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아궁이 앞에 앉아 불을 때는데도 불길의 온기가 닿는 것이 아니라
등이 시렵다. 느끼는데
저 북쪽은 어찌들 지낼까
연탄값, 기름값, 전기값을 줄이느라 노심초사로 애태우시는 살림들
눈 앞에 바짝 들이미는 설날 명절 애가 타시겠지.

집을 고치고 책상을 웃목 쪽으로 옮겼더니
의자 받침대 끝 모서리가 들고나는 문 앞에 놓이게 되었다
오가는 사람들 한 마디씩 거든다.
저 모서리에 누가 한번 된통 걸려 찧겠다.
설마 그럴라고
오고 갈때마다 눈에 띌때마다 그 말이 걸린다.

헌 이불, 한 이십년은 되었겠지.
모악산방 입주기념으로 전주 남부시장에 가서 처음 장만한
카시미롱 이불,
후배들이 나 없는 새에 먼저 왔다가 구들이 때뜻해질 때까지 불을 땠다고,
나중에 자다가 얼마나 구들이 뜨거웠으면 요와 이불에 불이 붙어서
개울물을 떠다가 방안에 한동이쯤 퍼부었을까.
난리도 난리가 아니었지. 같은 체크무늬 이불 하나는 다시 사용 할 수 없었고
그나마 한쪽 귀퉁이가 조금 타서 아직 쓰고 있었던 이불
그 이불 맘 독하게 먹고
눈 질끔 감고 버린다. 버리기 전에 쓱싹 싹똑 가위로 오려서

동지 섣달 긴긴밤
어두운 눈 돋보기를 쓰고 바늘 귀를 꿴다
뜨거운 몸,
참아야 하느니라 참아야 하느니라고
누군가는 허벅지를 찌른다는데
그대는 아는지
나는 서툰 바느질을 한다네
방바닥을 바르고 남은
내 타는 애간장처럼 검붉은 광목천을 씌워
바느질을 한다네

