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은 세상 속에서 성가정으로 살기”(루가 2:41-52)
국충국 아모스 신부 / 성남동교회
오늘 우리가 들은 복음은 예수님의 부모가 열두 살 된, 아들 예수님을 데리고 예루살렘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그 아들을 잃어버린 이야기였습니다. 그들은 아들을 찾아 사흘을 헤맨 끝에, 예루살렘 성전에서 그를 찾았습니다. 소년 예수님은 성전에서 율법 교사들과 토론하고 있었습니다. 그를 나무라는 부모에게 예수님은 ‘왜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라고 대답합니다.
이 복음 말씀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있을까요? 당시에 아주 현명한 율법 교사들과 토론할 만큼 예수님이 현명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요? 모든 위대한 위인들이 그렇듯이 어릴때부터 남달리 특별했다는 점을 자랑하려는 것일까요? 성서가 단순히 위인전기가 아니라 진리를 가르치는 책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좀 더 영적인 의미를 탐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로 예수님을 잃어버린 것을 깨닫고 찾아나서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려 봅시다. 길을 잃은 것은 예수님입니까 아니면 예수님을 찾는 사람입니까? 사람들은 길을 잃고 울면서 거리를 헤메고 다닐 예수님을 생각하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찾아나섰지요. 그러나 정작 예수님은 “왜 나를 찾으셨느냐?”고 반문하십니다. 길을 잃은 사람은 예수님이 아닙니다.
공생애 기간에 예수님께서는 아이들을 가로막은 제자들에게 “하느님 나라는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지혜롭다는 사람들과 똑똑하다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을 감추시고 오히려 철부지 어린이들에게 나타내 보이신다.”고도 하셨습니다. 어린이들의 특징이 뭔가요? 끊임없이 묻는 것이지요. 성전에서 예수님께서는 학자들의 말을 듣기도 하고 묻기도 하였습니다. 소년 예수님은 뭘 잘 모르는 아이가 아니라 이미 하느님 나라를 소유한 분입니다. 우리가 찾아야 할 본래의 내 모습입니다. 성인이라고 자부하는 우리가 잃어버린 본래의 모습입니다. 하느님께 끊임없이 진리에 대해서 묻고 듣는 사람, 즉 기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묻지 않고, 듣지 않는 사람은 더 깊은 신앙으로 더 깊은 신앙으로 들어갈 수 없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에 있어서 성경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많은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성경 말씀을 통하여 내 삶을 비추어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하느님과의 대화인 기도를 통해서 하느님께서 내 삶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로 예수님께서 성전을 “아버지의 집”이라고 부르고 계시다는 점을 주목해 봅시다. 그 시대 유대교는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바리사이파는 오로지 율법 준수를 원하는 하느님을 믿었습니다. 사두가이파는 전통을 철저히 따를 것을 원하는 하느님을 믿었습니다. 혁명당이라는 과격파는 무력으로라도 로마의 지배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하느님을 믿었습니다. 그리고 에쎄네파는 금욕적 수도생활을 원하는 하느님을 믿었습니다. 그들 모두에게 공통된 것은 심판하실 무서운 하느님이었습니다. 율법과 전통을 소홀히 하면, 무서운 벌을 받을 것이라는 데에 그들의 생각은 일치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자비로운 아버지이신 하느님을 믿었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이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고 용서하신다고 믿으셨습니다. 그분은 사람이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배워 실천하며 그분의 자녀로 사는 것이 정의이고 하느님의 뜻이라고 믿으셨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믿은 대로 실천하셨습니다. 그분에게 하느님은 양 한 마리도 잃지 않으려는 목자와 같은 분이십니다. 하느님은 사람을 버리지 않으십니다. 자녀의 잘못을 용서하고 불쌍히 여기는 부모와 같은 아버지이십니다. 부모의 사랑이 자녀에게로 흘러들어서 자녀가 성장하고 사람이 됩니다. 부모의 사랑을 배워서 자녀도 사람을 사랑하고 이웃과 사회를 위해 헌신합니다. 하느님의 자녀 된 사람은 예수님이 실천하여 보여주신 하느님의 생명이 자기 안에 흘러들게 하여, 자기도 자비와 용서를 실천하며 삽니다. 교우님들의 가정이 모두 성가정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가족들 서로 서로가 신뢰하고 서로를 지켜주려 최선을 다하고, 역사의 주인으로서 하느님의 뜻을 이루고자하는 믿음으로 살아가는 가정이 바로 성가정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하느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기도하면서 길을 찾아가는 교우님들 되시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