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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처음 계획을 세울 때는 대중교통으로 '희방사역 → 죽령휴게소 → 1,286봉 → 정상 → 묘적봉 → 묘족령 → 장정초등학교'의 16km, 7시간 코스를 춘삼월에 달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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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적봉[妙積峰]
높이: 1,148m
위치: 충북 단양군 대강면
묘적봉은 충북 단양군 대강면과 경북 영주시 풍기읍이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소백산국립공원 최남단에 위치한 산이다.
소백산국립공원이 죽령을 기점으로 북쪽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묘적봉은 소백산국립공원과 동떨어진 죽령 남쪽에 도솔봉과 50분 거리에 위치하여 대부분의 등산객이 죽령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 한국의 산하
도솔봉
높이: 1,315.6m
위치: 충북 단양군 대강면
도솔봉은 소백산국립공원에 속해있으며, 소백산 국립공원 중에서 동쪽의 형제봉과 더불어 가장 한적한 산으로 육산이지만 정상 일대는 암봉군이며 너덜 지대가 특이하다.
한 키나 되는 진달래 철쭉이 가득하고 조릿대가 길가로 빽빽하다. 수목이 울창하고 계곡엔 꽃이 많이 피는 초본류가 무성하다.
도솔봉의 산행기점은 죽령으로 주막집 맞은편의 오솔길을 5분 정도 가면 길은 오른쪽으로 꺾여 주 능선으로 이어진다.
남쪽으로 향한 이 길은 진달래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진달래터널을 30분가량 올라가면 석간수가 나오고 서남쪽 능선길로 들어서면 또다시 진달래 터널.
봄철에는 시종 소백산 전경을 보며 노송군락과 진달래꽃 터널을 지날 수 있는 황장봉 능선을 타는 것이 진달래 산행의 맛을 더한다.
산행 길잡이
산행은 여러 곳에서 시작할 수 있는데 죽령, 전구동, 희방사역, 사동리가 대표적이다. 그중에서 죽령과 희방사역은 소백산을 오르는 출발지이기도 해서 교통이 비교적 좋은 편이다. 특히 죽령으로 오르는 길은 소백산 언저리를 휘돌아 가는 길로 가볼 만한 길이다.
죽령에서 시작하면 죽령 고갯마루에서 도솔봉 쪽 능선으로 산길이 잘 나 있지만, 제한구역이라 풍기 쪽으로 조금 내려가다가 도로 오른쪽 능선 사면으로 올라가야 한다. 능선 비탈을 타고 가다 보면 능선길을 만나게 된다.
전구동 버스 종점에서 오르는 길은 마을을 지나 뒤편 계곡 길로 접어든다. 계곡 중간에 갈림길이 있는데, 곧장 계곡 끝까지 들어가서 물을 건너면 오름길이다. 지도상에는 도솔봉과 가깝게 보이지만 높이가 500m나 차이 나는 경사가 아주 심한 급경사 길이다.
사동리 갈래골에서 오르는 길은 장정초등학교에서 내려 동쪽으로 걸으면 사동리 마을이 나온다. 이 코스는 줄곧 소백산을 바라보며 오를 수 있는 길이다. 마을을 지나 계곡으로 들어서 1시간가량 걸으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이 도솔봉 오르는 길이고 오른쪽은 묘적봉 오르는 길이다. - 한국의 산하
작년(2020년) 11월 봉 감독과 설악산 큰귀때기골 산행[산행기] 시 2021년 신년 설악산행은 1월 9일 북설악 신선봉, 상봉 일출 산행을 하기로 했었다. 금요일 저녁에 설악산에서 가까운 펜션이나 민박에서 1박 후 다음날 새벽 상봉에 올라 일출을 감상할 예정이었다. 해서 봉 감독이 리조트 예약도 마쳤다. 참여 인원은 2019년 신년 설악산행[산행기]을 같이했던 친구와 심설 산행이 가능한 소수만 동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출발 일주일 전 갑작스러운 촬영 일정으로 봉 감독이 참여할 수 없게 되어 부득이 취소해야 했다. 사실 봉 감독의 촬영 일정이 아니더라도 코로나 위기 단계의 상승으로 산행을 연기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고민하고 있던 차라 미련없이 취소했다. 다만, 봉 감독과는 1월 말 점봉산에서 심설 산행을 즐기기로 했다.
작년부터 계획했던 산행을 취소함에 따라 Plan B가 필요해졌다. 해서 급하게 각 안내 산악회 홈에 들어가 적당한 산행을 찾았다. 그런데 토요산행에서 마음에 드는 산행을 찾을 수 없어, 1월 10일 일요산행도 같이 찾았다. 여러 산악회 일요산행 계획 중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를 예정이었던 소백산국립공원 도솔봉 산행 계획이 눈에 띄었다. 문제는 이미 예약을 다 채우고 대기자가 2명이나 있었다. 1월 2주 차 산악회를 이용하는 산행 중 유일하게 갈 만한 산행이라 일단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만약 산행 취소자가 없어 도솔봉 산행을 못 할 경우 작년 말부터 계속 염두에 두고 있던 지리산 천왕봉 일출 산행을 하기로 했다.
