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대표적인 옷감 모시는 천 년의 시간 동안 우리의 삶 속에 자리 잡아 꾸준히 사랑받아왔으며, 스치는 바람도 품어 무더위에 지친 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여름 필수품이다. 한 포기 풀에서 수많은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하나의 옷감, 그리고 조각보가 되는 모시, 그 속에는 전통을 이어온 장인의 땀과 정성이 배어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 한산모시짜기 기능보유자 방연옥 전통의 아름다움을 모시로 완성하다
한산모시가 지난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더욱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모시 짜는 일만큼은 결코 쉬는 법이 없다. 여름이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모시 짜기에 매진한다. 오로지 모시만 바라보며 살아온 방연옥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 한산모시짜기 기능보유자, 그가 지키려고 한 전통은 세월이 만들어내는 씨실과 날실의 교차 속에서 아름답게 빛날 것이다. 예로부터 한산모시는 품질이 우수하며 섬세하고 단아해 모시의 대명사로 불렸다. 모시는 통풍성이 좋고 가벼우며 입을수록 윤기가 흐른다. 그뿐 아니라 우리나라 여름 전통 옷감으로서 역사적 가치도 뛰어나 지난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이처럼 한산모시의 우수성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방연옥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 한산모시짜기 기능보유자가 흘린 땀이 있기에 가능했다. 모시와 함께해온 세월이 어느덧 30여 년. 그녀는 여섯 살 무렵 장난 삼아 배우기 시작해 그 후로 쭉 모시 짜기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어릴 때 어른들이 한방에 모여 모시 짜기를 하는데, 재미있어 보여 입에 물고 째보기도 하고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어요. 학교에서도 모시 생각을 떨칠 수 없을 만큼 푹 빠져 있었지만, 어머니는 너무 고생스러운 일이라며 안 가르쳐주셨어요. 결혼하고 나서야 문정옥 한산모시짜기 명예기능보유자에게 본격적으로 모시 짜기를 배우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네요.” 한 필의 모시를 완성하기까지 그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다. 태모시 만들기, 모시 째기, 모시 삼기, 모시굿 만들기, 모시 날기, 모시 매기, 모시 짜기 순으로 이루어진다. 모든 과정이 어렵지만 실을 입술로 찢어 모시 섬유를 만드는 모시 째기, 쪼갠 모시 올을 이어 실을 만드는 모시 삼기가 한산모시의 품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과정이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다.
“처음에 째기를 배울 때는 입술에서 피가 흐르고 쓰라려서 밥도 못 먹었어요. 삼을 때도 마찬가지고요. 무릎에다 계속 비비다 보니 닳아서 여지없이 피가 나더라고요. 모시는 실 굵기가 균일해야 예쁘고 판 도 잘 나오니까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해요.” 본격적으로 모시 짜기를 배우고 나서야 왜 어머니가 말리셨는지 알 것 같았다는 방연옥 명인. 하지만 이런 고단함에도 모시 짜기를 배워보겠다며 찾아오는 이들이 있어 고생해서 배운 보람을 느낀다. 후계자 교육에 남다른 정성을 쏟고 있는 방연옥 명인은 전수조교 2명과 이수자 5명을 제자로 두고 있다. “칭찬만 하기보다는 따끔하게 야단도 치면서 가르치고 있어요. 서운해하기보다는 배울 때 제대로 모시 짜기를 배웠으면 해요. 전통을 이어간다는 건 쉽지 않은 길이니까요.” 방연옥 명인은 한산모시가 지난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더욱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모시 짜는 일만큼은 결코 쉬는 법이 없다. 여름이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모시 짜기에 매진한다. 오로지 모시만 바라보며 살아온 방연옥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 한산모시짜기 기능보유자, 그가 지키려고 한 전통은 세월이 만들어내는 씨실과 날실의 교차 속에서 아름 답게 빛날 것이다.
현대의 감각으로 빚은 모시 조각보에서 전통을 찾다
규방공예 작가 이정혜 규방공예를 시작한 지 어느 덧 10년째다. 모시 조각보에 매료된 후 시작한 규방공예는 이정혜 작가에게 일을 넘어서 삶이 되었고, 우리는 그 열정의 산물을 영화 <스캔들>을 비롯 다양한 대중 매체 속에서 만날 정도가 되었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작품만 생각한다는 이정혜 작가가 말하는 모시 조각보의 매력은 무엇일까. “처음 봤을 때는 은은한 비침에 눈길을 빼앗기고 가까이 들여다보면 정교하고 섬세한 바느질에 놀라요. 모시 조각보는 안감과 겉감이 있는 겹보가 아니라 한 장으로 하는 홑보 바느질을 하는데, 천의 가장자리가 노출되지 않는 신기한 바느질이에요.” 한여름의 강한 햇빛을 여과해 은은한 비침을 주는 것은 모시 조각보의 특별한 매력이다. 천이 두꺼우면 햇빛을 가리지만 모시 조각보는 빛을 한 번 걸러 실내 공간의 느낌을 부드럽게 해준다. 햇빛의 환함과 달빛의 부드러움을 고루 갖췄달까. 그러면서도 아름답게 구성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줘 인테리어 소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이정혜 작가에게 규방공예를 배우러 오는 사람들 역시 배움의 계기를 모시 조각보에서 찾는다고. 하지만 모시라는 소재의 특성상 5~9월에만 다룰 수가 있다. 겨울에는 실내가 차고 건조해 모시가 끊어져 작업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시 특강은 약 4개월간 하는데요. 모시를 다루는 방법이나 작품 서너 가지를 만들면서 모시로 표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바느질을 배웁니다. 모시 방장이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인데, 커튼은 물론 상보로 사용하기 좋아요.”
모시의 활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여름철 침구류 소재로 사용해 시원한 여름 나기를 할 수 있는데, 실제 쪽 염색을 한 모시로 이불을 만들어 덮으면 온도를 3°C쯤 낮춰 준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피부에 닿는 까칠한 느낌이 시원해 소파 위 쿠션에도 좋은 소재가 된다. 규방공예를 시작한 지 어언 10년째, 이제 열정이 식을 만도 하건만 그는 지금도 하루 종일 작품을 구상하는 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일상의 모든 것이 고스란히 작품에 투영된다. “몸에 밴 것처럼 모든 사물을 디자인이나 배색에 연관시켜봐요. 영화를 볼 때는 영화의 색감이나 배우의 의상을 눈여겨보고요. 길을 걸을 때 눈에 들어오는 보도블록의 문양도 그냥 지나치지 않아요. 자다가도 생각나면 일어나 메모해두고 구상을 해요.” 강의와 각종 매체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이정혜 작가에게 전통과 현대는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졌다. “참 어려운 문제고 늘 고민하는 부분인데, 어느 한쪽만 고수하고 싶진 않아요. 그래서 예로부터 전해져오는 바느질 방법은 그대로 가르쳐주되 응용이나 활용은 배우는 사람의 몫으로 맡기는 편이에요. 과거와 현재가 소통할 수 있어야 전통도 계승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전통 기법에 현대적 감각을 더한다는 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새로운 작품을 할 때마다 가슴이 설레고 열정이 샘솟는다는 그녀에게 규방공예는 즐거움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