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제일 젊은 ㅎ할머니가(68세) 장애인시설을 떠나 이곳에 오신지도 어느덧 1년이 넘었다. 할머니는 어릴 적에 뇌염을 앓고 나서 장애를 갖게 되었고, 험난한 세월을 살다보니 척추를 비롯한 여기저기 아픈 데가 많이 생겼다고 한다. 할머니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앉기도 힘들었으며 수저질도 할 수 없었다.
할머니는 영락없이 어린아이처럼 이따금 소리를 지르곤 했다. “엄마야!”, “까까줘!”, “맘마줘.”, “똥짰쪄.” 그러나 표정만큼은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이었고, 우리가 동요나 가요를 부를 땐 자기가 아는 노래는 큰 목소리로 신나게 따라 불렀다. 그러면서도 왜 그런지 어떨 때는 “ㅎ할머니, 안녕하세요?” 연거푸 인사를 하는데도 본체만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어느 날 멀리 여수에서 언니와 형부가 동생을 보러왔다. 언니는 휠체어를 밀고 온 직원을 향해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선생님은 참 좋은 직장을 가지셨네요. 저희 동생을 보니 아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여기 오기전까지만 해도 고개를 푹 숙이고 살았는데 벌써 고개를 꼿꼿이 들고 있네요. 선생님들 덕분입니다. 너무나 고맙습니다.”
그러데 바로 얼마 전, 언니들 두 분이 또 동생을 만나러 왔다. 드디어 동생이 나타났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가끔 언니들이랑 영상통화를 해서 동생의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언니들 쪽으로 걸어오는 동생을 바라보는 순간 언니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더니 눈시울이 붉어졌다.
“세상에! 우리 동생이 걷다니! 상상도 못했는데….”
평소에는 거실과 복도를 오가며 걷기운동을 도와드렸지만 오늘은 날씨도 따뜻해서 할머니를 모시고 마당으로 나가보았다. 잔디밭을 몇 바퀴 돌고 났더니 욕심이 생겼다. 할머니의 발걸음이 무척 가벼워보였고 싫은 기색이 전혀 없어서였다. 그래서 대문 밖으로 나가 인도를 따라 경로원 담장을 끼고 돌아 뒷골목까지 다녀오게 되었다. 재미가 난다.
♪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듯이 할머니의 마음도 활짝 피어나리라.
첫댓글 향숙님은 천진난만한 미소가 마음을녹입니다.
날마다 달라지는 모습에
보람을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