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원시 (桃花源詩) - 도연명
嬴氏亂天紀(영씨난천기) 진시황 영씨가 천기를 어지럽히자
賢者避其世(현자피기세) 현자들이 세상을 피해 몸을 숨겼다.
黃綺之商山(황기지상산) 하황공(夏黃公)、기리계(綺里季)는 상산으로 가고
伊人亦云逝(이인역운서) 도화원(桃花源) 사람도 진(秦) 땅을 떠났다.
往跡浸復湮(왕적침부인) 간 자취 점점 잠기고 가라앉아
來逕遂蕪廢(내경수무폐) 오던 길도 폐허가 되었다.
相命肆農耕(상명사농경) 서로 도와 농사일에 힘쓰고
日入從所憩(일입종소게) 해가지면 쉴 곳을 찾아간다.
桑竹垂餘蔭(상죽수여음) 뽕나무 대나무 드리워져 그늘이 짙고
菽稷隨時藝(숙직수시예) 콩과 기장 때에 따라 심는다.
春蠶收長絲(춘잠수장사) 봄에 누에를 쳐서 긴 명주실을 거두고
秋熟靡王稅(추숙미왕세) 가을에 곡식이 익어도 왕세(王稅)가 없다.
荒路曖交通(황로애교통) 거친 길 희미하게 사방으로 나 있고
鷄犬互鳴吠(계견호명폐) 닭과 개가 서로 우짖는다.
俎豆猶古法(조두유고법) 제사는 옛 법도와 같고
衣裳無新製(의상무신제) 옷도 새로운 게 없다.
童孺縱行歌(동유종행가) 어린아이들은 마음껏 노래하고 다니고
斑白歡游詣(반백환유예) 백발노인들도 즐겁게 놀러 다닌다.
草榮識節和(초영식절화) 풀이 무성하니 온화(溫和)한 봄임을 알고
木衰知風厲(목쇠지풍려) 나무가 시드니 바람이 차가운 겨울임을 안다.
雖無記曆志(수무기력지) 비록 세시(歲時) 절후(節候) 등의 기록이 없어도
四時自成歲(사시자성세) 네 계절이 스스로 한해를 이룬다.
怡然有餘樂(이연유여락) 기쁘고 즐거움이 넘쳐나는데
于何勞智慧(우하로지혜) 어찌 지혜를 수고롭게 하겠는가.
奇蹤隱五百(기종은오백) 기이한 자취 오백 년을 숨기다
一朝敞神界(일조창신계) 어느 날 갑자기 신비의 세계가 드러났으나
淳薄既異源(순박기이원) 순박함과 야박함이 이미 속세의 근원과 다른지라
旋復還幽蔽(선부환유폐) 다시 조용하고 깊숙한 곳으로 되돌아간다.
借問游方士(차문유방사) 묻노니 세속에서 노니는 선비들이여
焉測塵囂外(언측진효외) 어찌 속세의 밖을 헤아릴 것인가.
願言躡輕風(원언섭경풍) 바라건대 가벼운 바람 밟고서
高舉尋吾契(고거심오계) 높이 날아올라 나의 이상을 찾으련다.
* 嬴氏 : 진시황(秦始皇).
* 紀 : 강기(綱紀) 법강(法綱)과 풍기(風氣). 삼강오상(三綱五常)과 기율(紀律).
* 黃綺 : 하황공(夏黃公)、기리계(綺里季). “商山四皓”로 東園公、角里先生,
綺里季、夏黃公 등 네 명의 隱士가 있으나 여기서는 그 중 하황공과
기리계 두 사람을 이름.
* 云 : 雲의 표기도 혼재 함.
* 王稅 : 봉건(封建) 시대(時代)의 국세.
* 俎豆 : 제기(祭器). 즉 제사.
* 記曆 : 세시(歲時) 절후(節候) 등을 기록하다. 記歷, 紀曆 등의 표기가 혼재 함.
