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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선(禪) 명상, 마음챙김(mindfulness), 요가, 위빠사나 명상, 그리고 기독교의 관상기도 등은 매우 중요한 명상법이다.
그러나 <뇌내혁명>이란 책을 쓴 하루야마 시게오는, 동양의학에서는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나 생각도 중요한 명상이라고 말한다.
사랑하는 연인을 생각하는 것, 귀여운 딸을 생각하는 것, 추억에 젖는 것,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는 것, 아름다운 음악이나 그림을 감상하는 것, 시냇물 소리나 산새의 지저귐, 낙수 소리, 바람이 부는 소리를 듣는 것도 다 명상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듣고 바라보는 가운데서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 들면 그것이 곧 건강을 위한 명상이 된다. 기분이 좋아지면 긍정적인 태도가 강화되고, 마음이 넉넉해질 뿐만 아니라 뇌에서는 세로토닌과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세포도 마음도 살아난다. 우리의 삶에서 즐거움이 참으로 중요한 이유이다.
사람의 몸과 마음은 각각 다른 별개의 것이 아니라 동전의 앞면과 뒷면의 차이일 뿐 본래 하나의 존재이다.
긍정적이고 즐거운 마음은 반드시 신체에 어떤 반응을 불러오는데, 그것은 뇌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과 엔도르핀이다. 세로토닌은 정서를 안정시켜서 마음에 평화를 주고, 엔도르핀은 상처 난 세포를 치유하고 세포에 활력을 불어넣기 때문에 건강한 몸을 만들어 준다.
이와 반대로 부정적이고 불쾌한 마음은 뇌에서 아드레날린을 분비하게 만들어 세포에 상처를 주고 세포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마음의 상태에 따라 몸은 이렇게 즉각 반응을 보인다.
암 전문 외과 의사인 버니 시겔(Bernie S. Siegel)은 이런 실험 결과를 보고했다. 암 환자에게 보통의 물에다가 소금을 약간 탄 가짜 약을 최신 암 특효약이라고 말하고 복용시켰더니 며칠 후에 암덩어리가 현저하게 적어졌다가, 그것이 가짜 약이라고 사실을 말해 주자 다시 암 덩어리가 커졌다는 것이다. 이것을 의사들은 ‘플라시보 효과(placebo)’라고 말한다.
심장내과 전문의인 레바인(Levine) 박사는 심장 장애를 갖고 있는 한 부인을 치료하고 있었는데, 그는 어느 날 그녀 앞에서 그를 수행한 다른 의사들에게 "이 부인은 'TS'를 가졌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가 나간 후 이 부인은 호흡이 빨라지고, 얼굴에는 불안과 공포가 나타났으며, 피부는 땀으로 젖고, 맥박은 일분에 150회까지 올라갔으며, 또 얼마 전까지 정상이던 폐에서는 지하실 바닥에서 울리는 듯한 탁탁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고 한다. 그녀는 그날 오후 늦게 돌이킬 수 없는 심장 장애로 죽었다.
레바인 박사가 'TS'라고 한 것은 '심장의 삼천판 협착(tri-cuspid stenosis)'이라는 의학 전문용어의 약자였는데, 그녀는 그것을 '불치의 종말적 상황(terminal situation)'이라고 지레 짐작하여 오해했던 것이다.
마음과 몸은 이렇게 밀접한 관계에 있다. 이렇게 보면 마음과 몸은 서로 떨어져 있는 별개의 존재 같기도 하지만 사실은 몸과 마음은 끊임없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 현상을 의학 용어로는 심신관계(psychosomatic)라고 하는데, 정신건강 뿐만 아니라 몸의 건강을 위해서도 명상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바쁜 생활 중에 잠시 틈을 내어 명상을 할 때는 직접 아름다운 경치나 산새 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상상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고,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느슨히 쓸어 가는 산속의 바람 소리를 들어도 된다.
나는 힘들고 지칠 때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앉아서 '즐거운 상상하기 명상'을 가끔 한다. 숲 속의 소리 음악을 들으면서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숲 속을 거니는 상상을 해본다. 내가 미처 가보지 못한 미지의 숲이지만 상상 속에서는 얼마든지 갈 수 있다.
돌고래 소리가 들리는 바닷소리 음악을 들으면서 돌고래와 함께 넓고 깊은 바다 속을 헤엄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을 초대해서 함께 헤엄쳐 다녀도 좋다.
즐거운 상상하기 명상을 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이완되어 피로도 가시고 때로는 환희를 느끼기도 한다. 물론 이때 우리의 뇌에서는 알파파가 흐르고 세로토닌이나 엔도르핀이 분비될 것이다. 알파파가 방출되고 세로토닌과 엔도르핀이 분비되면 그만큼 마음이 편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무료할 때는 가끔 내장산의 단풍과 나이아가라 폭포 근처의 그 신비롭고 평화스러운 호수와 어느 날 해인사 뒤뜰에서 바라보던 지는 해를 가끔 상상 속으로 불러내어 바라본다. 무료함과 우울증이 씻은 듯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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