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출 - 김영하
민근홍 언어마을
[줄거리]
‘호출하는 자’, ‘호출되는 자’,‘호출은 없다’의 세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현대인이 처한 자기 기만과 반란을 기발한 방식으로 보여 주고 있다. 가끔 잡지에 잡문이나 쓰면서 살아가는 스물여덟 살의 주인공인 ‘나’는 사귀던 여자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여 유학을 떠나겠다고 선언 했을 때도 그저 “공부 열심히 해." 라는 인사를 던졌을 정도로 삶에 의욕을 느끼지 못한다.
어느날 ‘나’는 지하철역에서 만난 매혹적인 여자에게 자신의 호출기를 준다. 그러나 호출기를 건넨 순간부터 ‘나’는 호출을 보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시달리고 여자는 호출이 가져다 줄 새로운 운명에 매달린다. 마지막 순간 호출기는 남자의 주머니 속에서 울린다. 모든 것이 ‘나’의 상상이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서술자의 독백을 처음과 끝에 놓고 그의 상상을 중간에 배치하는 구성으로 허구 속에 허구를 놓고 있다. 이러한 허구적 양상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단절을 더욱 선명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구성을 통해서 타인과의 교류가 불가능해진 현대인의 비극을 형상화하고 있다.
[감상과 이해]
ㅁ 주제: 현대인의 고독과 단절
ㅁ 감상: 이 작품은 현대인이 처한 자기 기만과 반란을 기발한 방식으로 보여 주고 있다. 서술자의 독백을 처음과 끝에 놓고 그의 상상을 중간에 배치하여 타인과의 교류가 불가능해진 현대인의 비극을 형상화하고있다.
☓ 현실과 환상
현실: 수지와의 결별로 인해 외로운 상황
환상: 지하철 역에서 본 여자에 대한 상상
ㅁ 호출 - 삐삐의 상징적 의미
이 작품에서 ‘삐삐’는 인물 간의 폐쇄된 경로를 보여 주며 상호 소통에 대한 갈구이자 신호의 일방향성(단절)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작가는 호출기를 통해 고립되고 단절되어 허구적인 양상에 빠지거나 인간이 아닌 사물에 의존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 의사 전달의 도구로서 고립되어 있는 주인공의 현실을 확인시켜 주는 매개물이다.
[구성]
ㅁ호출하는자 - 사실+환상 : 오랫동안 사귀던 수지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한 이후 혼란된 삶을 살아가던 나는 지하철 역에서 만난 퇴폐적인 여인에게 호감이 가서 지하철에서 내릴 때 삐삐를 주고 연락하기로 한다.
ㅁ호출되는 자 - 환상 : 2류 에로 여배우인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던 남자를 의식했고 지하철에서 삐삐를 받은 후, 남자가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생각하다가 글을 쓴다는 이유로 애인에게 버림받은 남자일 것으로 결정하고 호출을 기다린다.
ㅁ호출은 없다 - 사실 : 여자를 호출한 나는 삐삐 소리가 방에서 나자 당황하고 그녀에게 삐삐를 주었다는 것이 상상속의 일임을 알게 된다. 나는 ‘호출되는 자’에 나온 이야기를 작품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등장 인물]
ㅁ나(이연식):자신을 떠난 수지를 그리워하면 외로움을 달래고자 상상 속의 이야기를 떠올리는 인물
ㅁ수지: 회상속의 여자. 다른 남자와 결혼하여. 유학을 떠남. 나의 옛 애인이기도 함
ㅁ그녀: 상상 속의 여자. 충무로 지하철 벽면에 기대섰던 여자. 나의 상상의 대상임
[김영하의 작품 세계]
김영하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고도 소비 사회 혹은 후기 산업 사회라고 불리는 현 단계의 우리 사회에서 외딴 섬처럼 개체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변모된 삶에 대한 순발력 있는 접근과 날카로운 포착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20대나 30대라는 연령상의 편차와 상관없이, 지난 연대의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과는 매우 다른 지향성을 보여 주고 있는데, 이러한 인물들을 압도적으로 사로잡고 있는 것은 삶의 무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 어떤 이념이나 정열도 무의미하며 사랑이나 우정, 가족애 같은 타인과의 유대간도 가능하지 않다는 믿음이 그들을 고립과 단절 속에 밀어 넣고 있다. 이와 같이 김영하는 현대인의 고독과 단절, 타인과의 연대에 대한 무능, 죽음에 대한 무능 등에 대해 명쾌하게 포착해 내고 있다. 새로운 세대의 첨예한 도시적 감수성을 뚜렷이 보여 주는 그의 소설은 리얼리즘과 판타지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독특한 상상력을 보여주면 20세기 우리 소설의 종점이자 21세기 한국 문화의 기점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