* 四時自成歲 : 네 계절이 스스로 한 해를 이룬다. 계절이 네 번 바뀌어 한해가
이루어진다. 즉 사계절이 변함으로 인해 한해를 알 수 있다.
* 怡然有餘樂 于何勞智慧 : 기쁘고 즐거운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는데 어찌 지혜
를 수고롭게 하겠는가. 즉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므로 새로운
변화(變化)나 무엇을 개변(改變)기위한 지혜가 필요하지 않다.
* 借問 : 모르는 것을 물어봄.
* 塵囂 : 먼지와 왁자지껄 함. 즉 세속.
또다른 번역.
贏氏亂天紀, 진시황제의 포학무도함에 천하의 질서가 어지러워지자
賢者避其世. 어진 선비들이 뿔뿔이 헤어져 도피하였는데
黃綺之商山. 하황공.기리계는 상산으로 도피하여 은둔 하였고
伊人亦雲逝. 그들 역시 이곳으로 피해 왔노라
往迹浸復湮. 은신해 갔던 발자국도 묻혀 지워졌고
來逕遂蕪廢. 도화원으로 오던 길도 황폐해 버렸노라
相命肄農耕. 서로 도와 농사일에 힘들이고
日入從所憩. 해가 지면 편하게 쉬더라
桑竹垂餘蔭. 뽕과 대나무가 무성하여 그늘이 짙고
菽稷隨時藝. 콩과 기장 때를 따라 심는다
春蠶收長絲. 봄누에 쳐서 비단실 거두고
秋熟靡王稅. 가을 추수 세금 안 바치더라
荒路曖交通. 황폐한 길이 희미하게 트였고
鷄犬互鳴吠. 닭과 개가 서로 우짖고 있다
俎豆有古法. 제사도 여전히 옛 법대로 이고
衣裳無新制. 옷도 새로운 형식을 따르지 않았다
童孺縱行歌. 어린아이들은 멋대로 길에서 노래하고
斑白歡游詣. 백발 노인들은 즐겁게 서로 찾는다
草榮識節和. 풀 자라니 온화한 봄철인 줄 알고
木衰知風厲. 나무 시들자 바람이 찬 겨울임을 아노라
雖無紀歷志. 비록 달력 같은 기록은 없어도
四時自成歲. 사계절 변천으로 일년을 알 수 있노라
怡然有餘樂. 기쁜 낯으로 마냥 즐겁게 살고
於何勞智慧. 애를 써서 꾀나 재간을 피지도 않는다
奇迹隱五百. 흔적 없이 가려진 오백 년 만에
一朝敞神界. 홀연히 신비의 세계가 나타났으나
淳薄旣异原. 순박한 도원경과 야박한 속세 서로 맞지 않아
旋復還幽蔽. 이내 신비 속에 깊이 숨었노라
借問游方土. 잠시 속세에 노는 사람에게 묻겠노라
焉測塵囂外. 먼지와 소음 없는 신비경을 알겠는가?
願言躡輕風. 바라건대 사뿐히 바람을 타고
高擧尋吾契. 높이 올라 내 이상을 찾으리.
출처: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M1Fq&articleno=9#ajax_history_home
첫댓글 서불도 진시황을 피해 불노초를 찾으러 간 거 아니겠수^^ 아주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또다른 번역이 재미있네요`ㅎㅎ
군주의 폭정에 현자들은 흥미를 잃고 떠나기 마련이죠 ㅎㅎ
잘 읽었습니다~
와- 오늘 수업에서 교수님께서 언급하신 도화원시로군요^^ 조금 늦게 들어와서 진시황 이야기가 갑자기 왜 나오나 했었는데 이 자료를 보니 이해가 갑니다.^^ 좋은 자료 잘 읽었습니다.^^*
역시 시는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네요ㅎㅎ
"높이 날아올라 나의 이상을 찾으련다." 도연명다운 마지막 싯구네요.^^
두 개의 번역을 비교하면서 읽어보니 재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