네귀퉁이 다 할까
에이 두쪽만 하자.
나머지 두쪽은 발 닿을 일 전혀 없으니까

그대 이제 의자 받침대 모서리에 발부리 찍을 일 없다
이래도 안 오시겠는가
끝내 허벅지를 찔러야 하겠는가
첫댓글 오호!!!
보라 방바닥에 딱 안성맞춤인디요~?
글을 덧붙여 주셨군요...(제가 넘 빨리 읽었나요?)
어쩐지 똑같아 보였습니다...^^
위의 만드는 사진의 천 빛깔은 달라 보였는데,,,마지막 사진을 보니 딱 맞아 떨어져서 좋다!
했더니 방바닥 바르고 남은 천이었네요^^(버려질 이불이 딱 보라빛인 줄 알았당께요.)
시인님 규방 이야기~ 재미있어요!ㅎ
주부생활 17년차...
제일 못하는게 바느질...ㅠㅠ
오죽하믄 딸들이 엄마가 셔츠 단추 달아주는것도 못 미더워 하는데...
시인님 바느질 솜씨에 감탄합니다~^^
바느질 하시면서 허벅지 가끔 찌르셨을지두??ㅎㅎㅎ
새벽에 일어나 빨래하시고 밤 늦게 바느질 하시고...
제목만 보고 허벅지에 바늘구멍 내신 줄 알았습니다!^^
모악산방 입주 기념으로 처음 산 전주남부시장 카시미롱 이불에서 그만 코끝 찡.
오래되고 낡았어도 추억 때문에 못 버리시고,
저리 예쁜 배색으로 아름답게 꾸며내시다니… 혹여 누구 다칠 새라.
그대여! 가셨다가 오시는 때가 기나긴 밤 동지섣달이거든
저 두 모서리 슬몃 감추고 오셔야 해요.
그대 떠난 설움에, 보라 구들 뜨겁다고
살에 바느질 하실라, 허벅지에 붉은 멍 들이실라.
그러니 그대여!
고운 색실 챙겨두고 저 두 날개는 꼭 감춰두고 오셔야 해요.ㅎ
사무치는 규방애가입니다.
도체 몇도까지 올라가면 요와 이불이 붙을수 있는지.걔네들이 부싯돌도 아니공~ㅎㅎ뜨거운 화학반응!시인님 거처는 언제쯤 가보려나^^
참 이뿌다요
애궂은 허벅지는 불쌍헐라 하네유
조금 더 편해진 출입문과 주인장의 보살핌이
참으로 감동입니다
다들 그대는 나며 나일뿐이라고 아름다운 착각들을 하겠습니다.(어떡하지?)
여기서 한가지 의문점...의자받침대라는 물건은 왜 필요한걸까요?
단추가 떨어져도 세탁소에 맡기는 한심함을 반성하며...
의자바퀴가 방바닥을 아프게 할까봐 놓으신 것으로 짐작,
역시나 색과 칠이 예사로워보이지 않았습니다.^^
시인님 왜케 우끼셔요??
참아야 하느니라...고 신님 허벅지 남아나지 않는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었군요^^천만다행이구요~~그나저나 바느질 하시는 솜씨도 이쁜 새악시 저리가라십니다 나은님이랑 둘이 가서 좀 배워야겠네요^^
콩새님두 못하시는게 있으셨어요??ㅋㅋ
언제 같이 갈날 함 잡으시죠??ㅎㅎㅎ
잘하는거 빼고 다 못혀요^^
신님은 하나만 빼고 다 잘하시는거같구요~~
동지섣달 긴긴밤 뜨끈한 구들방에서 군 고구마와 동치미가 그리워요~~
날을 좀 길게 잡으셔야 할 것입니다.
수도 곱게 놓으십니다.^^
크게 웃고 싶어요~~ㅍㅎㅎㅎ
겨울밤 체온 바늘...
어려운 함수관계!
아닌체 험서도 바늘 들고 새운 밤이 하리 이틀일라던가..
느는 거는 바느질 솜씨 뿐이그마... ^^
그대는 어서가서 허벅지를 찌르는일은 없도록 하소서.^^
의자 받침대가 필요한 것은 방바닥이 황토 흙바닥이라서
의자 바퀴가 뒹굴거리면
내 육중한 몸무게
이제는 거의 나이에 가까운 유으으 으으으으으으으
쉽에 눌려서 부서져요.
하여 받침대를 부득불 ^^
의자받침대가 왜 필요할까? 했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20년도 더 지난 이불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는 살뜰함... 또 저렇게 유용하게 쓰이고...
뭐든지 아끼고 버리지 않는 그런 마음... 담아갑니다^^
오랜만에 바느질하는 모습 봅니다~ 솜씨가 여전합니다~^^
설명절... 한숨쉬고 춥고 힘든 사람들도 많겠죠... 그 마음들을 조금이라도 헤아려보고 모두가 따뜻한 설 보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북쪽 사람들도 똑같이 민족의 대명절을 지낼 것인데 이밥에 고깃국에, 따뜻하게 잘 보냈으면...
설 명절 마음속 따뜻한 날들 되십시오~!
천상 기집애야~
이 쉰발눔이
두 분 여기서 암호로 이러시면...
저희들이 절대로절대로 이 해가 당최 안 와서...^^;
(쿸크허어어...) 켘!
두 분 노시는(?) 모습이 재미나 저도 끼이고 싶네요
덧붙여 봅니다~~~
똑.똑.똑
아미타불~
니미시불~^.^
나무관세음보사알~
동짓날 긴긴밤 외로와서 허벅지 찌르시는가 했어요. 남자 나이 쉰 넘어가면 유혹의 손도 없드라 하시던 신부님의 말씀이 생각나면서...너무 앞서가서 지송합니다 ^^
샘 설 잘 쇠시고 몸건강하시길 빕니다. 살아계신 아버님 얼굴 한번 더 볼려고 서울 올라 갑니다.예쁜 강정 맹글어서...
육중한몸매?
그건아니네요...ㅋ
육중한몸무게?
그건아니네요...ㅋ
바느질 하시느라 바쁘셔서 금년에는 복수초 노랑꽃 소식 안올려 보네시려나?
아니면 바람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불고있나 궁금해요......
궁금하면 오백원 잔돈없으시면 말고........
아아! 한겨레출판 문학팀의 신간,
박남준 시인의 산문집 <스님, 메리 크리스마스>가 인쇄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 다. ^_^
다음주에 만날 수 있습니다.
- 트위터 한겨레출판(2013.2.14)
봄이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