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8일 화 壬申날
편인 생지, 편관 록지, 월살.
오늘은 나의 습관을 따르지 않고 장마의 패턴을 타보기로 했다.
낮 시간엔 집 밖에 나가지 않는데 잠시 하늘이 환해진 틈을 타 산보를 나선 거다.
집 밖에 나오자마자 비가 한 방울씩 듣기 시작하는데 걷다보니 다시 멈춘다.
노선을 잡지않고 나온 오늘은 날씨처럼 의식의 흐름을 따라 가보기로 했다.
대진항까지 와서 빨간 등대 방파제와 산수암에 올라 숨 한번 크게 쉬고 거꾸로 길을 잡았다.
해안의 뷰포인트 마다 펜션이 자리잡은 대진 2리, 3리를 거쳐 사진 1리, 2리, 3리로 죽 걸었다.
사진항은 대진보다 더 한적하고 깨끗하다.
텅 빈 오징어 덕장처럼 주민도 차량도 종적이 없다. 동네를 닮은 듯 바다도 좀 더 고요하다.
지난번 첫 방문부터 빵 터진 게 있다.
방파제 트라이포트며 길바닥이며 도배를 해놓은 만리향의 흔적. 참 대책없다.
사진리의 끝단에서 영해로 가는 산 능선을 넘었다.
그 길을 거꾸로 가보니 숨찬 오르막이 나름의 길 맛이 있다.
이어폰을 꽂고 한참을 가는데 빗줄기가 다시 굵어진다. 하지만 모자만 쓰고도 버틸만한 수준이다.
비를 맞으며 영해고까지 이어진 큰 길을 내려왔다. 12.47킬로미터. 1만9천보를 걸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오늘은 만보기 어플에 꽂혀 검색에 들어갔다.
어플을 하나 깔려면 내가 어디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려달라는 정보 요구가 많아 늘 꺼려졌는데
오늘은 이것저것 비교하다 하루에 만보를 걸으면 40원을 주는 앱을 깔아버렸다.
매일 푼돈을 벌어 단팥빵을 사먹으리라 난데없는 도전의식이 타올랐다.
오늘은 재성이 발동하는 날도 아닌데 –뭐 재성까지 갖다댈 것도 없지만- 잔돈에 몹시도 집착한다.
우공이산이라고 작은 것이라도 매일 반복하다보면 무언가 남는 것이 있겠지.
스스로 명분을 만들어보지만 사실은 푼돈이라도 벌어
생산 활동을 하지않는 자괴감, 부끄러움을 가리고싶었는지도 모른다.
드디어 매일매일 군침 흘리며 기다리던 복숭아가 나온단다.
지인들에게 통신을 보내놓았는데 애를 재우고 다 늦은 시각에 후배가 연락을 해왔다.
서울에서 행불된 나의 근황을 ‘걍 논다’로 요약했더니 그녀가 말한다.
‘노동 총량의 법칙이 있다면 언니는 평생 놀아도 될 거예요.’ 말도 참 이쁘게 한다.
복숭아 귀신이라는 후배에겐 두 상자를 보내기로 한다.
무튼 내일부턴 걸으며 돈 번다. 운동화 한 짝 값이나 나올까 싶지만 무슨 대순가.
유일하게 잘하는 걷기가 돈이 된다니...
모진 장마에도 가지 끝에 매달려 달게 익은 복숭아 만큼이나 나 자신이 뿌듯하다.
첫댓글 만보를 걷는다구요?? 흠마야~~~!!
그냥 입천정에 굴러다니는 빈병을 훔쳐 파는 길을 저는 선택하겠습니다..ㅋㅋ
질문>
복숭아귀신이라서 2박스 보내는거예요?? 아님.. 말을 예쁘게 잘해서 2박스득템하는거예요??
말잘해서 그렇게 된거라면,,, 말잘하는 법 연습좀 할라고요ㅎㅎㅎ
당근 말을 예쁘게 해서지요. 놀라고 명분을 주잖아요. 거기다 복숭아까지 좋아한다네요. ㅎㅎ
만보는 거의 매일 그 이상 걷기때문에 별 큰 일은 아닙니다. 도시에선 엄두도 못냈죠.
캐시워크 앱은 하루 100원까지 적립돼요~ㅎ
잘~하면 운동화값 나오겠는데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