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백난아가 발표한 곡
태평(타이헤이)레코드에서 발매한
음반 'GC-3017'에 백년설의 '만포선 길손'과 함께
수록되어 발표된 곡이다.
일제 치하에서 3개 성상이 지난 시점이라
일본어 사용이 자연스러워진 듯
일본문화가 조선의 생활에 깊이 침투한 흔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곡으로
대중가요가 사회문화를 반영하고 있음을
여실히 증거하고 있다.
김영일 작사 이재호 작곡 백난아 노래
황하다방(1941)
https://youtu.be/4p9_PjhcYPA
목단꽃 붉게 피는 시라무렌(黃河) 찻집에
칼피스 향기 속에 조으는 꾸냥
내뿜는 담배 연기 밤은 깊어가는데
가슴에 스며든다 아까이 스이렌
(あかい すいれん- 紅睡蓮)
쪼각달 걸려있는 사마로(四馬路) 거리에
풀라탄 그늘 속을 한없이 걸으니
꾸냥과 헤어지는 안타까운 이 한밤
저 달을 흘겨본다 쯔끼노(つきの) 아리랑
(달밤의 아리랑)
비오는 부두에서 말없이 헤어질 때
가슴에 꽂아주던 리라의 꽃송이
테프를 부여잡고 태징소리 들으니
꿈 속에 젖어든다 요이마찌쿠사요
(よいまちくさよ- 밤거리 풀잎이여)
오래된 음반이라 음질은 좋지 않지만
백난아 초기의 목소리를
특징적으로 들려주고 있고
이재호의 곡이 어쩐지
친근한 느낌의 선율이다.
가사에 나오는 시라무렌은
몽고어로 Sira(누런)와 Muren(강)을
합친 말로 한자로 옮겨
황하가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시라무렌강은
중국 황하(黃河)와 다른 강으로
황하와 구별하기 위해
황수(黃水)로 부르기도 했다.
중국어로는 시라무룬허
(西拉木伦河, xīlā mùlún hé)로
내몽고 자치구 동부를 흐르는 하천.
랴오허수계에 속하고
라오하허(老哈河, 遼河)와 합류한 후에
서랴오허가 되어 발해만으로 든다.
시라무렌 강은
내몽골의 츠펑 시 북부,
커스커텅 기에 발원한다.
커스커텅 기, 웡뉴터 기, 린시 현,
바린 우기, 아루커얼친 기와
초원 지대를 가로질러
동쪽으로 흐르고
웡뉴터 기와 나이만 기의 경계에서
랴오허의 원류인 라오하허(랴오하강, 遼河)와
합류해 서랴오허(西遼河)가 된다.
전체 길이는 380km,
유역 면적은 30,000km²
랴오허강가는 농업과 목축이 활발하다.
황하다방이라는 노래가 나온 이유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만주 북방의 이 강이 만주국으로
이주한 한인들에게는
젖줄과 같은 강이었을 것이고
만주지방 순회공연을 다니던
공연단체에 소속되어 있던 예인들에게도
익숙한 강이었던 모양이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서도 등장하여
강을 건너기가 쉽지 않았다고 기록하고 있고
시간을 더 거술러 올라가면
수나라와 당나라 군사들이
고구려를 침략할 때 발목을 잡던 강이
랴호허강이고
그 지류가 바로 시라무렌 강인데
나라를 빼앗겨 유랑족이 되어
강가의 다방에 앉아
일본어가 섞인 이 노래를 듣는
심정이 어떠했을까?
참고로 가사에 나오는
'칼피스'는 발효 우유 음료로
요구르트와 유사한 음료다.
내몽골지방의 음료를 모방해
일본에서 만든 음료와 회사의 이름으로
지금도 성업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제강점기 때부터
다방에서 파는 인기 음료였고
해방 후에는 해태음료에서
'쿨피스'라는 이름으로 생산 판매하다가
지금은 동원F&B에서 인수하여
생산판매하고 있다.
'꾸냥(姑娘)'은 중국어로
아가씨라는 말이고,
'아까이 스이렌(赤水連, あかいすいれん)'은
붉은 수련 - 해방 후 개사: 삘긴 꽃송이,
연분홍 귀걸이,
새빨간 꽃잎술,
추억이 흐른다.로 바꾸어 불렀다.
'사마로(四馬路) 거리'는
말 그대로 말이 다니는 사거리를 말하고,
'플라탄'은 프라타너스를 줄인 말.
'쯔끼노아리랑(つきの아리랑)'은
달을 보며 노래하는 장면을 감안할 때
달 아리랑(月の아리랑)으로 생각된다.
- 해방 후 개사:
둥근달 아리랑, 눈물이 흐른다. 즐거운 아베크.
'태징(태정, 太鉦)'은 큰 징을 태정이라 쓰고
태징으로 읽기도 하는 민속악기 중 하나로
중간에 두 개의 구멍이 있어
끈으로 매서 두 개를 서로 부딛혀
소리를 내는 심벌과 유사한
타악기로 배에 걸어놓고
신호기로 사용하기도 했다.
'요이마찌쿠사(よいまちぐさ, 금달맞이꽃)요'
- 해방 후 개사:
물망초 신세, 차이나 탱고로 부른다.
일본어를 한국어로 화한
초기 개사 곡을 찾아 들어본다.
1967년 발매된 성음사 발행
'흘러간 옛노래 가요반세기'에
수록된 곡이다.
(9곡중 8번째 곡)
https://www.youtube.com/watch?v=E90XJZuGQro&t=1170s
목단꽃 붉게 피는 시라무렌 찻집에
칼피스 향기 속에 조으는 꾸냥
내뿜는 담배 연기 밤은 깊어가는데
가슴에 스며든다 빨간 꽃송이
쪼각달 걸려있는 사마로 거리에
풀라탄 그늘 속을 한없이 걸으니
단둘이 걸어보든 안타까운 이 한밤
저 달을 흘겨보는 안타까운 이 한밤
이곡으로 백난아의 인기가
절정에 다다랐다는 노래인데
어딘지 무료함과 권태가 느껴지고
낭만적이면서고
퇴폐적인 느낌도 살아 있는 곡이다.
정말 이 황하다방이 북간도 어디쯤에 있던 다방인지
아니면 타관 객지 어느 부둣가의 다방인지
알 수 없지만,
다방의 분위기만은
이 노래를 통해서 어느 정도
느껴볼 수 있는 곡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svsTCHfiAx0&t=30s
크리스마스 이브에
부르스곡으로 옛 추억을 회상해보세요.
옮겨온 글 편집
청산 노승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