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첩여와 그녀를 기리는 시
◈반첩여班婕妤 (BC48~AD2)
이름은 소召(실명이 전하는 않는다는 설도 있다). 누번樓煩(지금의 산시성山西省 삭성구朔城區) 사람이다. 서한의 여류작가이며 한성제漢成帝의 빈비嬪妃였다. 반황班況의 딸이자 반표班彪의 고모이며, 반고班固와 반초班超와 반소班昭 형제의 고모할머니이다. 반씨는 한성제漢成帝 초년에 후궁으로 들어가 처음에는 소사少使가 되었다가 나중에 성제의 총애를 받아 첩여婕妤로 책봉되었다. 첩여는 비빈 중에 황후와 소의에 이어 세 번째 높은 직위이다. 그녀는 용모가 아름다울 뿐 아니라 덕까지 갖춰서 성제가 그녀에게 함께 가마에 탈 것을 요구할 때마다 “현명한 군주는 모두 명신을 옆에 두었고, 삼대의 말기에만 군주들이 여자를 곁에 두었을 뿐입니다(聖賢之君皆有名臣在側, 三代末主乃有嬖女).”라고 하며 황제의 명을 따르지 않았다고 한다. 진晉의 고개지顧愷之가 그린 《여사잠도女史箴圖》는 이때의 정경을 묘사한 것이다. 조비연趙飛燕, 조합덕趙合德 자매가 궁에 들어온 후 황제의 총애를 잃자 조씨 자매와의 투쟁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청원하여 태후를 모셨고, 태후가 죽은 후에는 능을 지키다가 외롭게 죽었다. 한 명의 황자皇子를 낳았으나 수개월 만에 요절하였다.
怨歌行원가행
班婕妤반첩여
新裂齊紈素 신열제환소
鮮潔如霜雪 선결여상설
裁爲合歡扇 재위합환선
團團似明月 단단사명월
出入君懷袖 출입군회수
動搖微風發 동요미풍발
常恐秋節至 상공추절지
涼飄奪炎熱 양표탈염열
弃捐篋笥中 기연협사중
恩情中道絶 은정중도절
새로 푼 제나라 고운 비단이
서리처럼 눈처럼 희기도 해라
자르고 마름질해서 합환선을 만드니
둥글기 하늘에 뜬 보름달일세
임의 가슴과 소매 속을 드나들면서
살랑살랑 움직여 바람 내었지
걱정하기 언제나 가을 오는 것이었고
서늘한 바람 불어 더위 잊는 것이었지
대나무 상자 속에 버려진 뒤로
애틋한 임의 정 끊어졌구나
班婕妤三首반첩여3수
王維왕유
其一
玉窗螢影度 옥창형영도
金殿人聲絶 금전인성절
秋夜守羅帷 추야수라유
孤燈耿不滅 고등경불멸
맑은 창에 어리는 반딧불이 그림자
귀 기울여 보지만 사람 소리 없네
가을 밤에 지키는 게 비단 휘장이라니
등마저 잠 못 들고 홀로 밤을 밝히네
其二
宮殿生秋草 궁전생추초
君王恩幸疏 군왕은행소
那堪聞鳳吹 나감문봉취
門外度金輿 문외도금여
궁전에 가을풀 무성하게 자라도록
내 님의 은총은 멀어만 가는구나
높은 님 행차소리 차마 듣기 어려워라
문 밖에 임 탄 가마 지나가누나
其三
怪來妝閣閉 괴래장각폐
朝下不相迎 조하불상영
總向春園裏 총향춘원리
花間笑語聲 화간소어성
화장각 닫아둔 것 이상할 것 없네
조회를 끝내고도 만나볼 수 없어서네
언제나 임 가시는 봄 동산에선
꽃 속의 임의 소리 요란도 해라
班婕妤반첩여
李白이백
月皎昭陽殿 월교소양전
