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다 혹한기100km 랠리 참가기
오래전부터 랠리에 참가해보고 싶은 마음은 갖고 있었지만 기회가 오질 않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같은 직장의 후배 동료가 혹한기 랠리가 있는데 준비가 안되어 참가를 못한다고 한다. 반가운 마음에 어디에서 주최하는 랠리인가 물어 보니 OD.Bike에서 주최를 한다고 한다. 즉시 OD.BIKE에서 확인을 하니 벌써 접수시기가 끝나버려 있었으나 다행히 접수가 이틀이 연장되어 접수를 할 수 있었다.
참가자 확인을 다시하여 보니 이름이 없었다. 재차 담당자에게 전화를 하여 입금계좌와 날짜를 확인하고서야 이름이 올라갈 수가 있었다.
시합에 참가할 수 있는 여유기간이 일주일도 남아있지 않아 즉시 배낭을 꾸렸다. 준비물로서 필수적인 침낭과 텐트, 식량과 취사도구와 피복 등을 배낭에 넣으니 무게가 15kg이 넘었다. 이 배낭을 메고 100km를 달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도전을 해보자 하는 마음을 다잡아 보고 훈련에 돌입하였다. 첫 훈련에 도로 40km를 달려보았는데 다리에 경련이 나고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아 달릴 수가 없었다. 한번의 훈련 후 더 이상의 훈련을 실시할 수가 없었다. 직장일 등으로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으며 출발전날에도 직장회식으로 저녁 늦게까지 집에 갈 수가 없었다.
마누라의 걱정속에서도 먹을 것을 준비하여 주어서 새벽 03시에 대전에서 출발을 하려는데 아파트 주차장에서 내차 앞의 모닝차가 주차브레이크를 채워놓은 채로 주차를 해 놓아서 나갈 수가 없었다. 수차례의 전화를 하였으나 응답이 없어 경비를 깨워 차를 치워보려 하였으나 도저히 나갈 수가 없었다. 옆차 등을 이리저리 밀어가면서 겨우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주차장을 빠져나오는데 30여분이 걸렸다.
새벽을 달리는 고속도로는 지난 명절동안의 정체는 온데간데가 없이 시원한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호남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중부고속도와 영동고속도로를 거쳐 중부내륙고속도로를 거쳐서 대회장에 가까이 오니 앞에 봉고차가 자전거를 싣고 앞에 간다. 저 차도 참석차량이구나 하면서 뒤를 따라서 비슬고개에 06:15분경 올라와보니 벌써 관계자들이 추운날씨에도 먼저와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서 복장을 갖추고 배낭을 점검하여 오늘 이 도전에 성공할 수가 있을까 참가자를 대충 살펴보니 45명 가량으로 모두가 젊은 사람들이고 경력들이 화려한 느낌이 든다. 또한 지원조의 준비상태도 화물차로 한 대씩이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 나이 벌써 55세가 넘었는데 이 도전이 너무 무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며 자신감이 없어진다. 출발하기까지의 긴장은 자꾸만 소변이 마렵게 한다. 07시가 넘어서 서약서를 제출하고 물통과 함께 번호표를 받아보니 046번이었다. 이 번호가 부끄럽지 않게 해야 할텐데... 짐을 진행요원에게 위탁을 하고 추운 날씨 때문에 차안에서 출발시간까지 기다렸다. 다른 선수들은 모두들 기분좋게 기념촬영도 하고 지원팀이 물을 끓여 마시기도 하는데 나는 카메라도 날씨가 너무 춥고 카메라도 너무 오래되어서 그런지 아님 추워서 그런지 작동이 되지 않는다. 대회가 모두 마칠 때 까지 사진을 한 장도 촬영하지 못하였다.
