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티비 프로 문화산책에서 이기홍 화백의 그림을 접했는데 자꾸 보고 싶은 그림이었다.
대나무숲 너머 빈하늘, 그리고 바람에 날리고 있는 시들고 마구 꺾어진 옥수수 이파리.
한 점 한 점이 다 마음에 옴싹 들어와 자료를 찾아보아도
함부로 가져올 수 없어 조바심이 났다. 겨우 훔쳐온(?) 그림, 혹시 걸리면 카페지기는 나 죽었소 할 판이다.
언제 전주로 발걸음을 하고 싶은 이유 하나 생겼다.
고향인 듯 고향 아닌 그러나 내 고향이 분명한 그 어디쯤에서 이기홍 화백의 그림들을 보고 오리라.
이기홍 화백과 작품
이 화백은 대나무와 옥수수의 화가로도 불린다. 바람에 일렁이는 대숲과 석양에 홀로 나부끼는 마른 옥수수가 그를 상징한다. 바람 속에 또는 석양 속에 외롭게 서 있지만 의연하다.
그는 그림으로 줄곧 세상과 싸워왔다. 민중미술에 참여해 세상을 바로 잡는 일에 앞장섰다. 그의 작품 속에서 두드러지는 대숲과 옥수수는 이 땅의 민초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 작품 속에 일관되게 등장하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소재, 바람은 곧 냉엄한 세상, 세파일 것이다.
“내 작품의 소재는 자연입니다. 대나무와 옥수수 그리고 작은 들풀 속에 세상을 담고 싶습니다. 그 작고 흔한 것들, 우리가 늘상 보아왔던 것들에 새로운 의미를 담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항상 주변에 관심을 갖고, 보다 나은 세상이 되도록 힘을 보태겠습니다.”
그는 ‘리얼리티’를 추구한다. 사실화처럼 세밀하다. 그는 댓잎 하나하나를 수묵화처럼 친다. 일일이 붓을 줘 살려낸다. 하나하나 살아나는 댓잎은 꿈틀거리고, 그의 대숲 그림 속에서는 바람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최근에는 작품 소재를 만경강과 동진강으로 확대하고 있다. 자연을 소재로 한 그의 작품들은 대서사시를 떠올리게 한다. 가을 들녘의 모악산에서 보여준 것처럼 장엄하고 화려하고 깊다. 그 울림을 강에서도 찾고 있다.
이기홍 화백은 전주 출신으로 전주대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현재 전북민족미술인협회장으로 전북 민중미술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한편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전주한옥마을 문화공간 ‘향교길68’은 그동안 조미진 전통자수 명장의 작업실인 ‘향목’을 활용한 공간이다. 1층은 갤러리 등 복합문화공간, 2층은 사무실 과 휴게공간, 3층은 조 명장의 전통자수 전시실과 작업실로 운영된다.
조 명장은 “향교길68을 전시 공간으로만 국한하지 않고 강연, 공연 등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작가와 관객이 만나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http://www.jjan.kr)
첫댓글 훔쳐올만합니다.
덕분에 공범이 되어 감상해요.
그림 보는 안목도 없으면서 그림을 보고 있으면 참 좋다 그러면서 행복한 마음인데
이기홍 화백의 다른 그림들, 강과 산등성이를 휘감는 구름들,
비록 화면으로 봤지만 은은하면서도 스케일이 큰 그림들이 어찌 좋던지요.
이분은 왼쪽 팔이 없으셔요. 한 팔로 붓질을 하시더군요.
꼭 직접 보고 싶어요.
프른 대숲, 바람이 밀고가는 구름물비늘...
죽었지만 살아 일렁이는 옥수숫대와 불바람을 일으키는 옥수수 잎들...
희꽃님이 고향을 그리워 할만 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