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5(목)
Y: 속죄
부드러운 목소리로
잘못을 빌고 싶어요
살아온 날들 하루하루가
기적이었음과 그 비밀을
놓치고 살아왔음을 용서해주시길요
세상일이 기쁨과 슬픔
고루 주어졌는데도
왜 기쁨이 이것 뿐이냐고
왜 슬픔이 턱없이 많냐고
투정 부린 것 용서해주세요
눈 딱 감고 견디면 될 것을
그냥 웃어넘길 일을
비가 온다고 가슴 조이고
바람이 분다고 지레 겁 먹고
별의 수가 왜 저리 줄었느냐고
가슴에 뿌린 별의 씨앗이
몽땅 사라젔다고 투덜거린 것
용서해 주시길요
사람이 희망이란 걸 애써
모른 척 하질 않았는지
흘기고 질시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거기 갇혀 살아온 건 아닌지
이 족쇄를 스스로 풀지 못한 것
용서해 주시길요
더불어 가는 길
첫눈을 쓸며 길을 내는 마음으로
이웃과 함께 웃고 가는 길
그 길을 열어가는 것이
지상의 기쁨이란 걸
늦게야 깨달은 것을
용서해 주시길요.
나의 첫사랑 소녀. 광주는 수은주 뚝! 영하의 날씨. 첫 눈도 내리고~ 그대 있는 곳은 지중해성 기후~겨울도 따스해서
좋으리.^ ^ 그대 늘 굳센 건승을!!
2022. 12. 17(토)
Y: 눈발 퍼붓는 광주. 화순 나가는 너릿재 길(사진 게시) 형아, 추워질수록 따뜻한 안간의 체취가 그리워지는 계절~
오늘도 그대 건강을!!
H: 여기선 2시간 정도 나가면 눈을 볼 수 있어. 시골에 쌓이는 눈이 그리워. 고드름을 보면 왠지 먼 옛날 이야기가
맺혀있는 느낌이야. 아직도 눈이 내리면 마음이 설레이지. 미국에 살며 눈에 대한 추억이 유난히 많았어. 1981년 1월 18일
뉴옥에 도착했는데 눈이 산처럼 쌓여있었어.내가 떠난 서울은 영하 21도. 뉴옥은 영하 18도. 며칠 후 쏟아지는 함박눈에 입
이 다물어지지 않았어. 다음 날 내 키보다 더 높게 치워진 눈 사잇길을 걸으며 덩치 큰 미국을 실감했어. 192년 1월 14일 눈으
로 많은 사람들이 차를 길에 놔두고 집으로 돌아갈 정도로 길이 마비되고 폭설이 누옥을 덮은 날에, 나는 그레이스를 6주 조
산해낳았고, 그레이사 한국 이름이 설이야. 눈이 하도 그 때 많이 내려 겨울 아이 이름을 가졌어. 다 지나간 추억이지만 때로
는 고드름 하나에 맺힌 이야기 녹여보는 즐거움이 있네~^ ^
춥지만 겨울은 지 성질 있는대로 부리고 쏟아내야 지쳐서 빨리 물러나지 않을까?독하게 앙탈부린 후 돌아서는 겨울 끄트막
봄이 마침내 나타나면 사람들은 더 감사할까?
주절대는 할미, 봄에 예쁘게 꽃 피울게. ㅎㅎ
Y: 우리 초등 3학년 국어책에 할미꽃 전설이 실렸었어. 첫째, 둘째 딸에게 구박을 받고 고개를 넘어 셋째딸 입으로 향하던
할머니는 죽음을 맞고, 그 자리 할미꽃이 피어있더라~^ ^ 뉴옥의 폭설 속에서 그레이스를 조산하며 낳느라 나의 첫사랑 소
녀 얼마나 조바삼하며 수고 많았을까? 아직 할미 소리보다는 아짐 소리가 더 어울릴 나이. 내게는 천년만년 소녀에 머무르
고~^ ^ 어제 차 트렁크에 매달린 고드름을 보았어. 문명과 자연의 이색적인 동침! ㅎ 첫사랑 소녀, 겨울의 입구에 들어섰으니
언제고 출구는 나오게 마련. 우리 강철 같은 계절이랑 동심으로 돌아가 한바탕 즐겨보게/ 화이팅!^ ^
2022. 12.18(일)
Y: 일요일 아침, 월남(베트남) 스키부대에서 찍은 설경^ ^(내가사는 마을이 월남동^ ^)
은백, 월백, 설백, 천지백~온통 하얗고 하얀 화면 속 눈사람!
