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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23조 제1항이 법률에 내용과 한계를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더라도 퇴직연금수급권은 헌법상 바로 재산권에서 보장된다. 만약 아래 판례1처럼 퇴직연금수급권이 법률에 의하여 비로소 인정되는 권리이고 법정요건을 갖추기 전에는 재산권에서 보장될 수 없다면 국회가 퇴직연금 요건을 50년 이상 공무원으로 재직한 자라고 규정을 하더라도 재산권을 침해할 여지가 없다는 누구도 수용하기 힘든 결론에 이른다. 그러나 퇴직연금수급권은 헌법 제23조 제1항에서 바로 부여된 권리라면 헌법 제23조의 해석을 통해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도출할 수 있다. 어느 수준에서 공무원 퇴직연금수급권 수령요건을 정해야 하냐고 묻는다라면 50년이라고 답할 공무원은 없을 것이다. 만약 퇴직연금 요건을 50년 이상 공무원으로 재직한 자라고 규정했다면 이는 입법형성권의 범위를 일탈하므로 재산권을 침해한다. 따라서 법률로 공무원 퇴직연금수급권의 요건이 정해지더라도 퇴직연금수급권을 헌법상 권리로 봄이 타당하다.
판례 1: 공무원 퇴직연금수급권이 비록 재산권으로 인정된다 하여도 입법자는 국가의 재정상황, 국민 전체의 소득 및 생활수준 기타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인 여건 등을 종합하여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재량이 인정되기 때문에 법률에 의하여 비로소 인정되는 권리라고 할 수 있고 법정요건을 갖춘 후 발생하는 공무원 퇴직연금수급권만이 경제적·재산적 가치가 있는 공법상의 권리로서 헌법 제23조 제1항이 보장하고 있는 재산권에 포함되는 것이다(헌재 2003. 9. 25. 2001헌마93; 헌재 2008. 2. 28. 2005헌마872등 참조). 그런데, 청구인과 같은 임용결격공무원의 경우 그 임용행위가 당연무효이므로 공무원 퇴직연금수급권의 법정요건의 하나인 적법한 공무원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적법한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취득하지 못한 청구인은 공무원퇴직연금수급권을 취득할 수 없으므로,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소정의 임용결격사유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근무하거나 하였던 자’(이하 ‘임용결격공무원’이라 한다)를 공무원 퇴직연금수급권자에 포함시키지 않는 공무원연금법 의하여 청구인의 재산권이 침해될 여지는 없다고 할 것이다(헌재 2012. 8. 23. 2010헌바425).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다수의 판례에서 법정 요건이 충족되기 전에는 재산권으로 보호되지 않는다고 한다. 아래 판례 3에서 공무원의 보수청구권은 법률에 의해 그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면 재산적 가치가 있는 공법상의 권리가 되어 재산권의 내용에 포함되나, 그 이전에는 재산권이 아니라고 한다.
공무원이 2026년 6월 노동력을 제공했다면, 보수청구권은 자신의 노동을 제공한 대가로 받는 임금이므로 헌법 제23조 제1항의 재산권에 의해 일단 보호되어야 한다. 그 후 헌법 제23조 제1항 단서에 따라 그 내용과 한계를 법률과 그 위임을 받은 하위 법령으로 정하게 되는 것이지, 법률 등에 그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어야만 재산권에서 비로소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노동을 제공했으면 일단 재산권으로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에 무슨 할 말이 더 있겠는가?
