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3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
[ 앞부분의 줄거리 ] 수성궁을 찾은 선비 유영은 꿈속에서 , 죽은 김 진사와 운영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 안평 대군의 궁녀인 운영은 김 진사와 사랑에 빠진다 . 김 진사는 노비인 ‘ 특 ’ 의 도움을 받아 운영과 달아날 계획을 세우나 특의 배신으로 안평 대군에게 들키게 되고 , 운영은 자결을 한다 . 김 진사는 특을 불러 지난날의 죄를 용서해 주며 청량사에서 운영을 위한 불공을 드릴 준비를 하라고 분부하나 특은 계속 악행을 저지른다 .
때는 마침 홰나무 꽃이 노랗게 피는 시절이었습니다 . 나는 과거를 볼 생각은 없었으나 공부를 핑계 삼아 청량사에 올라갔습니다 . 며칠을 묵으며 특이란 놈이 한 짓을 자세히 듣게 되었지요 . 분을 이기지 못했으나 특을 어찌할 방도가 없었습니다 . 목욕재계한 다음 부처님 앞에 나아가 두 번 절하고 세 번 머리를 조아린 뒤 향을 살라 합장하고 이렇게 빌었습니다 .
“ 운영이 죽을 당시 했던 약속이 너무도 서글퍼 차마 저버릴 수 없었나이다 . 그래서 특이라는 종놈으로 하여금 정성을 다해 불공을 드리게 하여 명복을 빌려 했었습니다 . 그랬건만 지금 이 종놈이 부처님께 빌던 말을 들으니 패악이 극심하여 운영의 마지막 소원마저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 이 때문에 제가 감히 다시 비나이다 . 부처님 , 운영을 다시 살아나게 해 주옵소서 . 부처님 , 운영을 저의 배필로 맺어 주옵소서 . 부처님 , 운영과 제가 다음 생에서는 이 같은 원통함을 면하게 해 주옵소서 . 부처님 , 특이란 종놈의 목숨을 끊고 쇠로 만든 칼을 씌워 지옥에 가두어 주옵소서 . 부처님께서 이렇게 해 주신다면 운영은 12 층 금탑을 세우고 저는 큰 절을 세 곳에 세워 부처님 은혜에 보답하겠나이다 .”
기도를 마치고 일어서서 백번 절하며 머리를 땅에 조아리고 나왔습니다 .
이레 뒤에 특은 우물에 빠져 죽었습니다 . 그 뒤로 나는 세상사에 뜻이 없어 , 몸을 깨끗이 씻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조용한 방에 누웠습니다 . 나흘 동안 먹지 않다가 한 번 장탄식을 하고는 마침내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
적기를 마치고 붓을 놓았다 .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슬피 울었는데 ,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 유영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 .
“ 두 분이 다시 만나셨으니 소원을 이룬 셈이요 , 원수 같은 종놈이 이미 죽었으니 분도 풀렸을 터인데 , 어찌 그리도 하염없이 비통해하십니까 ? 다시 인간 세상에 나지 못한 것을 한스러워하시는 겁니까 ?”
김 진사가 눈물을 거두고 감사의 뜻을 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
“ 우리 두 사람 모두 원한을 품고 죽었기에 염라대왕은 우리가 죄 없이 죽은 것을 가련히 여겨 인간 세상에 다시 태어나게 하려 했습니다 . 그러나 지하의 즐거움도 인간 세계보다 덜하지 않거늘 하물며 천상의 즐거움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 이 때문에 우리는 인간 세계에 태어나기를 소망하지 않았습니다 . 다만 오늘밤 서글퍼하는 것은 다른 이유에서입니다 . 대군이 몰락하여 수성궁에 주인이 없어지자 새들은 슬피 울고 사람들의 발길도 끊어졌으니 , 이것만 해도 참으로 슬픈 일이지요 . 게다가 새로 전쟁을 겪은 뒤 화려하던 집은 잿더미가 되고 고운 담장은 무너져 내려 오직 섬돌의 꽃과 뜨락의 풀만 우거져 있습니다 . 봄빛은 예전 모습 그대로이거늘 사람 일은 이처럼 바뀌었으니 , 이곳에 다시 와 지난날을 추억하매 어찌 슬프지 않겠습니까 !”
