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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모더니스트 박태원과 이상을 따라 걷는 그 시절 경성의 하루 |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표지와 본문
[미술여행=윤상길의 중계석] 박태원(1909~1986)의 소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은 일제 강점기 모더니즘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한국 문학사에서 형식과 두드러지는 모더니즘적 경향으로 여전히 회자하며, 살면서 꼭 읽어야 하는 문학으로 소개된다.
1934년 신문(조선중앙일보)에 연재로 발표한 이 중편소설은 ‘하융’이라는 이름의 삽화가가 함께했다. ‘하융’은 바로 박태원의 예술적 친우였던 작가 이상(1910~1937)이었다.
당시 문화, 예술의 첨단에 서 있던 두 모던 보이의 친분은 잘 알려져 있으며, 순문학적인 목적을 갖고 1933년 이태준 · 정지용 · 김기림 등으로 결성된 구인회(九人會)에 함께 소속되어 활동하였다.
이상의 삽화들
박태원은 자신의 소설 <애욕> 등 여러 편에 이상을 등장시키기도 했다. 훗날 이상의 죽음을 추모하며 쓴 글에서 “이제 자백(自白)을 하자면 <애욕> 속의 하융은, 이상이며 동시에 나였고, 그의 친우 구보는 나면서 또한 이상이었던 것이다.”라고 쓰기도 한다.
이 책은 지난해 10월 구인회 결성 90주년 기념이자 전시 <구보(仇甫)의 구보(九步)>의 일환으로 ‘소전서가’에서 펴냈다. ‘박태원 소설, 이상 그림’을 표지에 밝히고 새롭게 펴낸 책이다.
당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소개한 신문기사들.
연재 당시 같이 선보였던 이상의 삽화 29점을 수록하여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과 나란히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
화가를 꿈꿨던 이상은 당시 서양의 예술사적 흐름에도 눈이 밝았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경향은 큐비즘과 콜라주 형식을 연상시키는 삽화들에서 드러난다. 당시 경성의 독자의 측면에서 본다면 처음 보는 형식의 시도들이었을 것이다.
기존의 소설들과 다르게 뚜렷한 서사 없이 경성을 방황하는 것을 받아적은 듯한 박태원의 소설 형식은 이상의 삽화를 통과하며 더욱 선명히 드러난다.
박태원(좌)과 이상(우)
그들이 생각한 예술관은 이 작품을 통해 이어지고 완성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그 당시 조선에서 빛나기 시작한 모더니즘의 시작을 상상해 볼 수 있다.
박태원의 이름에 붙는 호는 ‘구보’다. 자신의 이름을 가진 주인공을 등장시켰으므로, 훗날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은 메타픽션의 성격을 가진 소설로 분류되기도 한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은 제목이 보여 주는 그대로의 내용과 형식을 담는다. 변변한 직업을 갖지 못한 26세의 구보 씨. 그가 하루 동안 경성을 누비며 보고 겪은 것들을 써 내려간다. 소설은 구보 씨가 직접 보는 경성의 풍경과 그의 생각들이 혼재되며 전개된다.
본문에 실린 이상의 삽화
일제 강점기 시절 예술가로서 느끼는 무력감을 비롯한 고독, 그리고 점차 모던화 되어가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 속에서 느끼는 허무함.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로 떠도는 구보 씨의 하루에서 오늘날 우리의 삶과 닮은 점을 읽을 수 있다.
새롭게 펴낸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에는 박태원과 이상을 깊이 연구해온 유승환 교수(서울시립대), 김미영 교수(홍익대)의 대담을 더 해 독자들에게 더 쉽게 닿고자 했다.
두 연구자의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는 박태원과 이상.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두 작가의 면모가 대담 곳곳에 담겨 있다. 또한, 두 작가가 당대 경성에서 얼마나 앞서있는 예술가였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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