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46달러 선을 돌파한 가운데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 주요국 경제지표가 잇따라 예상치를 대폭 밑돈 것으로 나타나면서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동시다발적으로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라크 사태 악화와 러시아 유코스 긴장에 이어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중간 소환 투표가 겹치면서 국제 석유시장 분위기가 급속히 경색됐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가 이르면 이번주중 배럴당 50달러 선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고유가에 적응하기 위해 GM과 도요타, 혼다, BMW 등이 연료 효율성이 높은 신차와 하이브리드차 개발에 나서는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에너지를 절약하는 제품 개발쪽으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의 유가 급등이 반영된 미국의 각종 지표들은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 미 2분기 GDP 성장률이 3%에 그쳐 '경기 고점 통과'에 대한 불안감을 던져준 데 이 어 13일 발표된 8월 소비자지수는 전달보다 2.7포인트나 떨어진 94.0을 기록했다.
고유가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이것이 향후 경기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수출이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미국의 6월중 무역적자가 사 상 최대치인 558억달러로 집계됐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잇따른 금리인상 속에 경기지표는 후퇴 조짐을 보이 는 등 전형적인 경기둔화 패턴으로 돌아가고 있다.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의 2분기 성장률은 연율 1.7%에 불과했다. 1분기 6.1% 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실제 GDP 충격으로 13일 일본 주식시장은 3개월 래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EU 12개국의 2분기 성장률은 0.5%에 그쳐 전문가들의 예상치 0 .6%를 밑돌았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을 경우 세계 경제의 위 축이 불가피하며 조만간 연간 경제전망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 주요국 경제지표 충격적 하락=6월 무역적자가 전월보다 88억달러나 늘어난 558 억달러를 기록하면서 미국 2분기 성장률이 햐향 조정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액션이코노믹스의 경제학자 마이크 잉글룬드는 "공식 발표된 2분기 성장률 잠정치 3%는 2.5%까지 수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장률이 하향 조정되면 고용창출이라 는 미국 경제의 최대 관건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 뻔하다.
8월 소비자신뢰지수가 급락한 것도 FRB의 "미국 경제는 이상없다"는 진단을 정면으 로 반박하는 것이다. 미국 경제를 끌어온 중심축인 소비가 무너질 것이라는 암시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앞으로 1~5개월 동안의 전망에 대한 낙관론을 측정하 는 8월 기대지수는 91.2에서 84.7로 더 크게 하락해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
도이체자산운용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벨은 "지난해는 세계 경제성장률 전 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데 시간을 소비했는데 지금은 성장률 하향 조정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 눈 앞에 다가선 유가 50달러=국제 유가가 심리적 마지노선인 50달러를 돌파할 것이냐 여부는 이번주에 결정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15일 실시된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중간 소환 투표 결과에 따라 석유시장이 또 한번 중대한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미 소환 투표를 앞둔 지난 13일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9월물은 배럴당 2.4 % 오른 46.58달러에 마감하며 21년 만의 최고치를 다시 한번 갈아치웠다.
WTI 가격은 지난주에만 무려 6% 급등했다.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이날 3.8% 급등하 며 43.88달러에 마감했다.
한국이 80% 이상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 유가인 두바이유 역시 배럴당 39달 러에 바짝 근접하며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라파엘 라미레즈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베네수엘라가 불안정 시대로 접어들게 되 면 유가의 천장이 어디가 될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소환투표를 하루 앞둔 14일 "자신이 승리할 때만 베네수엘라의 석 유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 기업들 고유가 대책에 부심=고유가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각국과 기업들이 에너 지 절약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고유가 시대를 맞아 에너지 소비를 줄 이기 위해 휘발유 ℓ당 1엔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 졌다.
일본 반도체 기업인 교세라는 세계 각국의 환경정책에 걸맞은 태양열에너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교세라는 지난 10일 미국 샌디에이고 등 해외 생산거점에 태양열 제품의 제조와 마케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교세라는 "일본 외 미국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태양열 관련 장비 생산을 늘리기로 한 결정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 사용을 법제화하려는 각국 정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혼다 BMW 등 미국 자동차 시장 중 50%가량을 점유하고 있 는 4대 자동차 제조업체는 최근 연료 효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인정받은 셰브론텍 사코 제품만을 신규 출시 차량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셰브론텍사코가 개발한 '톱티어 청정 가솔린(Top Tier Detergent Gasoline)'은 자 동차 연소시 질소 산화물을 억제시켜 오존 발생을 줄이며 차종에 따라 타제품에 비 해 최대 3~7%까지 연료 소비량을 떨어뜨려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 에쓰오일 등과 현대ㆍ기아자동차도 이미 같은 제품을 휘발 유에 적용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밝혔다.
도요타와 GM 등 세계적인 자동차업체들은 석유 외에 전기 등 대체자원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일반 화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뉴욕 = 전병준 특파원 / 김민구 기자 / 이향휘 기자 / 현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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