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움직그림이 올라온 곳 :
https://www.youtube.com/watch?v=T9ugEe4DG3w&t=57s
☞ 옮긴이(잉걸)의 말 :
이 움직그림을 보니, 설령 한국 강단사학자(아니, 사실은 식민사학자이자 사대주의자!)들의 주장대로 “『 규원사화 』와 『 환단고기 』 를 믿을 수 없다.” 고 하더라도,
그들이 결코 '위서'로 부를 수 없는 협계 태(太)씨들의 족보(族譜)와, 후세 사람이나 당시 사관(史官)이 조작할 수 없는 금석문(불상에 새겨졌으니까)과, 진짜일 가능성이 높은 중기 고리(중기 高麗. 흔히 '대진국'이나 '발해'로 불리는 나라의 또 다른 이름)의 돈(‘발해통보’)에 "천통(天統)"이라는 연호가 나왔으니,
‘이제 한국의 『 역사 』 교과서는 (흔히 “발해”로 알려진 나라인) 중기 고리(高麗)가 처음부터 스스로 연호를 만들어서 쓴 천자국이자 제국이었고, 자주독립 국가였다고 가르쳐야 해야 한다.’
는 생각이 든다.
나아가 강단 사학이 '위서'로 몰아세우는 『 규원사화 』 도 재조명하고, 그것이 후기 고리(후기 高麗. 왕건이 세운 나라)로 달아난 중기 고리의 사관(史官)이나 유민이 남긴 책을 저본(底本. 번역이나 저술을 할 때, 그 밑바탕[底]이 되는 책[本])으로 삼아 쓰인 것이라는 가능성을 받아들인 뒤 정확하고 꼼꼼하게 연구해야 한다.
덧붙이자면, 내 생각이지만, 고왕(고황제) 대조영 가독부(可毒夫. 중기 고리의 고유어로 ‘임금’이라는 뜻이다. 이는 아사달[고조선]이 임금을 ‘단군’으로, 백제와 남부여가 임금을 ‘어라하’로, 서나벌이 임금을 ‘거서간/차차웅’으로, 사로국/해상신라가 임금을 ‘이사금’으로, 계림국이 임금을 ‘마립간’으로 부른 것과 같다)가 '천통(天統)'이라는 연호를 쓴 건 까닭이 있는 일이다.
'천통'은 '천자(天子)의 혈통'이라는 뜻과, '천도(天道)의 강기(剛氣)', 그러니까 '하늘의 도리와 굳센 기상'이라는 뜻을 지닌 낱말이기 때문이다. 글자 하나하나의 뜻만 놓고 보면, '하늘(天)'과 '거느리다(統)'는 말이 합쳐진 말이고. 좀 더 확대해석하자면, ‘天’을 ‘天子’를 줄인 말로 추측할 수 있으며, 따라서 ‘天統’은 ‘천자가 거느리시다.’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네 가지 뜻 가운데, 어느 것이 옳을까?
먼저 ‘천통’이 ‘천자의 혈통’일 가능성부터 따져보자. 이 풀이가 맞으려면, 대조영과 그의 아버지인 걸걸중상(또 다른 이름은 ‘대중상’)이 전기 고리(高麗)나 고구리(高句麗)의 왕족 출신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낮다. 왜냐하면 그 두 사람은 전기 고리의 왕성(王姓)인 고(高)씨도, 그 전신(前身)인 고구리의 왕성인 해(解)씨도 아니기 때문이다. 둘은 엄연히 대(大)씨 – 또는 ‘걸걸(乞乞)’씨 – 다.
게다가, 중기 고리(‘발해’는 당이 멋대로 붙인 이름이므로 쓰면 안 되고, ‘진’도 올바른 이름은 아니다)의 가독부들은 자신을 ‘천자(天子)’, 그러니까 ‘하늘의 아들’이 아니라, “천손(天孫)”, 그러니까 ‘하늘의 후손’으로 일컬었는데(일본 기록에, “발해”의 임금이 일본에 보낸 국서에 자신을 ‘예의에 어긋나게도’ “천손”이라 일컬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렇다면 ‘천통’이 ‘천자의 혈통’일 가능성은 더더욱 낮아진다. 따라서, 나는 이 가능성은 기각한다.
