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를 알리기 위한 트럭과 스피커는 햇볕의 복사열로 뜨겁다. 어느 때 못지 않게 선거 문자와 전화는 넘쳐난다. 춥고 더운 날씨도 혼란스럽다. 여순사건 희생자의 위령비에는 비문이 없다. 말 줄임표만 있다. 한국의 근현대사는 어둡다. 새벽처럼 밝아질지, 별이 뜰만큼 어두워질지. 도마 위로 올리기에도 벅차다. 백년 뒤 지금의 역사는 어떻게 평가 받을까?
제1부 한의 모닥불 마지막 권이다. 두껍고 활자는 많다. 여전히 아직 재밌다. 지역 계엄사령관으로 등장한 심재모는 높은 관심에 주목받았다. 서민영은 그에 못 미쳤다. 가르치는 듯한 작품 속 인물 특성 때문이지 않을까? 작가는 서민영 입을 빌어 농촌의 상황과 국내 정세를 독자에게 전달한다. 긴 세월을 몇 장의 종이로 함축하니 아쉬움이 크다. 객관적인 입장을 지키며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위험하다.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서민영 선생은 정신적인 의지자다. 김범우, 염상진, 손승호, 안창민이 그에게 영향을 받았지만 4인 4색이다.
안창민과 정하섭을 향한 이지숙과 소화의 마음이 고문 당하는 중에도 눈에 띄었다. 염상구의 입을 빌리면,
"니기럴, 사랑이라는 것이 먼지."
심재모는 합리적으로 보인다. 상업을 영위하던 집안에서 자란 새로운 유형이다. 농민과 지주, 지식인과 다른 행동을 한다. 그 앞에 가시길이 놓여질 것은 명백해 보인다. 그때는 좌와 우뿐이다. 강해진 것을 따르지 않으면 반대편이 된다. 서민영에게 가르침을 청한다. 치우치지 않은 행동을 하려 한다. 그런 그의 한 마디.
"난 군인의 몸이오."
미쏘는 신체를 남북으로 나누고 정신을 이념으로 나눴다. 배성오 가족은 친일과 지주, 좌익으로 나뉘었다. 배성오의 좌익 활동은 가족들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배성오는 집 창고에 숨어있다 총격전에 죽었다. 과수원댁은 울부짖는다.
"이놈덜아, 이놈덜아, 내 아들 쥑였으면 죽은 몸띵이나 놓고 가그라아아. 워쩔라고 느그가 갖고 가냐. 살았을 때 빨갱이고 공산당이제 죽어서도 빨갱이고 공산당이다냐, 이놈덜아아!"
두 자식과 그 아이들이 과수원댁을 안방에서 이틀 밤낮을 지켜 봤지만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열아홉 살 난 배성오의 여동생은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움켜잡고 발버둥질을 쳤고, 중학생인 남동생은 소울음을 토해내며 창고의 판자벽에 머리를 짓찧고 있었다.
읍내 공무원인 형 배윤오는 출근 않고 술만 마신다. 동생과 어머니를 잃었다. 그의 신고로 총격전은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읽어도 좋고 중간부터 읽어도 재밌는 태백산맥. #함께해요.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한데 모은 시간의 기록입니다.
첫댓글 4권이 기대됩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사 중 근현대사 부분은 쉽지 않은데, 태백산맥을 통해 조금씩 알아가는 맛이 있습니다.^-^
벌써 3권째네요. 끝까지 읽을 수 있겠죠?!
사진이 순간 잘못나온 영상인줄알았는데
그런 의미가 있는거였군요,,
숙연해집니다,,
4편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