모두들 힘찬 모습으로 08:00시에 출발을 하였는데 초반부터 눈 때문에 달릴 수가 없고 벌써부터 넘어지기 시작을 한다. 모두들 눈길에 적응이 되지 않아 미끄러지면서 앞사람의 자전거와 어~어~어 하면서 충돌을 한다. 빙판길에서는 여지없이 모두들 넘어지고 미끄러지면서 뒷사람에게 경고를 한다. 한번은 다른 사람이 넘어진 눈도장에 그 자세 그대로 그 눈위에 내가 넘어졌다. 눈이 많이 쌓여 있는 곳은 앞바퀴가 빠지면서 그대로 자전거와 함께 엎어진다. 다운힐 구간은 통제가 되지 않아 뒷 사람이 악 소리가 나면서 없어져 버린다. 자전거를 세워 뛰어올라가니 계곡속으로 자전거와 함께 떨어져 있었다. 괜찮은가 물어보니 부상은 당하지 않았다고 한다. 끝까지 그분이 걱정이 되었으나 시간외 완주자의 명단에 있었다. 나에게 제일 크게 넘어진 것은 밭배고개에서 운영진에게서 커피를 한잔 마시고 커브길이니 조심하라는 말을 듣고 내려오는데 눈이 없어 속도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순간의 방심이 빙판길에서 큰 충격으로 넘어져 10여 미터를 미끌어져 내려갔다.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길가에 않아 점심을 먹으며 몸을 추스렸다. 그때의 충격으로 병원에서 피를 빼고 부황을 뜨고 침을 맞고 있다. 옆구리에는 커다랗고 시커먼 멍이 손바닥 2개만큼의 크기로 들었고 사타구니에는 핸들에 충격을 받아서 길게 멍이들었다.
첫날의 랠리는 그런대로 잘 끝나는가 했다. 그러나 순간의 방심이 나를 더욱더 힘들게 했다. 산음자연휴양림을 내려가는 임도에서 좌측의 오르막길로 올라가야 하는데 나는 직진으로 내려오니 산음자연휴양림이였다. 잘못된 것을 알고 휴양림으로 놀러온 사람들에게 지리를 물어보니 모두들 잘 모른단다. 어떤 한 펜션에 놀러온 가족에게 물어보니 반대편 산을 넘어야 한단다. 물을 한병 얻어먹고 다시 내려온 길을 올라가는데 그 길이 그렇게 멀 수가 없다. 두 번째로 길을 잃은 것은 흥국사에서 국수쪽으로 내려간 것이다. 내려갈 때는 다른 한사람과 같이 내려갔는데 내려와보니 나 이외에도 5명이나 있었다. 버스기사에게 지리를 물어보고 전화를 하여 잘못내려온 것을 알았다. 다시 흥국사까지 오니 시간이 늦어 캄캄해졌다. 모두들 라이트를 켜는데 내것은 밭데리가 물속에 젖어 모두 방전이 되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불빛에 의지하여 갈현의 캠핑장소에 도착하니 저녁 20:00시가 되었는데 정상적으로 왔다면 17:30분경이면 도착할 것이라고 예정을 했었다.
지원조가 없이 혼자서 랠리에 참가한다는 것은 정말로 어렵고 외로운 고행의 길이라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준 랠리였다. 1박2일 동안 서로 위로해줄 사람도 없이 혼자서 쓸쓸히 산길을 다니고 또한 길이 의문스러운 지점에 도착하여도 서로 의논할 상대가 없다. 그리고 짐 또한 무거워지고 코스에 대한 정보를 나눌 수도 없다. 캠핑장소에 도착하여서도 혼자서 텐트를 치고 음식을 만들고 쓸쓸히 잠을 자고 또한 새벽부터 일어나 아침을 해먹고 점심까지 준비를 하여야 한다. 그 많은 짐을 정리하여 진행진에게 맞기는 일도 쉽지가 않다. 그런 다음에 시합준비를 하여야 한다. 정말로 힘든 것은 외롭다는 것이다. 행사 진행진에게 막걸리를 한잔 얻어마시고 오늘 하루의 랠리를 마쳤다.
자전거는 참가하기 전에 철저한 정비를 하여야 하는 것은 기본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첫날부터 오르막길에서 체인이 끊어진 참가자를 보았다. 그런데 그 지점에서 정비가 안된다면 다시 되돌아 간다는것도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정비도구를 지참하지 않고 온 것이 후회가 되었다. 무겁더라도 가지고 올걸 하는 걱정이 끝까지 따라다니는데 별 탈이 없어서 다행이였다. 또한 체인와이어가 얼어서 변속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참가자도 있었다. 타이어의 펑크는 기본이다. 원체 험한 산길이어서 기본적으로 생각하여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나 같은 경우는 넘어지면서 배낭에 있던 물통이 터지면서 배낭속에 물이 가득찬 것을 모르고 계속 랠리를 하였다. 점심을 먹을 때에서야 배낭속에 물이 가득한 것을 알았다. 그 원인으로 라이트의 밭데리가 다 방전이 되어서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물을 마시려 해도 준비한 물이 다 터져서 없고 계곡의 물은 모두 얼어있어 고생중의 최고의 고생인 목마름을 당하였다. 물통의 준비는 튼튼한 것으로 해야 한다.
