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가게 이야기
오늘 편지 제목을 ‘가게’라고 쓰고 보니 참 오래되고 어색한 것 같습니다. ‘마켓’이나 ‘슈퍼’, ‘편의점’이라는 간판의 홍수 속에 ‘가게’는 쓸려가 버린 지가 언제인지도 모르게 되어버렸습니다.
우리 동네에도 ‘가게’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아니지만 제가 굳이 그렇게 쓴 것은 사람 사는 냄새가 그래도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북일 초등학교 정문 앞에 있었던 가게는 아이들이 학교 마칠 때쯤이면 참새 방앗간처럼 몰려와서 뭔가 입에 하나씩 물고 가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가게 앞에 무슨 뽑기 기계도 있었고요. 배가 많이 나온 주인 아저씨는 시간 날 때마다 연습을 하는지 기타와 악보 보면대가 늘 세워져 있는 모습이 괜찮아 보였습니다. 제가 처음 여기에 왔을 때부터 있었으니까 십 년도 훨씬 더 되었을 가게였는데 몇 달 전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며칠간 내부수리를 하더니 ‘세븐 일레븐’이라는 편의점이 들어섰습니다. 뽑기 기계도 아이들이 옹기종기 앉아있던 풍경도 사라졌습니다. 북일 초등학교 앞 큰 길 왼쪽으로도 가게가 하나 있었는데 출입구 위쪽에 칠판을 걸어놓았는데 분필로 시 한 편을 적어놓았습니다. 낯설기는 하지만 참 보기가 좋았습니다. 가게를 하면서 그런 여백을 가진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인데 말입니다. 어느 날 가게 주인 남자에게 물어보았더니 자기 아내가 늘 그렇게 한다고 남 이야기하듯 말했습니다. 그 가게는 처음부터 24시간 문을 열었는데 밤 늦게나 이른 아침에 가보면 젊은 외국인 청년이 카운터에 책을 펴놓고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물어보니 우즈벡에서 유학온 대학생이라고 우리 말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가게도 몇 달 전에 문을 닫더니 ‘에브리데이 이마트’ 편의점으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한 번 들러보았더니 그 전에 ‘가게’를 했던 주인 남자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이마트’ 조끼를 입고 앉아있습니다.
‘편의점’이 대세가 된지 한참 되었습니다만, 한 편의 시가 사라지고 기타와 악보도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하기야 사라지기 전에 누가 얼마나 눈 여겨 보았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말입니다.
첫댓글 이곳은 편의점을 위장한 점빵이 속속 생겨나고 있어요~
맞아요
구멍가게도 대기업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