霜淸長信宮 상청장신궁
天行乘玉輦 천행승옥연
飛燕與君同 비연여군동
更有留情處 경유류정처
承恩樂未窮 승은낙미궁
誰憐團扇妾 수련단선첩
獨坐怨秋風 독좌원추풍
휘영청 밝은 달이 소양전을 비추고
장신궁엔 맑은 서리 내리는구나
천자께서 행차하여 옥가마 타면
조비연도 그 곁에 함께 오른다지
한 번 머문 그 마음 갈 데를 몰라
은총 입고 즐거움 끝이 없다지
그 누가 부채 든 여인을 생각하려나
홀로 앉아 가을 바람 원망하누나
長信秋詞장신추사
王昌齡왕창령
其一
金井梧桐秋葉黃 금정오동추엽황
珠簾不卷夜來霜 주렴불권야래상
金爐玉枕無顔色 금로옥침무안색
臥聽南宮淸漏長 와청남궁청루장
우물가 오동나무 누렇게 물 드는데
주렴은 걷히잖고 밤엔 서리 내리네
금향로와 옥베개 할 일을 잃고
누워 듣는 남궁의 빗소리 길기만 하네
其二
奉帚平明金殿開 봉추평명금전개
暫將團扇共徘徊 잠장단선공배회
玉顏不及寒鴉色 옥안불급한아색
猶帶昭陽日影來 유대소양일영래
새벽에 비 들고 나서니 궁전 문이 열리네
둥글부채 들고 함께 거닐고 싶어라
옥 같은 얼굴이 까마귀에 미치지 못하다니
까마귀는 오히려 소양궁 해를 업고 오는데
其三
眞成薄命久尋思 진성박명구심사
夢見君王覺後疑 몽견군왕각후의
火照西宮知夜飮 화조서궁지야음
分明複道奉恩時 분명복도봉은시
참으로 기구한 신세 되어 그리움에 헤매다가
꿈속에서 임금님을 뵈었다가 깨어보니 의심스럽네
서궁에 불 밝혀두고 밤늦도록 술 마셨고
성은을 받들던 때의 길만이 환히 빛나네
班婕妤반첩여
李白이백
玉階生白露
夜久侵羅襪
卻下水精簾
玲瓏望秋月
백옥 닮은 섬돌에 이슬 맺혀서
밤 깊자 버선이 이슬에 젖네
방으로 들어가 수정 주렴 내리고
영롱한 가을 달 발 너머로 보네
◈반첩여班婕妤 (BC48~AD2)
이름은 소召(실명이 전하는 않는다는 설도 있다). 누번樓煩(지금의 산시성山西省 삭성구朔城區) 사람이다. 서한의 여류작가이며 한성제漢成帝의 빈비嬪妃였다. 반황班況의 딸이자 반표班彪의 고모이며, 반고班固와 반초班超와 반소班昭 형제의 고모할머니이다. 반씨는 한성제漢成帝 초년에 후궁으로 들어가 처음에는 소사少使가 되었다가 나중에 성제의 총애를 받아 첩여婕妤로 책봉되었다. 첩여는 비빈 중에 황후와 소의에 이어 세 번째 높은 직위이다. 그녀는 용모가 아름다울 뿐 아니라 덕까지 갖춰서 성제가 그녀에게 함께 가마에 탈 것을 요구할 때마다 “현명한 군주는 모두 명신을 옆에 두었고, 삼대의 말기에만 군주들이 여자를 곁에 두었을 뿐입니다(聖賢之君皆有名臣在側, 三代末主乃有嬖女).”라고 하며 황제의 명을 따르지 않았다고 한다. 진晉의 고개지顧愷之가 그린 《여사잠도女史箴圖》는 이때의 정경을 묘사한 것이다. 조비연趙飛燕, 조합덕趙合德 자매가 궁에 들어온 후 황제의 총애를 잃자 조씨 자매와의 투쟁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청원하여 태후를 모셨고, 태후가 죽은 후에는 능을 지키다가 외롭게 죽었다. 한 명의 황자皇子를 낳았으나 수개월 만에 요절하였다.
