수도 있고, LG카드를 쳐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일 품목이 95% 이상 전체적으로 다 하는 경우는 영화밖에는 없다. 이걸 안 하는 영화는 광고비가 없어 못 하는 영화거나 크로스미디어에 제약이 있는 일부 할리우드 직배영화 정도"라고 말한다. 박은경 팀장은 “검색창 광고를 하는 날은 검색순위가 일시적으로 높아진다. 그걸 과신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말아톤>의 경우 인지도가 너무 낮아 모든 마케팅 포커스를 검색으로 맞추고 검색어 10위 안에 들어가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검색창과 검색순위는 ‘지금 뜨고 있는데 나만 몰랐나?’라는 조바심을 준다는 것이다.
낚시기사, 줄어들까?
포털이 검색 하나로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그중에서도 뉴스 서비스는 영화에 있어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여타의 상품의 판매에서 가장 주력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방법 은 광고지만 영화는 광고보다는 마케팅 PR이 효과적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 뉴스 가치가 높으므로 마케팅 PR의 대상으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광고주의 의도가 드러나는 광고보다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이나 주변의 입소문을 더욱 신뢰하기 때문이다. 어느 포털이건 가장 많은 댓글이 달린 뉴스는 연예, 영화뉴스인 경우가 많다. 다른 분야에 비해 쉽고, 가벼운 뉴스가 많아 흥미 삼아 습관적으로 읽게 되기 때문이다. 바로 포털뉴스에 있어서도 영화기사는 킬러 콘텐츠 노릇을 하는 것이다.
역시 FILM2.0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화 마케터들은 ‘영화 PR을 가장 많이 기대할 수 있는 포털사이트의 콘텐츠’로 동영상(28%)이나 배너(28%)보다는 기사(40%)를 많이 꼽았다. 이들은 또 ‘포털사이트에 노출된 기사가 그렇지 않은 기사보다 영화 PR 효과가 크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50%)와 매우 그렇다(43%)에 집중적으로 답변해 포털뉴스의 영향력을 크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포털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의 가장 긍정적인 영화 PR 효과’로 많은 물량(37%)과 속보성(33%)을 꼽은 반면, ‘부정적인 효과’로는 부정확성(40%)과 선 정성(26%)을 지적했다.
지난 8월 9일 네이버는 현재 뉴스 서비스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달 중 언론사의 의견을 모아 최종안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동안 포털은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책임은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으며, 지난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정계와 학계로부터 집중적인 비판을 받아왔다. 연예, 영화뉴스의 선정성과 지나친 밀어주기식 편집 또한 오랫동안 문제제기 되어온 바다. 네이버의 이번 뉴스 개선안 발표는 업계 1위 포털로서 나름의 자구책으로 보인다. 네이버 뉴스팀 박선영 팀장은 “선정성 문제는 우리가 뉴스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유통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렇다, 아니다 답변할 위치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그 부분에 있어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점은 알아달라”고 말했으며 밀어주기식 편집에 대해서는 “<괴물> 기사가 많다고 해서 이게 광고와 연동되거나 그런 건 전혀 없다. 우리는 들어오는 뉴스 중심으로 편집할 뿐이다. 뉴스 제공자들이 열에 아홉 <괴물> 기사를 보내는데 일부러 나머지 하나를 돋보이게 편집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이달 중 이뤄질 뉴스 개선안에 포함 될 연예, 영화뉴스 제공자 선별 기준에 관해서는 “네이버의 기준이 아닌, 객관적인 기준에서 일정하게 신뢰를 받고 있는 언론사로 선별하고 편집권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이한 공생, 어디까지 갈까?
1999년 18.3%에 불과했던 인터넷 이용률이 2005년 78.1%로 올라섰다. 하루 평균 소비량은 142.2분으로 TV 시청시간(143.7분)보다는 약간 낮지만 라디오 청취시간(48.0분)보다는 3배 이상 많고, 신문 열독시간(21.7분)과 비교해서는 7배 가까이나 많다(표5, 2006년 한국광고공사 소비자행태조사 자료). 1997년 7월 한국 최초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 두루넷이 등장한 이래, 비약적으로 빨라지는 통신망과 함께 비약적으로 발전한 인터넷은 한편으로는 불법 동영상을 유포시켜 영화 부가판권시장을 몰락시킨 주범으로 지목되지만, 한편으로는 멀티플렉스 확산과 시기를 같이하며 마케팅 PR 측면에서 한국영화산업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다시 말해 인터넷의 발달과 한국영화산업의 성장은 시기적으로 궤를 같이 해오면서 불법 다운로드라는 치명타를 맞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인터넷을 이용한 세계 어느 곳에서도 없는 현대적인 마케팅으로 입소문을 조장, 관객동원에 성공했 고, 인터넷 또한 영화 콘텐츠의 덕을 톡톡히 보는 기이한 공생관계를 맺어왔다. 어느 때보다도 확고해진 포털의 독점과 그에 대한 견제가 만만치 않은 요즘, 원수지간이었어야 할 사이에 각별한 애정을 과시해온, 영화와 인터넷이 두 번째 동거생활을 시작한다.
한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