유영이 말했다 .
“ 그렇다면 그대들은 모두 천상에 계신 분들인가요 ?”
김 진사가 말했다 .
“ 우리 두 사람은 본래 천상의 신선으로 , 오랫동안 옥황상제를 곁에서 모시고 있었지요 . 그러던 어느 날 상제께서 태청궁에 납시어 내게 동산의 과실을 따오라는 명을 내리셨습니다 . 나는 반도와 경실과 금련자를 많이 따서 사사로이 운영에게 몇 개를 주었다가 발각되고 말았습니다 . 그래서 속세로 유배되어 인간 세상의 고통을 두루 겪는 벌을 받았지요 . 이제는 옥황상제께서 죄를 용서하셔서 다시 삼청궁 ( 三淸宮 ) 에 올라 상제 곁에서 시중을 들고 있습니다 . 그러다가 때때로 회오리 바람 수레를 타고 내려와 속세에서 예전에 노닐던 곳을 찾아보곤 한답니다 .”
이윽고 눈물을 뿌리며 유영의 손을 잡고 말했다 .
[A] <“ 바닷물이 마르고 바위가 문드러져도 이 사랑의 감정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요 , 천지가 다해도 이 한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 오늘 밤 그대와 만나 이렇게 회포를 풀었으니 전생의 인연이 없었더라면 어찌 이런 일이 있겠습니까 ? 엎드려 바라건대 선생은 저희가 쓴 글을 수습하시어 영원히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 그리하여 경망스런 사람의 입에 헛되이 전해져 우스갯거리가 되지 않도록 해 주시면 참으로 고맙겠습니다 .”>
김 진사가 취하여 운영에게 몸을 기대며 절구 한 편을 읊었다 .
궁중에 꽃 지고 제비 나는데
봄빛은 예와 같되 주인은 간 데 없네 .
한밤의 달빛 이리도 서늘하여
버드나무와 가벼운 안개는 푸른 우의 ( 羽衣 )* 같네 .
운영이 이어서 읊조렸다 .
옛 궁궐의 버드나무와 꽃은 새봄을 띠었고
천 년의 호사 자주 꿈에 보이네 .
오늘 밤 놀러 와 옛 자취 찾노니
눈물이 수건 적심 금치 못하네 .
유영이 취하여 깜빡 잠이 들었다 . 잠시 뒤 산새 울음소리에 깨어 보니 , 안개가 땅에 가득하고 새벽빛이 어둑어둑하며 사방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데 다만 김 진사가 기록한 책 한 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 유영은 서글프고 하릴없어 책을 소매에 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 상자 속에 간직해 두고 때때로 열어 보며 망연자실하더니 침식을 모두 폐하기에 이르렀다 . 그 후 명산을 두루 유람하였는데 , 그 뒤로 어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
- 작자 미상 , 「 운영전 」 -
* 우의 ( 羽衣 ): 신선의 옷 .
31. 윗글의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① ‘ 김 진사 ’ 는 부처님에게 ‘ 특 ’ 의 죽음을 기원했다 .
② ‘ 김 진사 ’ 는 청량사에서 ‘ 특 ’ 의 행적을 전해 듣고 분노했다 .
③ ‘ 김 진사 ’ 는 ‘ 운영 ’ 의 재생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포기했다 .
④ ‘ 김 진사 ’ 와 ‘ 운영 ’ 은 가끔씩 속세에 내려와 추억의 장소를 방문하고 있다 .
⑤ ‘ 김 진사 ’ 와 ‘ 운영 ’ 은 그들을 속세에 환생시키려고 한 ‘ 염라대왕 ’ 의 배려를 거절했다 .
