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팔빛 세상, 다시 켜진 컴퓨터 앞에서
나는 60세가 되기 전에 은퇴 준비를 마쳤다.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이었다. 이제는 좀 쉬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61세가 되던 해, 심근경색이 아주 조용히 찾아왔다.
소리 한 줄 없이, 그러나 단번에 나를 죽음의 문턱으로 데려갔다.
그 전에도, 그 후에도 병으로 입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평생 몸으로 일하며 버텨온 나였기에, 그날의 일은 믿기지 않았다.
회복은 쉽지 않았다.
3분 이상 생각하면 머리가 깨질 듯 아팠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올랐다.
회복 속도는 너무 느렸지만, 그 느림 속에서 나는 많은 걸 보게 되었다.
이상을 좇아 살던 세월이었다.
더 잘해야 한다, 더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늘 앞섰다.
하지만 죽음의 문턱을 넘어보니,
쓸모없는 것이 욕심이라는 걸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제야 ‘비워야 채워진다’는 말의 뜻이 마음 깊이 스며들었다.
그래서 조금 회복된 후, 나는 새로운 길을 택했다.
몸으로 일하던 대신, 이제는 마음과 머리로 살아보기로 했다.
재활 겸, 뇌훈련 삼아 공부를 시작했고,
오랜만에 컴퓨터를 켜 SNS 세상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엔 너무 낯설었다.
하지만 화면 속 사람들의 이야기와 진심이 담긴 글들이
묘하게 따뜻하게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더듬더듬 내 이야기를 써 보기 시작했다.
잊고 지냈던 단어들이 떠오르고,
그동안 마음속에 맴돌던 감정과 생각들이 천천히 깨어났다.
댓글 하나에도 마음이 움직였고,
누군가의 짧은 문장 속에서도 삶의 온기가 전해졌다.
젊은 날엔 경쟁의 눈으로만 보던 세상이,
이제는 공감의 세상으로 다가왔다.
공부는 내 뇌를 깨웠고, SNS는 내 마음을 다시 열어주었다.
이제 나는 매일 아침, 조용히 컴퓨터를 켜며 하루를 연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내 삶의 조각을 나누며,
오팔처럼 각도에 따라 다르게 빛나는 인생을 살아간다.
글쓴이 채실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