두 번째로, ‘천통’이 '천도(天道)의 강기(剛氣)', 그러니까 '하늘의 도리와 굳센 기상'이라는 뜻일 가능성이다. 나는 이것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중기 고리의 고왕(高王)은 대(大)씨들이 새롭게 연, 전기 고리(전기 高麗. 장수왕과 보장왕의 나라이자, 고구리高句麗의 다른 이름)의 후신(後身)인 나라가 '하늘의 도리를 바탕으로, 굳센 기상을 지닌 채 오래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생각하고 새 연호를 지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2세기 뒤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일이기는 하다만, 마진(후고구리/태봉)의 대왕인 김궁예(법명 '선종')도 자기 나라의 연호를 '(나라를) 물의 덕으로 만 년이 넘도록 유지한다.'는 뜻인 '수덕만세(水德萬歲)'로 지었다.
그리고 걸걸중상이 새 나라를 세우기 4세기 전에 세워진 제하(諸夏)의 서진(西晉)왕조는, 연호를 ‘크게 시작한다.’는 뜻인 ‘태시[泰始]’로 지었는데, 이는 새로운 시대가 크게 시작되기를 바라는 사마(司馬)씨들의 바람이 담긴 연호였다.
한 나라의 임금이나 왕조가 자신의 바람을 담은 연호를 만들어서 쓴 것이다. 그러니 고왕도 그 둘과 비슷한 일을 한 게 아니냐고 추측할 수 있다.
그와 그의 아버지(‘진국공’ 걸걸중상/대중상)가 전기 고리의 멸망이라는 비극을 직접 보고 들었으니, 고왕이
'우리 아버지가 세우신 나라는 형제간의 집안 싸움과 역적질로 망한 전기 고리와는 다르게, 하늘의 도리를 지키고 굳센 기상을 지닌 채 오래 유지되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전기 고리보다 더 힘이 셌으면 좋겠어.'
하고 생각한 건 당연하고, 그 생각을 담은 연호를 만들어서 썼기 때문에 '천통'이 족보와 금석문에 남게 된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중기 고리의 연호인 '천통 1년'은,
'[가독부(황상/대왕)께서] 하늘의 도리에 따라 굳센 기상으로 나라를 다스리신 지 1년'이라는 뜻이다.
나는 일단 이 풀이를 여러분 앞에 내놓으며, 부디 후학들과 (식민사관/사대주의 사관에 물들지 않으면서도 과학과 실증을 포기하지 않는 새로운 역사학자들이) 나보다 더 좋은 풀이를 내놓기를 빈다.
(단, 나는 ‘天統’이 ‘천자가 거느리시다.’가 아니라, ‘[새로운] 천손[天孫]이 거느리시다.’는 뜻일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 뜻도 함께 들어있는 연호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씨들은 스스로 “천손”임을 일컬었기 때문이다. 비록 ‘천통’을 ‘하늘의 신/천신[天神]이 거느리시다.’는 말로는 풀이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대씨들은 보장왕의 복국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고, 천문령 전투에서 자신들이 지휘한 전기 고리 출신 군사들이 이긴 사실을 근거로 전기 고리의 유민들에게 “이제 천명[天命]은 고[高]씨를 떠났다. 그리고 하늘은 우리 대[大]씨들을 고르셨다. 그리고 우리는 [배달국이나 고조선 대부터] 다 같은 천손[天孫]이므로, 이제부터는 그들 가운데 일부인 우리가 ‘천명을 받은 새 천손’으로 뽑혀서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고 선전한 건 아닌지.
만약 이런 내 추측이 옳다면, 고대 말기의 배달민족이 지녔던 천손 사상은 – 적어도 고구리나 전기 고리나 중기 고리의 천손 사상은 – 제하[諸夏]의 유교식 천명[天命] 사상과, 오늘날 일본에도 남아있는 천손[天孫] 사상이 반씩 섞인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하늘이 나라를 잘못 다스리는 지도자에게서 천명을 빼앗아서 다른 집안이나 지도자에게 주신다.’는 점은 유교식 천명사상과 비슷하지만, 그 지도자가 ‘하늘의 후손’이자 ‘신 같은 존재’로 받들어진다는 점은 일본식 천손 사상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다. 아마 일본과는 달리, 한반도와 연해주와 ‘ 만주 ’ 에 남아있던 배달민족은 - 『 삼국유사 』 가 인용한 『 고기[古記] 』 에서도 알 수 있듯이 - ‘우리는 임금과 백성 모두가 하늘에서 똑같이 내려온, 환웅천왕의 백성들이다.’는 인식을 계속 간직했기 때문에, 이런 사상과 문화가 나타났던 건 아닌지)
- 단기 4355년 음력 9월 19일에, '이제 한국의 [ 역사 ] 교과서에서 중기 고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늘어나야 한다. 그리고 세계 학계에도 한국 학자들이 중기 고리를 재조명한 논문이나 책을 더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잉걸이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