법령에서 보수를 결정함에 있어 입법형성의 자유는 폭넓게 인정되어야 하나, 헌법상 재산권 해석에 의한 한계가 존재한다. 만약 법령에서 공무원의 월 보수를 '50만 원'으로 규정했다고 가정해 보자. 판례 4의 내용대로라면, "월 200만 원은 넘어야 한다"는 통상적인 보수에 대한 공무원의 기대가 법령에서 형성된 바 없으므로, 월 50만 원으로 정한 법령 조항이 기대보다 낮은 봉급월액을 규정하여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이유 없게 되는 것인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논리를 헌법재판소가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 노동력을 제공했는지 여부가 헌법 제23조의 재산권 보호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어야 하지, 법령에 정해져 있는지 여부가 그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무원이 2026년 6월 노동력을 제공했다면 보수청구권은 임금으로서 헌법 제23조 제1항의 재산권으로 보호받으며, 만약 6월 급여로 50만 원을 수령했다면 그 근거 법령은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벗어난 입법으로서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 전체의 소득 수준, 물가 수준, 국가 재정 능력을 고려하여 헌법 해석을 통해 넘을 수 없는 '보수청구권에 대한 입법형성의 한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9급 공무원의 초봉 기본급여는 200만 원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토론과 대화를 통해 인정된다면, 월 200만 원 이상의 보수를 받을 권리는 헌법 제23조의 재산권에 의해 보호되는 것이다. 그에 미달한 법령은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넘어 재산권을 침해한다. 또한 50만원을 수령한 공무원이 청구한 임금지급결정 취소소송에서 법령을 적용하여 적법하다는 판결을 했다면 재산권을 침해하는 판결이 될 것이다. 이러한 결론이 나오려면 공무원 보수청구권이 법령이전에 헌법에서부터 재산권에 보호되는 권리라는 전제가 인정되어야 한다.
판례3: 공무원의 보수청구권은, 법률 및 법률의 위임을 받은 하위법령에 의해 그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면 재산적 가치가 있는 공법상의 권리가 되어 재산권의 내용에 포함되지만, 법령에 의하여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 전의 권리, 즉 공무원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어느 수준의 보수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는 단순한 기대이익에 불과하여 재산권의 내용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청구인이 주장하는 특정한 또는 구체적 보수수준에 관한 내용이 법령에서 형성된 바 없음에도, 이 사건 법령조항이 그 수준의 봉급월액보다 낮은 봉급월액을 규정하고 있어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헌재 2008.12.26. 2007헌마444).
판례4: 우리 헌법 제34조 제2항·제6항의 국가의 사회보장·사회복지 증진 의무나 재해예방 노력 의무 등의 성질에 비추어 국가가 어떠한 내용의 산재보험을 어떠한 범위와 방법으로 시행할지 여부는 입법자의 재량 영역에 속하는 문제이며, 산재피해 근로자에게 인정되는 산재보험수급권도 그와 같은 입법재량권의 행사에 의하여 제정된 산재보험법에 의하여 비로소 구체화되는 ‘법률상의 권리’이며, 개인에게 국가에 대한 사회보장·사회복지 또는 재해예방 등과 관련된 적극적 급부청구권은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헌재 2005. 7. 21. 2004헌바2; 헌재 2003. 7. 24. 선고 2002헌바51).
판례5 :국가유공자의 보상금수급권은 헌법 제23조 제1항의 재산권의 하나로 보아야 할 것이나, 보상금수급권의 발생에 필요한 절차 등 수급권 발생요건이 법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 법정요건을 갖추기 전에는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전공상을 입은 군경이 상이군경으로 확인받기 이전에는 기대이익에 불과하다(헌재 1995.7.21. 93헌마14).
판례6:고엽제법에 의한 고엽제 후유증환자 및 그 유족의 보상수급권은 법률에 의하여 비로소 인정되는 권리로서 재산권적 성질을 갖는 것이긴 하지만 그 발생에 필요한 요건이 법정되어 있는 이상 이러한 요건을 갖추기 전에는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이라 할 수 없다(헌재 2001.6.28. 99헌마516).
판례7: 장해보상연금청구권:법정요건을 갖추어 장해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자들의 장해보상연금청구권은 재산권의 범주에 포함된다(헌재 2009.5.28. 2005헌바20).
(4) 판례1, 판례3-7의 논리적 문제점
앞에서 논증했듯이 판례논리대로 라면 도저히 헌법상 납득할 수 없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판례의 논리를 따라가 보자.
논리적 문제점1
대전제 : 어떤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가 헌법상 재산권에서 인정되려면 법정요건을 갖추어야 된다.
소전제: 법률에서 퇴직연금수급권의 법정요건으로 50년 이상 공무원으로 재직한 자를 경한 경우
40년 근무한 갑은 퇴직연금수급권은 법정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재산권에서 보호되지 않는다.
