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총리 인터뷰]
"한국은 인도 발전에 靈感을 주는 나라"
-내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참석
"8년前 구자라트 주지사로 訪韓 '인도판 한강의 기적' 결심…
'메이크 인 인디아' 프로젝트에 한국보다 나은 파트너는 없어…
朴대통령의 검소함에 감명받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18일 한국을 방문한다. 총리 취임 후 첫 방문이다. 그는 '모디노믹스'(Modinomics)로 불리는 담대한 개혁 정책을 통해 인구 12억명의 대국을 경제 강국으로 이끌려고 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18일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19일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제6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다. 방한을 앞둔 지난 12일 모디 총리는 뉴델리 관저를 찾은 본지 강효상 편집국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총리 취임 이후 한국 언론과의 첫 단독 대면이다.
인도 뉴델리 중심가에 있는 소박한 단층 주택의 총리 관저에는 파란색 깃털이 달린 공작새가 거닐고 있었다. 인도 전통 의상을 입은 모디 총리는 "나마스테(안녕하세요)"라는 친숙한 힌두어 인사로 취재진을 맞았다.
모디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감사 인사를 먼저 전했다. 두 정상은 작년 11월 미얀마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첫 회담을 가졌다. 모디 총리는 "박 대통령의 검소함과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천성(天性)에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선 "현대 한국의 존경받는 설계자"라고 평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12일(현지 시각)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한국으로부터 오랜 기간 영감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한국의 ‘제조업’‘인적 자원 개발’‘행정 구조’등 세 분야에서 인도의 성공 열쇠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18일 방한해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19일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제6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다. /뉴델리=오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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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 총리의 뇌리에 '한국'은 굵은 글자로 새겨져 있는 듯했다. 구자라트 주지사 시절, 그는 낙후된 지역 발전을 위해 '모델로 삼을 나라가 어디인가' 하고 자문했다고 한다. 답은 '한국'이었다. 그는 한국을 '영감(靈感) 주는 나라'라고 정의했다. "한국인은 재능이 넘치고 근면합니다. 전쟁의 비극을 딛고 활력 있는 현대화와 진취적인 민주화를 이뤘습니다. 나는 이런 한국으로부터 오랜 기간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는 한국의 '제조업' '인적 자원 개발' '행정 구조' 세 측면에서 성공 열쇠를 찾는다고 말했다.
50년 전 한국 대통령도 지금 인도 총리와 같은 꿈을 꿨는지 모른다. 모디 총리는 "우리의 가장 큰 프로젝트는 인도를 미래의 제조업 강국으로 키우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라고 말했다. "지금 한국 현대차가 만든 자동차가 인도 전역에 있습니다. 수많은 인도인이 삼성 스마트폰을 들고 있고, 수많은 인도인의 집에 LG 텔레비전이 있습니다. 한국 기업의 손길은 이미 모든 인도 가구에 닿아 있습니다. 우리의 프로젝트에서 한국보다 나은 파트너는 없습니다."
모디 총리는 인터뷰 도중 가야의 시조(始祖) 김수로왕 이야기를 꺼냈다. "고대 인도의 공주가 한국으로 가 김수로왕과 결혼을 했다고 합니다. 한국의 김씨 성을 가진 많은 사람이 이런 유산을 인도와 공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과 인도는 '혈연(血緣)의 나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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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로王·인도 공주의 '2000년 사랑'이 韓·印 다리가 되어…
가야국 첫 왕비 된 허황옥… 모디 총리, 한국과 혈연 강조
양국, 뮤지컬 제작 협의중

가야국 시조 김수로왕의 부인인 허황옥 공주의 영정. 큰 눈과 큰 코 등 이국적 풍모가 뚜렷하다. /양천 허씨 대종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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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 총리는 한국과의 혈연을 강조하며 '가야의 시조 김수로왕과 결혼한 고대 인도의 공주'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에게 가야국 첫 왕비로 친숙한 고대 아유타국(우타르프라데시주 아요디아 일대로 추정)의 공주 허황옥(許黃玉·인도 이름 슈리라트나·?~188)이다. 그는 "인도 문화부가 슈리라트나 공주와 김수로왕의 결혼을 주제로 한 뮤지컬을 제작하기 위해 한국 측과 협의 중"이라는 '깜짝 계획'을 밝혔다. 2000년 전 역사 속 인물이 한국·인도의 거리감을 좁혀주는 '소프트 외교'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따르면 허황옥은 고향을 떠나 석 달간 항해 끝에 열여섯 살에 지금의 경남 창원시 진해구 앞바다에서 김수로왕의 영접을 받고 혼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둘 사이에서는 아들 10명이 태어났는데 이 중 맏아들은 김씨 성을 물려받았다. 그러나 왕자 두 명에 대해서는 왕비가 '내 성을 따르게 하고 싶다'고 부탁했고, 김수로왕이 이를 받아들여 어머니와 같은 허씨 성을 물려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렇게 시작된 허씨는 '양천' '태인' '하양' '김해' 등으로 본관이 갈라지고 다시 허씨에서 인천 이씨가 파생되며 오늘에 이른다. 이 본관의 뿌리를 거슬러올라 갈 경우 김수로왕과 허황후 사이의 삼형제로 귀결된다는 점 때문에 지금도 김해 김씨와 허씨, 인천 이씨는 한집안으로 간주되며 또한 종친회 역시 '가락종친회'라는 이름으로 연대하고 있다.
아득한 옛이야기처럼 들려오던 허황옥이 한국·인도의 매개체로 새롭게 등장한 건 1999년. 인도에 살고 있는 아요디아 왕가의 후손들, 다시 말해 허황옥의 먼 친척뻘 되는 이들이 한국을 방문해 김해시청도 방문하고, 김해 김씨 문중인 김종필 총리와도 만나면서 큰 화제가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가락종친회는 2001년 아요디아에 '허왕후 유허비'도 세웠다. 이후 허황옥은 지금도 인도 현지에서 '한국과의 각별한 인연'을 떠올리는 아이콘이 됐다. 2005~2008년 서울에서 근무했던 파르타사라티 당시 주한 대사는 2007년 허황옥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비단황후'를 펴내서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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