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체성혈 대축일 강론 >(6.2.일)
* 하느님은 인간을 사랑으로 창조하셨고. 죄 많은 인간의 구원을 위해 예수님을 이 세상에 보내주셨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 고통 속에서도, 최후의 만찬에서 제자들에게 성체성사를 제정해주신 덕분에 미사 때마다 주님의 몸을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성체를 통해 주님께 더욱더 사랑받는 자녀로 살아가기로 결심하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1. 올해 5월 유럽 성지순례를 위해 작년 9월부터 많은 연구와 고민과 기도를 했습니다. 또다시 기회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많은 분에게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유럽 성지순례이기 때문에, 반드시 가봐야 할 성지에 가서, 하느님 은총을 많이 체험할 수 있게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성지순례 코스, 날씨, 경비, 숙소, 가이드 등 연구해야 할 것이 참 많았습니다. 인솔 가이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출국에서부터 입국까지 제가 인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여행사 사장님과 수백 통의 전화와 자료를 주고받으며,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성지순례가 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경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참가자를 최대한 많이 모아야 했습니다. 일단 대한항공에 44명의 항공권을 확보해놓고, 우리 본당 교우뿐만 아니라, 타본당 교우들, 동생들 부부에게도 함께 가자고 권유했습니다. 처음에는 신청자 44명뿐만 아니라 대기자들도 참 많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취소하는 사람이 생겨서 고민거리가 생겼는데, 우여곡절 끝에 기가 막히게도 44명 숫자를 채워 성지순례를 떠났습니다.
우리나라도 5월이면 성수기인데, 유럽의 5월은 극극극 성수기입니다. 우리가 484만원을 내면서 대한항공을 타고 왔고, 그 많은 곳을 둘러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현지 가이드들이 굉장히 놀라워했습니다. 작년 9월부터 준비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가이드북으로 참가자들이 오랫동안 준비해왔고, 또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과 배려 속에 진행했습니다. 소매치기들이 겨우 5유로 훔치려고 문짝을 뜯어낸 대형버스 때문에 애로사항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소매치기 많은 유럽에서 아무 사건 없이, 성지순례 일정을 무난히 마치고 돌아올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스페인 몬쎄랏 수도원 지하경당, 바르셀로나 성가족 성당 지하경당, 프랑스 루르드 동굴과 지하경당 미사, 몽쌩미쉘 수도원 본당, 빠리 외방선교회 지하경당, 총 여섯 번의 미사를 통해 여러 나라의 성당과 성체가 어떤지 체험할 수 있었고, 우리가 이 세상 어디에 있든 주님 안에서 한 형제 자녀임을 실감하며, 신심을 더욱더 돈독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루르드 성지, 매일 오후 3시에 있는 성체강복을 통해 우리는 주님 안에서 하나임을 실감하면서, 험난하고 각박한 삶이지만 성체의 힘으로 충실히 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7박 9일 유럽 성지순례에서 귀국한 지도 벌써 10일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43명을 인솔하다 보니, 성지순례 때 말을 많이 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체력이 방전되었고, 급기야 성지순례 후유증이 있었습니다. 목소리도 잘 안 나오고, 기침도 자꾸 나고, 노래는 부를 수가 없었습니다. 사제관에서 조용히 견디다가 기침이 너무 나와서 어제 병원 가서, 주사 맞고 약 먹으니 좀 낫긴 하지만, 아직 완벽하지 않습니다. 빨리 목소리가 돌아와 여러분과 함께 성가를 힘차게 부르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교우들의 신앙생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계속 그렇게 노력할 것입니다.
2. 인간에 대한 예수님의 사랑을 자식들에 대한 펠리칸 새의 사랑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펠리칸은 큰 몸집, 긴 부리, 넓은 날개를 가진 새로, 따뜻한 기후의 해안이나 강, 호수 등에서 사는데, 부리를 사용하여 물고기를 잡거나, 작은 동물을 먹이로 삼습니다.
그런데 펠리칸은 새끼를 낳으면 자기 몸을 아낌없이 새끼들의 먹이로 내놓습니다. 새끼들에게 자기 살이 뜯길 때 정말로 고통스럽겠지만, 새끼들을 위해 자기 생명을 기꺼이 봉헌합니다. 펠리칸뿐만 아니라 새끼들을 위해 아낌없이 희생하는 동물들이 많습니다.
동물들 간의 사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예수님은 죄 많은 인간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기 전에, 성체성사를 제정해주셨습니다.
3. 오늘 그리스도의 성체성혈대축일은 예수님의 몸과 피를 기념하는 아주 중요한 축일로서,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크신지 깨닫게 해주는 축일입니다.
예수님은 최후의 만찬에서 제자들에게 나눠주신 빵과 포도주는 당신 몸과 피의 상징이지만, 미사 때 사제의 축복을 통해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화됩니다. 만일 성체가 밥이었다면 위생적으로 굉장히 불편한 점들이 많았을 텐데, 빵이라서 다행입니다.
교우들은 성체성혈을 받아 모심으로써 하느님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사정상, 평소 미사 때는 성체만 영하고, 아주 특별한 경우에는 사목적 배려에 따라 성체 성혈을 함께 영하기도 합니다.
제가 유럽에서 유학할 때 여러 나라에서 온 교우들에게 성체분배 하면 손이 아닌 입으로 영성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옛날의 얀세니즘 영향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인간이 손으로 얼마나 더럽고 추악한 짓을 많이 하는데, 그 손으로 어떻게 하느님의 거룩한 몸을 받을 수 있는가, 안 된다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무튼 자기 순서가 되어, 가만히 입을 벌리고 있으면 입에 넣어줄 텐데, 혀를 갑자기 내밀어서 손가락에 침이 묻는 경우가 있었는데, 제의에 닦을 수 없어 난처했었습니다. 더욱이 전염 같은 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성체를 손으로 영하게 된 것입니다.
최후의 만찬 때,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빵을 떼어주시며 < 받아라, 이는 내 몸이다. > 또 포도주를 주시면서 < 이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의 영적인 양식을 위해 예수님이 특별히 제정해주신 미사에 늘 참석하고, 영성체를 자주 하면서 주님의 사랑받는 자녀들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