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세량지의 아침
지극히 토속적인 입맛을 가졌어도
가끔 소고기 등심 안심도 먹고 싶기도 하다
먹고나선 내 몸에 안 좋은
기름끼 많은 음식을 먹었다라는 느낌으로 개운치는 않지만
어려서 부터 식탐이 많아 먹고 싶은 걸 참지 못하는편이어서 후회하곤 한다
늘 그러지 말아야한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조절이 되지 않아 소화기내과적으로 고민이 많다
황혼 친구와 데이트 약속이 있어 외식을 해야 한다
괜찮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 상대이고 그도 그럴텐데
지인의 자제분이 족발집을 개업했다 하니 가줘야 되고 기왕이면...
그런데 나름 신경 쓰이는 식사자리여서 격이 떨어지나 싶기도 하다
나이 들어 가면서 어떤일에도 체면에 크게 메이고 싶지 않다
메뉴를 맘대로는 아니지 않나 하면서도 정해 버렸다
뭐라 딱 집어 말할 순 없어도 갈 수록 내가 거칠어 진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떤 땐 말도 함부로 한것 같아 나름 반성도 하지만
짜증이 나고 말해 봐야 득도 없는 일이면 혼잣말을 하게 되는데
씨자가 나올 때도 있어 재수 없어 나이 먹고 정신 오락가락하면
평소 했던 말을 하게 되면 어쩌나 싶기도 하다
밥 한끼 먹는 것도 인간사에 맞춰 머리를 굴려야 하는 게 기분이 벨루다
콜라겐에 의미를 두고 먹으면서 상대에게 과하게 돼지 족발에 대해
아는 상식 잘 모르는 것 까지 설명하며 메뉴에 대한 합리화를 시켰다
워낙 표정관리를 잘 하는 황혼 친구이니 그 깊은 속내를 알 수는 없었다
뭔가는 점수를 올려야 하는데 족발땜에 잘 못 되는 건 아닐까
맛은 있었는데...
며칠이 지나도록 돼지족발은 비굴해지는 시련을 주었다
급기야는 돼지 족발의 두 발톱이 자꾸만 생각이 나면서
꿈에서도 두 발톱이 꼬무락 거리는 모습이 나타나 킥킥거리며 웃었다
아침에 일어나 꿈을 다시 생각하다가
너무 걱정하지 말고 흘러 가라는 해몽으로 정리해 봤다
나름대로 해석한 꿈처럼 과연 일이 잘 될것인가
일단 돼지 꿈이었으니 기본 점수는 될테고
머리가 아니고 발톱이어서 좀 그런가?
기다려 봐야지
그리고 그 친구에게 이런 좀 불쌍한 멜을 보냈다
"아침부터 긴장이 돼서 옷 많이 껴 입었어요
계절은 어김없이 원하지 않아도 오고 인간들은 약속을 숱하게 어기고
오늘도 삶이라는 명제 앞에 얼마나 비굴해질것인가 생각하니
그냥 다 버리고 바다에 드라이브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겨요
가까이 있는 서쪽 바다~ 때로 마음이 비워지기도 해요,
안녕하시지요? "
그래 비록 격 떨어지는 족발을 대접했지만 난 최선을 다 했고
되면 좋고 안되면 마는 거지
오늘도 해는 여지 없이 서쪽으로 지고
내 우찌 달마가 서쪽으로 갔는지 알기나 하겠나
갔다 하니 간걸로 알 뿐이지
먹어서만 맛이 아니 듯
친구야 족발도 품격이 느껴지는 일품요리로 봐 주면 안될런지.
그리고 오늘 법성포 해안도로 달리면 좋으련만 ~~~~~~~~~~~
재미있게 보셨나요
난 지금도 미안하고 그러는데 ㅎㅎㅎㅎ
첫댓글 세량지의 사진 너무 황홀경입니다 감상 잘했습니다
즐거운 주말되고 건강 하세요.
넘 아름다운 그림같은 배경.....짱입니다.
법성해안도로 정말 멋있어요. 매 번 갈 때마다 새로워요.
난 좀늦게봤습니다~~좋은사진 좋은글잘읽고갑니다.
항상느끼는일이지만 프로급에미치는사진실력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