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며칠 전부터 갑자기 눈에 무언가 어른거리고 검은 실 같은 것이 계속 떠다녀서 거추장스럽고 신경 쓰이는 것이 여간하지 않아 안과진료를 받았습니다. 별스럽지 않은 검사와 진료를 통해 진단받기를... ‘비문증’(vitreous floaters)이랍니다.
저는 생경한 병명이었으나 흔한 안과 질환이고 원인은 노화과정 중에 발생하는 것이며 게다가 딱히 치료방법이나 치료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가 어쩌다가 괜찮아지기도 하지만 눈에 뭔가 계속 보이는 현상이 평생 지속될 수도 있다는데... 지금은 초기라서 신경 쓰이고 불편하겠지만 좀 지나면 그런대로 적응하게 된다는... 그러니 기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시면 된다고... 다소 무심한 듯한 설명과 진단을 듣고 비문증을 설명해주는 종이쪼가리 한 장, 달랑 받아 들고 왔습니다.
이제부터 평생 눈에서 뭔가 거슬리게 어른거리는데 딱히 해결할 방법이 없다니 좀 당혹스러운 진단이긴 했지만... 그런가보다...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뭐 대단히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니고 그런대로 유연하게 적응하며 살면 되겠지요. 별 일도 아니지만 이번 일을 겪으며 나의 부모님은 그리고 우리 어르신들께서는 그 힘들고 어려운 노화의 과정을 어찌 다 견디고 받아들이셨을까 하는 상념이 불현듯 스치고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요즈음은 예수님의 생애와 말씀, 그리고 십자가의 길을 묵상하며 성숙하고 복된 신앙으로 나아가는 사순절기... 오랜만에 대심방을 하면서 교우들과 더욱 가까이 만났습니다. 힘겹고 어려운 시절을 겪어내면서도 변함없는 믿음의 열심과 헌신으로 함께 해 준 자랑스러운 우리 교우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또한 말씀으로 격려하고 축복하는 은혜로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연세가 높으신 성도님들께는 다음과 같은 말씀도 나누었지요. “늙고 병들고 무기력해진 탓에 내 인생이 허무하다. 나의 노력과 수고가 헛되었다 생각하지 마시길... 선하고 아름다운 삶의 씨앗, 믿음과 기도의 씨앗은 언젠가 어디엔가 무엇엔가... 반드시 열매 맺고 결실하리라 믿으시기를... 결국 애쓰고 수고한 당신들의 마음과 손길은 지금도 좋은 열매를 향하여 무럭무럭 나아가고 자라나고 있는 중임을...” 말씀을 통해 권면하며 은혜를 나누었습니다.
같잖고 얼빠진 소리만 오물처럼 쏟아 놓는 놈들 때문에 답답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지만 자연은 어김없이 우리에게 희망의 봄바람을 선사하고 바야흐로 봄기운이 성큼 다가와서 경칩(驚蟄)을 맞이하게 됩니다. 만물이 기지개를 켜며 부스스 일어나는 이 때, 우리도 낙심과 실망을 딛고 일어나서 내 삶의 자리에서 경탄스러운 깨달음으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의 놀라운 신비를 깨닫고 경험하고 누리는 보배로운 사순절기가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