H: 백설부대원이 가득가득
포근한 설경
제발 녹지 말아
그대로 멈춰주길!^ ^
Y: 그러게~ 오래오래 겨울왕국의 주인공으로 남아있기를~
그런데 이 눈이 녹아야 남부지방 긴 가뭄해소에 보탬이 된다나!^ ^
나의 첫사랑 소녀, 이 겨울 단편소설 하나 낳아야지?^^ 폭설과 사랑과 꿈을 모티브로~
2022. 12. 29(목)
H: 넋두리
묵은년이 가네. 매정한 사람들에게는 눈 흘기며 가네. 그렇게 좋다고 볶아대더니 새색시 오니 고개 돌리네
큰 광주리에 하나 남은 선물 줄까 말까 망설이며 가네. 묵은년아 원망 미움 발자국 피해 감사 발자국 밟고 가라.
새 보따리 이고 오는 새각시 발걸음 사뿐사뿐. 그 보따리 속 뭐가 있나?병 주고 약줄래? 눈물 주고 밥먹일래?
사람이 그어놓은 금에서 묵은년은 새각시 손에 마지막 조각 하나 쥐어주네. 새각시는 보따리 열어 선물 하나
꺼내고 미소 짓네. 묵은년이 주고 간 자비와 새각시 선물 희망을 안고 춤을 추네.
살짝 뒤 돌아본 묵은 년에게넋두리 한 마디.
보소! 열 두해 지나면 장성한 내 아들이 기다릴 거요.
ㅎㅎ 선생님께 띄어쓰기, 맞춤법, 단어표현 등 조언 구합니다. 섣달 그믐이 곧이여서 넋두리 했어요.
Y: 첫사랑 소녀 안녕!
국어과 실력 살아있구만. 윗트와 해학적인 요소가 꿈툴거리는 시! 근데 장성한 내 아들이 의미하는 바는?
스승도 얼핏 이해가 잘 안되는대목이어서~^ ^
섣달 그뭄, 그러고보니 정확히 낼 모레면 제야의 종소리 울리고 임인년 호랑이가 뒤안길로, 계묘년 검은 토끼가 깡
총깡총 달려와 안기리. 올 한 해 열심히 달려온 첫살 소녀, 유종의 미 거두고 새 활력의 새 해 활짝 열어가길.
눈 맑은 나의 소녀. 사랑해!
H: ㅎㅎ 12년 후에 같은 해가 돌아오잖아. 그래서 그 때는 다 자란 아들이 새각시 기다리니까 지나가지만 희망이
있음을 암시^ ^ 그럼 장성한은 다 자란 아들로 고치면 의미를 쉽게 알 수 있을까?
고미워. 역시 시인을 달라. 그어놓은 금은 12월 31일 밤 12시를 생각했어. 선생님 덕분에 차원이 다른 글이 나왔어.
무지 감솨~~(엄치 척)
Y: 그 날 바닷가에서 소녀가 차려준 따끈한 점심을 떠올려 봤어.그 밥 만큼 소하고 맛난 밥은 세상에 없을 거야.
소녀랑 말랑말랑한 영화 하나 또 보고 싶어. 땅콩 까먹으며~ 그대 강철 같은 건강을!!
H: 고마워~
새 각시 따뜻한 사랑으로 맞이해서 가정에 좋은 행사 많기를 빌어~^ ^
Y: 고마워. 둘이 성격이 맞아 밤낮 자석처럼 붙어다나고 있어 일단 보기 좋아~ 계묘년 4월을 기다리며~
H: 모든 사람의 장점을 이야기하니. 그 사이트 인기 있겠다 ㅎㅎ
Y: 사색가의 유명인!
논리술사!
intp형 내향성, 탐색형, 개인형, 계획성다는 즉흥적 성향. 맞는 거 같아~^ ^
H: 즉흥적인 것 빼고는 맞는 것 같아. 나는 옹호자! 처음부터 아니야. 그냥저냥 살아가는 주의거든. 5일 친한 동생이
위암으로 하늘나라로 떠났어. 비는 주룩주록 내리고. 그냥 슬퍼. 죽음 천국 하나님, 믿음을 새기고 있어.
