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제22회 강원문학 작가상 시조 부문 당선작 (코팅 / 김영철)
코팅
본능 질주를 묶고 목소리를 박제하고
봉인한 기억들이 억수로 쏟아진다
절에 온 늙은 개 한 마리 스님처럼 웃는다
아파트에 드는 순간 이미 삶이 아니었다
요양원으로 가는 주인 물끄러미 바라보다
우는 법 잊어버린 걸 그제야 알았다
소유권을 주장하며 독점하지 않는 인간
날카로운 울타리로 옭아매지 않는 세상
코팅된 네잎클로버의 희망 하나 기도 둘
ㅡ 새로운 발상과 현대감각 돋보여
마지막까지 심사에 올라온 것은 「코팅」과 「민화」였다. 「코팅」이란 작품은 약간 강렬한 이미지를 주고 반면 「민화」는 부드러운 느낌의 시조였다. 「코팅」은 외래어로 제목을 앉힌 점, 또 시어의 연결이 어색한 부분이 있다는 점, 「민화」는 구태의연한 시어가 많이 들어가 있어 신선한 맛을 별로 느낄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코팅」이란 작품은 새로운 발상적인 면이 돋보이고 현대감각이 뛰어나서 「코팅」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우리는 소중한 것이 있을 때 그 형태를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코팅을 하기도 하고 박제를 하기도 한다. 이 시조에는 늙은 애완견을 소재로 하고 있다. 아파트에서 개를 키우기 위해 본능인 질주도 못하게 하고 또 목소리조차 수술하여 못 짓도록 해 놓고 애완견이란 이름으로 살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아파트에서 살던 늙은 개는 절에 와 있고, 그 개의 주인은 요양원으로 떠났다. 개는 절에 오기 전 요양원으로 떠나는 주인에게 짓지도 못하고 물끄러니 바라보며 자신이 우는 법을 잊어버린 걸 그제야 알았다고 개의 독백처럼 하고 있다. 종장에서는 ‘소유권을 주장하며 독점하지 않는 인간/ 날카로운 울타리로 옭아매지 않는 세상/ 코팅된 네잎클로버의 희망 하나 기도 둘’이라고 하며 늙은 개를 소유라고 우기지 않고 절에 보낸 것, 또 날카로운 울타리로 옭아매지도 않는 세상을 말하고 있는데, 그것은 개로 보면 그것이 희망이고 자유일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점점 혼자 사는 집들이 늘어나고 애완견을 기르는 집도 늘어난다. 인간의 외로움이나 쓸쓸함을 인간이 아닌 개에게 전이하며 살고있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인간은 인간을 기대어 살아야 인간다워질 텐데, 인간이 아닌 동물을 반려로 받아들이며 살고있는 지금의 세태를 이 시조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수상을 축하드리며 앞으로 더 좋은 시조작품을 많이 창작하시어 문운이 창대하기를 기원한다.
시조심사위원 김민정
심사위원:김민정(시조시인)
1985년 《시조문학》창간25주년기념지상백일장 장원등단.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문학박사.
(사)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겸 상임이사(편집주간), 한국예총 이사, (사)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여성문학회 이사, 한국시조시협 중앙자문위원, 한국여성시조문학회 및 나래시조시협 고문.
시조집: 『펄펄펄, 꽃잎』 외 12권, 엮음집 『해돋이』 외 4권 논문집: 『현대시조의 고향성』 외 1권
수필집: 『사람이 그리운 날엔 기차를 타라』 평설집: 『모든 순간은 꽃이다』 외 1권
수 상: 한국문협작가상 월하문학상 성균문학상 한국여성문학상 대한민국예술문화대상 외
당선 소감(시조 김영철)
네잎클로버를 찾아서 5월 한 달 내내 토끼풀밭을 헤매고 돌아다녔습니다.
400여 장의 네잎클로버를 책갈피에 넣어 말리고 코팅하고 오려서 7번째 작품집에 붙여 우편으로 발송하기까지 아내의 도움 없이는 힘든 일이었습니다.
코팅된 네잎클로버 안에 희망 하나 기도 하나씩을 담아서 시집을 받아 보시는 모든 분께 작으나마 기쁨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코팅은 현재의 시각에서 바람의 시간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숨이 턱턱 막힐 것 같은 공간에서 알이나 생산하다가 치킨으로 생을 마감하는 닭처럼
목소리를 빼앗기고 냄새 없는 똥을 누며 엉너리나 부리다가 인간의 1/3 정도밖에
살지 못하는 반려견들처럼 극한의 환경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코팅은 어쩌면 유일한 희망입니다.
올해는 유난히 비도 많았고 모든 기록을 새로 쓸 만큼 뜨거운 여름입니다.
모두가 힘에 겨워 지쳐 있을 때, 미닫이 산문을 열고 결 고운 노래를 불러주는 뻐꾸기처럼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가슴을 데우는 뜨거운 한 잔 술이 되고 한줄기 등댓불 같은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부족한 글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과 강원 문학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시상식 : 2024년 강원문인대회 2부 ( 9월 7일 토 오후 1시)
○장소 :춘천 강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 /오디토리움
첫댓글 멋진 활동과 성과에
기쁜 맘 함께 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시인님~
고맙습니다.
김영철 선생님, 강원문학 작가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