怨歌行원가행
班婕妤반첩여
新裂齊紈素 신열제환소
鮮潔如霜雪 선결여상설
裁爲合歡扇 재위합환선
團團似明月 단단사명월
出入君懷袖 출입군회수
動搖微風發 동요미풍발
常恐秋節至 상공추절지
涼飄奪炎熱 양표탈염열
弃捐篋笥中 기연협사중
恩情中道絶 은정중도절
새로 푼 제나라 고운 비단이
서리처럼 눈처럼 희기도 해라
자르고 마름질해서 합환선을 만드니
둥글기 하늘에 뜬 보름달일세
임의 가슴과 소매 속을 드나들면서
살랑살랑 움직여 바람 내었지
걱정하기 언제나 가을 오는 것이었고
서늘한 바람 불어 더위 잊는 것이었지
대나무 상자 속에 버려진 뒤로
애틋한 임의 정 끊어졌구나
班婕妤三首반첩여3수
王維왕유
其一
玉窗螢影度 옥창형영도
金殿人聲絶 금전인성절
秋夜守羅帷 추야수라유
孤燈耿不滅 고등경불멸
맑은 창에 어리는 반딧불이 그림자
귀 기울여 보지만 사람 소리 없네
가을 밤에 지키는 게 비단 휘장이라니
등마저 잠 못 들고 홀로 밤을 밝히네
其二
宮殿生秋草 궁전생추초
君王恩幸疏 군왕은행소
那堪聞鳳吹 나감문봉취
門外度金輿 문외도금여
궁전에 가을풀 무성하게 자라도록
내 님의 은총은 멀어만 가는구나
높은 님 행차소리 차마 듣기 어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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其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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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下不相迎 조하불상영
總向春園裏 총향춘원리
花間笑語聲 화간소어성
화장각 닫아둔 것 이상할 것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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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임 가시는 봄 동산에선
꽃 속의 임의 소리 요란도 해라
班婕妤반첩여
李白이백
月皎昭陽殿 월교소양전
霜淸長信宮 상청장신궁
天行乘玉輦 천행승옥연
飛燕與君同 비연여군동
更有留情處 경유류정처
承恩樂未窮 승은낙미궁
誰憐團扇妾 수련단선첩
獨坐怨秋風 독좌원추풍
휘영청 밝은 달이 소양전을 비추고
장신궁엔 맑은 서리 내리는구나
천자께서 행차하여 옥가마 타면
조비연도 그 곁에 함께 오른다지
한 번 머문 그 마음 갈 데를 몰라
은총 입고 즐거움 끝이 없다지
그 누가 부채 든 여인을 생각하려나
홀로 앉아 가을 바람 원망하누나
長信秋詞장신추사
王昌齡왕창령
其一
金井梧桐秋葉黃 금정오동추엽황
珠簾不卷夜來霜 주렴불권야래상
金爐玉枕無顔色 금로옥침무안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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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렴은 걷히잖고 밤엔 서리 내리네
금향로와 옥베개 할 일을 잃고
누워 듣는 남궁의 빗소리 길기만 하네
其二
奉帚平明金殿開 봉추평명금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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玉顏不及寒鴉色 옥안불급한아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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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같은 얼굴이 까마귀에 미치지 못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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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임금님을 뵈었다가 깨어보니 의심스럽네
서궁에 불 밝혀두고 밤늦도록 술 마셨고
성은을 받들던 때의 길만이 환히 빛나네
班婕妤반첩여
李白이백
玉階生白露
夜久侵羅襪
卻下水精簾
玲瓏望秋月
백옥 닮은 섬돌에 이슬 맺혀서
밤 깊자 버선이 이슬에 젖네
방으로 들어가 수정 주렴 내리고
영롱한 가을 달 발 너머로 보네
西宮秋怨서궁추원
王昌齡왕창령
芙蓉不及美人粧 부용불급미인장
水殿風來珠翠香 수전풍래주취향
却恨含情掩秋扇 각한함정엄추선
空懸明月待君王 공현명월대군왕
부용꽃도 못 미치는 아름다운 여인
수전에 바람 드니 구슬향기 그윽하네
가을부채처럼 잊혀진 한 많은 신세
부질없이 달 보며 임 뵐 날 기다리네
西宮秋怨서궁추원
王昌齡왕창령
芙蓉不及美人粧 부용불급미인장
水殿風來珠翠香 수전풍래주취향
却恨含情掩秋扇 각한함정엄추선
空懸明月待君王 공현명월대군왕
부용꽃도 못 미치는 아름다운 여인
수전에 바람 드니 구슬향기 그윽하네
가을부채처럼 잊혀진 한 많은 신세
부질없이 달 보며 임 뵐 날 기다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