32. < 보기 > 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3 점 ]
< 보기 >
선생님 : 「 운영전 」 은 몽유자가 꿈속에서 남녀 주인공을 만나 겪은 일을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되는데 , 현실이라는 외부 이야기 속에 꿈이라는 내부 이야기가 들어 있는 액자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 또한 남녀 주인공들이 천상계에서 죄를 지어 지상계로 내려왔다가 다시 천상계로 돌아가는 적강 화소 ( 謫降話素 ), 남녀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목소리로 말하게 한 발상 , 삽입된 시와 서사 전개 간의 밀접한 연관 , 비극적 성격 등이 잘 어우러져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① 몽유자가 꿈에서 깨어난 후 발견한 책은 내부 이야기와 외부 이야기를 매개하는 소재로 볼 수 있군 .
② 몽유자가 꿈속에서 남녀 주인공을 만나 그들의 사연을 듣는 공간을 천상계로 설정하여 몽환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군 .
③ 내부 이야기에 남자 주인공이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는 부분이 있어 상황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을 엿볼 수 있군 .
④ 내부 이야기에서 남녀 주인공이 한을 품고 죽는 것과 외부 이야기에서 몽유자가 망연자실하여 침식을 폐하는 것으로 보아 이 작품이 비극적 성격을 지녔음을 알 수 있군 .
⑤ 남녀 주인공이 읊은 시는 특정 공간의 현재 상황을 제시한 내용과 연관되어 그들이 느끼는 슬픔과 무상감을 부각하는군 .
33. [A]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① 불가능한 상황을 가정하여 각오를 밝히고 있다 .
② 보답을 암시하며 행동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
③ 설의적 표현을 사용하여 만남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
④ 상대방이 해야 할 일을 제시하며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
⑤ 우려되는 상황을 거론하며 막아 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 .
도움자료
[31~33] ( 고전소설 ) 작자미상 , 「 운영전 」
이 작품은 궁녀 운영과 김 진사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몽유록 형식의 애정 소설로 , 몽유자인 유영에 대한 외부 이야기와 운영과 김 진사에 대한 내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 고전소설로서는 드물게 비극적인 결말을 보이는 이 작품은 ‘ 수성궁 ’ 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 시를 삽입하여 인물의 내면 세계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
31. [ 출제의도 ] 작품의 세부 정보를 이해한다 .
운영이 자결한 후 김 진사는 ‘ 특 ’ 에게 운영을 위한 불공을 부탁했으나 특이 계속 악행을 저지르자 부처님에게 특의 징벌을 기원한다 . 이로 인해 특이 우물에 빠져 죽고 , 김 진사는 세상사에 뜻을 잃고 식음을 전폐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 김 진사가 운영의 재생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
32. [ 출제의도 ] 외적 준거에 따라 감상의 적절성을 파악한다 .
이 글에서 몽유자인 유영이 운영과 김 진사를 만난 것은 지상계이다 . 운영과 김 진사가 옥황상제의 용서로 천상계에 복귀한 후에도 때때로 회오리 바람 수레를 타고 속세로 내려오는데 , 전생의 인연이 있어 유영이 두 사람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
[ 오답풀이 ] ③ 이 글의 앞부분에 김 진사가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는 부분이 나타난다 . ④ 운영과 김 진사가 내부 이야기에서 한을 품고 죽는 것과 유영이 외부 이야기에서 망연자실하다가 침식을 폐하고 자취를 감추는 결말은 이 작품의 비극적 성격을 나타낸다 . ⑤ 수성궁이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상황을 보고 운영과 김 진사는 슬퍼하다가 시를 지어 슬픔과 무상감을 부각하고 있다 .
33. [ 출제의도 ] 등장인물의 말하기 방식을 이해한다 .
[A] 에서 김 진사는 유영에게 자신과 운영이 쓴 글을 영원히 전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 김 진사가 보답을 암시하는 내용은 찾을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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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고전/극/수필
[2015 3월 11일] 3학년 수능 모의고사(B형) - 작자미상, 「운영전」
구렛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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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1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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