소백산이 아니면 지리산을 간다는 생각으로 거의 잊다시피 하고 있었는데 1월 5일 화요일 저녁에 대기자에 명단을 올린 산악회에서 문자가 왔다. 빈자리가 생겨 자리를 배정했으니 입금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상한 건 입금하라는 문자에 예약 상태를 확인해 보니 뒤 순번인 내가 먼저 배정을 받았다는 거다. 산악회 내부 사정이야 알 수 없는 거고 어쨌든 고마운 마음으로 바로 산악회비를 입금했다. 이번 산행은 백두대간 묘적령, 죽령 구간으로 이 코스에 해발 1,148m의 묘적봉과 해발 1,314m의 도솔봉, 그리고 해발 1,286m의 무명(無名)봉 등 해발 1,000m가 넘는 봉우리가 세 개나 있어 일행삼산(一行三山)이랄 수 있다.
비록 봉우리가 높기는 해도 국립공원 내라 안전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겨울 눈 산행 기대하고 있는 등산방 친구들에게 같이 가자는 말을 할 수 없는 게 아쉬웠다. 어쨌든 단독 산행이니 지난 방장산행과 같은 먹거리와 장비를 준비했다. 소백산이야 눈으로 워낙 유명하니 방장산보다 더한 설국이 펼쳐질 거라 기대했다. 그런데 조금 걱정되는 건 산악기상예보에 의하면 당일 소백산 기온이 영한 16도에서 12도 사이라 컵라면이 아니라 컵냉면을 먹지 않을까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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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당일 알람에 놀라 깨기는 했으나, 전날 과음의 후유증으로 벌떡 일어날 수가 없어 알람을 5분 후로 맞추고 다시 눈을 감았다. 눈을 다시 감으니, 이대로 잠이 들었다가는 제시간에 일어나기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억지로 몸을 일으켜, 시원한 물 한잔으로 정신을 차렸다. 숙취로 헛구역질이 나오는 가운데 누룽지를 끓여 억지로 아침을 먹고 미리 준비해 둔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 시각이 5시 50분이다. 마을버스가 늦게 오는 바람에 불광역 버스정류장에서 역 승차장까지 뛰어가 간신히 6시 6분 지하철을 탔다. 그래야 양재역에 6시 48분경 도착할 수 있다. 그다음 지하철을 타면 6시 54분경 도착이라 양재역에서 뛰어야 한다. 그렇다고 7시 정각에 출발하는 버스를 탈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6시 48분경 양재역에 도착해 바로 밖으로 나가지 않고 불광역에서 다음 차를 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해서 일단 개찰구를 나와 다음 열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그에 맞춰 12번 출구로 나가 산악회 버스가 정차하는 국립외교원 앞으로 갈 예정이었다. 정상적인 걸음으로 버스가 출발하는 7시 이전에 도착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열차가 남부터미널을 출발한 시각이 6시 52분으로 이대로 도착하기를 기다렸다가는 뛰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목적지인 국립외교원으로 향했다. 예상대로 정차 위치에 도착할 즈음 버스도 도착하고 있었다. 역시 다음 열차를 탄다면 뛰어야 한다는 걸 확인했다.
숙취가 가시지 않은 상태라 배낭을 짐칸에 넣는 것도 귀찮아, 들고 버스에 올랐다. 다행히 산행 하루 전 취소자가 몇 생겨 단독 자리가 비어 거기로 자리를 변경한 상태라 배낭을 놓을 공간은 확보할 수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역시 7시 정각에 버스는 다음 정차장인 죽전을 향해 출발했다. 잠은 안 오고 딱히 책을 읽을 상태도 아니고, 음악도 소음으로 들리는 상태라, 패드의 ebook Leader를 켜고 그동안 본 책과 봐야 할 책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아직 읽지 않은 책 중 하나에 푹 빠져 정신없이 읽고 있는데 휴게소다. 제천 천등산 휴게소다. 그 박달재의 천등산이다. 바로 버스에서 내려 볼일을 보고 휴게소 주변을 둘러보니 썰렁하기 그지없다. 추위 때문인지, 코로나 때문인지? 둘 다겠지!
버스가 들머리인 고항치를 향해 출발하자, 코로나 시대 산행답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인솔 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지도를 보라고 하며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역시 산행 대장도 지난번에 내린 눈 걱정을 하고 있었다. 이 구간이 대간꾼이 아니면 거의 찾지 않는 봉우리라 눈이 그대로 쌓여 있다면, 중도에 포기하고 다시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전진을 한다고 해도 선두가 길을 잘못 들면 전체가 헤매는 사태가 발생하니, 선두 그룹에서 주의해서 전진해 달라고 부탁했다. 여기까지 듣고 책 읽는데 정신이 팔려 그다음 말을 듣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마감 시각! 사실 우리가 안내 산악회를 대하는 철칙 '꼴찌만 아니면 된다!'가 있으니 문제될 거는 없었다.
