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七五三(しちごさん/시치고산, 七五三お祝い) :
어린이가 3살, 5살, 7살 되는 해 11월 15일에 신사에 가서 우지가미(氏神、地元神社) 앞에 아이의 건강과 무병무탈한 성장을 기원하는 의례.
통상 10월 중순부터 시작해서 11월 15일 사이에 치르는데, 사정에 따라 조금 더 일찍 혹은 더 늦게 행하기도 한다.
11월 15일까지 신사가 정신없이 붐비지만 11월 15일 지나서는 시치고산을 치르러 오는 가족을 보기가 매우 드물다고 한다.
(우리도 앞당겨 생일잔치를 하는 수는 있어도 생일 지나고 치르면 어떻다더라, 안 좋다더라...는 속설이 있는데 비슷한 느낌...)
영양도, 위생상태도, 의약품도 열악했던 옛날에, 아동 사망률이 높은 건 일본 역시 예외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시절에 세 살이 되고, 다섯 살이 되고, 일곱 살이 되고.. 커가는 아이를 보면서
한 해 한 해 무탈하게 잘 자라준 것을 고마워하고 안도하며, 아이가 잘 자라주기를 응원하고 기원하는 의미에서 이러한 풍습이 생겼을 것이다.
시치고산 풍습은 헤이안시대(794-1192)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원래 귀족이나 무사 등 행세하던 계급에서 행해졌는데 나중에
에도시대(1603-1868) 들어 평민들 사이에도 확산되었다고 한다.
1. 세 살 : 남녀 어린이에게 가미오키(髮置かみおき)를 하고
사극을 보면 어린아이 때 남녀간에 단발을 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3세가 되는 해부터 머리를 길러 묶기 시작한다.
즉 가미(髮, 머리카락을) + 오키(置き는 置く/ 두다...의 명사형) =>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고, 길도록) 두는 것이다.
개화기 이후, 이렇게 세 살부터 머리를 길러 묶지 않게 되었지만 옛날 명칭을 그대로 써서 세 살 되는 해의 시치고산 행사를 요즘도 '가미오키'라고 부른다.
2. 다섯 살 : 남자아이에게 하카마기(袴着はかまぎ)를 하고
하카마(袴)는 사무라이들이 의례나 행사를 할 때 입는 통이 넓은 전통복식의 바지, 즉 정장바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남자아이가 다섯 살 되는 해에 처음으로 하카마를 입히는 의식으로 하카마를 입힌 아이를 바둑판 위에, 길한 방향(吉方, 이 길한 방위는 그해의 운세나 각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세우고 무병무탈하게 잘 성장하기를 기원하는 의례다.
하카마(袴/はかま)를 + 입힌다(着る/키루...의 '키'가 복합어가 되면서 탁음으로 '기'가 됨)=>하카마기(袴着)
3. 일곱 살 : 유년기에 치르는 마지막 의례로, 남녀 어린이를 신사(神社)에 데리고 가서 조상신에게 감사드리는(참배) 의례.
7세 이전까지는 신에게 명(命)도 복(福)도 맡겨둔 신세, 신의 아이라고 생각하다가 일곱 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제 한 가문의 아들과 딸로 대접하는 것이다.
남자아이가 다섯 살에 하카마를 입는 의식(하카마기)을 치른 데 비해 여자아이는 늦다.
여자아이들은 일곱 살이 되어서야 오비토키(帯解き₌帯直し/오비나오시), 즉 오비(帶)를 맨다.
오비는 기모노나 유카타 같은 여성의 일본옷(和服) 허리에 매는 천으로 된 띠다.
** 치토세아메(千歳飴/ちとせあめ) : 시치고산 때 아이들에게 (사거나 만들어) 주는 엿으로 빨강과 흰색이 배색된 가늘고 긴 사탕인데, 엿 단면에 목숨 '壽' 나 '福' 자를 새겨넣었다. 장수와 복을 비는 상징적 선물(緣起物)이다.
천 살(치토세 /千歲)까지 오래오래 살기를 비는 아메(飴/엿, 사탕)다.
왜 일만 년(萬歲)이 아니고 천 년(천 살)만 살라고 기원하느냐 하면, 다 아시겠지만, '만세'는 임금이 누려야 할 수명이기 때문이다.
중국드라마 보면, 황제에게는 "만세 만세"를 연호하고 임금 외의 황후나 태후 등에게는 "천세 천세"를 연호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왕이면, "만세 만세"가 아니고 "치토세(千歲/천 살)"엿이라 명명한 것은 아마도 이러한 한자문화권의 영향이 아닌가, 하는 저의 뇌피셜이오니, 심각하게 읽지는 말아주시길...
*** 앞에서 태어난 지 30일 전후에 신사에 데려가는 '오미야마이리お宮参り'글에서 작은 강아지 인형 '이누하리코(犬張り子)'
를 선물하는 풍습을 소개했는데, 각 의례 때마다 상징적 의미의 선물이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