결론 : 법령이나 법원의 재판이 갑의 퇴직연금수급권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논리적 문제점2
대전제 : 어떤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가 헌법상 재산권에서 인정되려면 법률에 요건이 규정되어야 하고 법정요건을 갖추어야 된다. 또한 진정입법부작위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돼서 위헌확인을 받으려면 헌법 기본권 보장을 위한 입법의무가 인정되어야 한다(헌재 2013. 8. 29. 2012헌마840 참조).
소전제 : 국회가 월남전에 파병되어 고엽제인한 질병으로 사망한 군인의 유족을 위한 보상입법을 하지 않고 있다.
결론 : 군인 유족들의 보상금수급권은 법률로 정해진 바 없으니 헌법상 재산권을 위한 입법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입법부작위는 유족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첫 번째 논리적 함정인 '입법권의 전능화' 문제를 살펴보면, 권리 발생의 근거를 오직 법률에만 두는 대전제 하에서는 입법자가 실현 불가능한 법정 요건을 설정하더라도 이를 통제할 방법이 사라진다. 예를 들어 퇴직연금 수급 요건을 '50년 재직'으로 규정할 경우, 40년을 헌신한 공무원은 단순히 요건을 갖추지 못한 미달자로 분류되어 재산권의 보호망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법률의 내용이 정당한지, 혹은 기본권의 본질을 침해하는지 심사하기도 전에 "요건 미달이므로 권리 자체가 부존재한다"는 논리로 심사 자체를 차단해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과적으로 기본권이 입법권을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권이 기본권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되는 기본권 보장 원칙의 전도 현상이 발생한다.
두 번째로 제시된 '진정입법부작위의 딜레마'는 이러한 논리적 모순이 국민의 권리구제를 어떻게 가로막는지를 더욱 비극적으로 보여준다. "법률이 있어야 재산권이 존재한다"는 전제와 "입법부작위가 위헌이 되려면 헌법상 입법 의무가 있어야 한다"는 논리가 결합하면 치명적인 순환 논리에 빠지게 된다. 국회가 고엽제 피해 유족을 위한 보상 입법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 논리를 적용하면 유족들은 법률이 없으므로 아직 재산권자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른다. 보호할 권리가 아직 탄생하지 않았으니 국가의 입법 의무를 따질 주체도 모호해지고, 결국 헌법소원은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본안 심리조차 받지 못한 채 각하될 수밖에 없다. 이는 입법부작위로 기본권을 침해받은 국민을 영구적인 구제 불능 상태에 빠뜨리는 법리적 사각지대를 형성한다.
(5) 법률유보에 대한 오해가 야기한 문제점
판례 1처럼 헌법상 기본권에 대한 법률유보가 법률에 의해 기본권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한다면, 헌법상 기본권이 입법권에 대해 가지는 구속력을 확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는 과거 법실증주의가 헌법상 자유권을 '법률 안의 자유'로 전락시켰듯이, 법률의 규율이 필요한 재산권, 선거권, 공무담임권, 사회적 기본권 등을 '법률 안의 권리'로 격하시킬 우려가 매우 크다. 이러한 기본권의 몰이해로 헌법과 법률 간 효력상 서열이 전도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헌법은 법률의 상위규범이다. 따라서 상위규범이 하위규범의 해석의 기준이 되고 나아가 하위규범을 효력을 부정할 수 있는 통제규범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어떤 권리가 헌법상 권리로서 보장되느냐가 하위규범에 의해 좌우된다면 규범구조를 무너뜨리고 헌법의 최고규범성을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재판소원은 법원의 사법권 행사에 의한 기본권 침해 가능성을 적법성 요건으로 하며, 본안 심리에서 사법권에 의한 실제 기본권 침해 여부를 판단한다. 만약 판례 1처럼 법률유보를 이해한다면 기본권 침해 가능성 자체가 인정되기 힘들 것이고, 결국 기본권을 단순한 법률상 권리로 보고 법익 형량을 하거나, 심지어 기본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역으로 법원이 판례 1과 같은 논리로 법률유보를 이해하여 기본권 침해 가능성을 부인하거나, 기본권을 법률상 권리로 치부하여 법익 형량을 그르친다면, 바로 그 점을 근거로 재판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재판소원 청구가 실제로 인용되려면 헌법재판소가 스스로 가진 '기본권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어야 한다. 재판소원이 본격화되면 구체적 사건 관점에서 헌법적 정당성을 평가하다보면 어느 정도는 자연스럽게 헌법재판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