영적 소리를 들었어. 웃으며 살아가래~ㅎㅎ
H: 8월에 시애틀에서 찍은 사진. 다음에 미국 오면 꼭 시애틀 들러. 그랜드캐년하고 다른 느낌. 자연은 진지하고
사람들은 역동적이지만 모순과 희망 속에 있고 모든 꿈과 소망은 레이니어 마운틴 머리 위에 있어. ㅎ 사랑을 느꼈어.
Y: 스무살 소년에게 열 아홉 소녀의 내적 고백 한 마디 들려 줘~^ ^
H: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만 물결치는
침묵의 소리 !
Y:
스무 살
시간은 멈추어 서고
낮달처럼 떠 있는
긴 머리 소녀,
하얀 손등에 입맞춤하다.
그대 그리움,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만 물결치는
침묵의
소리.
2022. 2.13(월)
Y: 72년 봄, 개나리 참꽃 몽글몽글 피어오르던 생명의 계절, 음악콩클! 소년은 지휘,대에 겁없이 서고, 나의 소녀는 어디에?
숨은 그림 찾기!^ ^
인생역
윤삼현
길을 떠날 때
인생역에서 쉬었다 가시게
지나온 궤적이 실타래처럼 풀릴 때
기쁨은 웃어주고
슬픔은 울어주고
아쉬움은 깊은 숨 뱉어주고
오랜 벗을 불러 시시털털 추억담 나누면서
껄껄 웃어 넘기고
희미한 옛 사랑에 감겨
와락 물큰한 살냄새에 취해도 보고
그렇게 인생역에서 한 템포 쉬었다 가시게
해와 달이 설마 달아날 리 있겠는가
급할 게 뭐 있는가.
H: 모르는 단어가 세 개 이상이면 지비는 전라도 사람이 아나랑께요~
내 고향에서 핵교 가는 애들 중
간따꾸를 입은 애들은 있는 집 애들이고
우린 쫄쫄이 쓰봉 입고 기워서 덧댄 다비에
검정 고무신 신고
다우다로 만든 책보에 벤또를 싸서 메고
비오면 찌럭찌럭 신작로길을 걸어 핵교에 갔었지
핵교갔다 오는 길 평평한 신작로에선
땅 따먹기, 삔치기, 팔방을 했었고
더 넓직한 곳에서 고무줄재비, 오징어 살이
삼팔선놀이를 했었지
동네 벌 안에선 나이살이를 했고
마당에선 먕이치기와 구실치기를 했었어
집에 오면 갈쿠들고 솔개비 긁어
가는 새끼로 꼬아 만든 나무 망태에 가득 채워오곤 했었지
시간 나면 갈쿠치기로 나무 따먹기를 했고
갈쿠가 엎어진 놈이 뒤집어 진놈 것을 몽땅 따먹었지
머스마들은 짜구들고 등컬 캐러 다녔고
시간 나면 자치기를 오지게 했었어
해온 나무는 정지 모서리 달구청 밑에 쌓아놓고
밥 할 때마다 부삭에다 처넣고 부지땅으로 젓으면 잘 타들어갔지
남은 재는 등글개로 긁어
소쿠리에 담아 착간 구것에 모아두었다
북감자 밭에 내다 뿌렸어
그 옆에 서숙밭이 딱하니 있었고
서숙을 갈 땐 쟁기질한 밭을 곤배로 쳐 줘야
알이 땅 속으로 박혔지
서숙이 익으면 마당에 덕석을 깔고
돌이깨질을 해서 배눌에 가리지 않게 말려야 했어
서숙은 메꾸리에 담아 두지에 보관했다가
방앳간에서 찧어서
아랫집 몸빼바지에 월남치마 입은 아짐하고 오춘 모셔다
서숙떡을 해 먹었어
밤이 되면 아부지는 샐팍 밖에 얼씬도 못하게 했고
우린 모방에서 이거라 저거리 박거리 하면서
초꼬지 불에 코가 시커멓게 그슬렸어
참, 여름에는 둠붕에서 웃통 벗고 빤쓰 벗고 멱을 감거나
미꾸락지를 잡느라고 시간간줄 몰랐지
때론 오장굴에서 타르박으로 물 길러 몰래 등목을 해댔지
그것도 안 되면 또랑 물을 쪼빡으로 떠서
등목을 해야 벌건 여름이 못 이긴 척하고 지나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