눈길에서의 운행은 줄타기와 같다. 자전거는 단단하게 된 눈길에 두고 사람의 몸으로 균형을 잡아가면서 가야한다. 그 단단한 길을 벗어난다면 그대로 앞 바퀴가 눈속에 빠져 넘어가버린다. 또한 얼음이 얼어있는 부분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경사가 조금이라도 있는 오르막길에서 자전거에서 내린다면 끝까지 끌고 올라가야 한다. 바퀴에 마찰력이 없어 다시 올라탈 수가 없다.
식량은 될 수 있는 대로 최대한 가벼우면서 위에 부담이 없는 것으로 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호박죽을 가지고 갔는데 먹을 때는 좋은데 먹고 나면 꼭 생목이 올라온다. 이것 때문에 고생을 했다. 또한 초코바 같은 것은 너무 추운날씨 때문에 얼어서 먹을려면 꼭 나무를 베어먹는 기분이 든다. 다른 참가자들을 보니 전투식량을 가지고 온 분들도 있고, 초코파이와 귤 등으로 준비한 사람도 있었다.
37번 국도를 달리는 기분은 이런 대회를 참가하지 않고는 맛볼 수 없는 신나는 내리막길이다. 그 신나는 맛도 잠깐이고 다시 끝도없는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이런 코스를 어떻게 누가 연구를 했는지 궁금하다. 흥국사를 거쳐 성현을 지날 때까지는 그런대로 외롭게 지나갔는데 삼천골을 지나면서부터는 한번 지나갔던 길이라서 그런지 더 지루한감이 들고 왜 목적지에 도착이 되지 않는지 입에서 정말로 욕이 계속 나온다. 이제는 신발과 클립에 박혀있는 눈이 얼어서 빠지지도 않는다. 그리고 장갑은 다 젖어있어 한번 벗으면 내피가 딸려 나와서 다시 손을 낄 수가 없어 나뭇가지를 꺾어서 끼워 넣어야 했다. 내리막길에서는 이제 지칠 대로 지쳐있어 자포자기식으로 다운힐을 하게 된다. 브레이크도 잡을 필요도 없이 엎어지려면 엎어져라 식이다. 몸이 풀려서 그런지 아님 이틀 동안의 단련으로 그런지 넘어지지도 않는다. 나는 지쳐서 너무 힘들게 가고 있는데 어떤 팀인지 힘차게 오름질을 하여 추월하여간다. 이제는 어떤팀인지 번호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산음임도가 그렇게 길고 지루하고 어렵게 지나서 출발지이자 도착지에 도착하여 내리막길을 내려가니 차안에 있던 진행팀 2명이 내려와 축하를 하면서 사진을 찍어준다. 그러면서 내 뒤로 또 참가자가 있는가 물어보는데 없다고 하자 2시가 되었다고 하면서 철수한다. 지친 몸을 이끌고 벤치에 앉아 몸을 추스르는데 눈치도 없는 산불감시원이 자꾸만 말을 걸어온다. 정말로 눈물나는 113.6km를 달린 것이다. 나 스스로가 완주증은 받지 못해 아쉽지만 이 나이에 완주를 했다는 것 자체가 자랑스러웠다.
지친 몸을 이끌고 차를 몰고 가는데 차가 갈지자로 왔다갔다 한다. 이러다 큰일이나겠다 싶어 얼른 국도변에 세우고 한숨을 자고 또 다시 가다가 자고 하면서 대전에 도착하여 목욕탕에 가니 목욕탕의 옷장 번호도 46번이다. 자랑스런 46번이다.
이틀 동안 음식이 생각나는 것은 이상하게도 매운 오리주물럭이 먹고 싶었다. 마누라에게 미리 전화를 해서 저녁은 오리주물럭을 먹고 막걸리도 한잔하고는 메리다 혹한기 100km랠리를 마칠 수 있었다.
첫댓글 어지간이 허셔^^
그러다 병나요 행님...............^&^
고생 무지했네요 글보니 ㅎㅎ
보람도 있었것지요 그래도 이제는 살살 허세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