목적지가 가까워지자 계산 창밖의 산 상태를 확인하던 인솔 대장이 밝은 목소리로 마이크를 잡았다. 지금 보이는 산 상태로 봐서는 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그 말은 거꾸로 내게는 실망을 줬다! 버스가 힘겹게 고개를 올라, 9시 38분에 고항치 정상에 도착했다. 인솔 대장이 한 말을 믿고 등산화만 다시 신었을 뿐 아이젠이나 스패츠는 착용하지 않고 버스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버스가 정차한 맞은편에는 예천군에서 세운 "자구지맥" 안내판이 서 있었다. 자구지맥이라, 1대간 9정맥에 각 지맥, 이걸 다 달리는 꾼이 있다니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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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항치에서 백두대간 묘적령으로 향하는 길은 '옥녀봉동물이동통로' 위로 나 있었다. 해서 9시 39분 터널 위로 올라가는 거로 이번 백두대간 묘적령~죽령 산행을 시작했다. 주변에 간간이 눈이 보이기는 했으나, 통행에 방해를 줄 정도는 아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햇볕도 좋아 바람막이 안에 입고 있던 패딩을 벗어 배낭에 넣어야 했다. 물론 조망도 좋았다. 그런데 그 상황은 40여 분 정도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자 변했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쌓인 눈은 아이젠과 스패츠 없이는 전진을 힘들게 했다. 해서 묘적령을 500m 남겨둔 지점에서 같이 온 일행은 자리를 잡고 앉아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했다.
겨울 설국 산행 대비를 완벽히 하고 1차 목표인 묘적령을 향했다. 다만, 스틱을 꺼내지 않은 걸 올라가며 후회해야 했다. 해서 10시 43분 묘적령에 도착했을 때, 스틱을 꺼내는 거로 모든 준비를 마쳤다. 당연히 묘적령은 삼거리로 고항치, 묘적봉, 저수령 갈림길이었다. 문제는 우리가 온 저항치 방향은 알았으나, 어느 길이 묘적봉으로 향하는지 인솔 대장도 몰랐다. 길을 찾아 우왕좌왕하다가, 몇몇이 폰을 꺼내 지도를 확인한 후 왼쪽 길이 묘적봉, 도솔봉과 죽령으로 향하고 오른쪽은 저수령으로 향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일행 대부분이 묘적봉으로 향한 후 나는 스틱을 꺼내 조립하느라, 인솔 대장을 비롯한 여성 산꾼 2명은 늦게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하느라 지체했다. 마감 시각이 몇 시인지 모르지만, 인솔 대장이 뒤에 있다는 사실에 굳이 알 이유도 없이 느긋하게 산행을 즐겼다. 죽령에 도착해 봐야 하산주 할만한 식당도 없을 거라는 생각에 더 느긋했다.
그런데 묘적령에 있어야 할 이정표는 묘적령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사동리' 갈림길에 있었다. 그리고 그 갈림길부터 소백산 국립공원이었다. 인솔 대장과 여성 산꾼이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니 묘적령에서 많은 대간꾼이 길을 착각해 소위 말하는 알바를 많이 한다고. 살을 엘듯한 강한 바람에 '역시 소백산에서 매년 저체온증으로 사망자가 나오는 이유가 있고, 여기도 소백산 줄기라고 바람이 강 하구나!'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강한 바람과 추위에 정신없이 걷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얼마나 왔는지 거림감도 없었다. 그렇게 멍청히 앞만 보고 가는데 어느 순간 등산앱이 정상에 도착했다고 알려주었다. 묘적봉이다. 벌써? 라고 한마디하고 시계를 보니 11시 15분이다. 9시 40분경 산행을 시작했으니, 1시간 35분이 걸렸다.
바로 나를 따라온 등산객에게 부탁해 다음 목적지인 도솔봉을 배경으로 정상에서 인증을 찍었다. 그리고 정상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사진으로 남겼다. 그런데 정상에 있는 이정표에 의하면 도솔봉까지 1.8km라고 했는데 앞에 보이는 도솔봉은 그렇게 멀어 보이지 않았다. 다만, 묘적봉보다 200여 미터가 더 높고, 묘적봉에서 내려갔다가 올라야 해 오르기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봉우리로 향하는 능선의 흰 길이 바로 백두대간이고 가야 할 길이라는 생각이 들자 감회가 새로웠다. 이 맛에 대간꾼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차고 강한 바람을 맞으며 도솔봉으로 향하는데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도솔봉을 1.2km 남겨둔 지점에 있는 이정표에서 배낭에서 패딩을 꺼내 바람막이 안에 입었다. 원래 등산 시 손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데다가 장갑까지 꼈고, 바람막이에 달린 모자로는 부족해 (들고 다니기만 하고) 한 번도 쓴 적 없는 겨울용 모자를 쓰고, 패딩을 입고 나니 허리 위로는 어떤 추위가 닥쳐도 문제될 게 없었다. 그리고 스패츠가 보온 효과를 발휘해 특별히 겨울용 양말이 아님에도 발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해서 앞으로 겨울용 복장은 이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문제는 하체였다. 입은 거라고는 속옷 하나에 간절기용 등산바지가 다라 말단이 어는 거처럼 아팠다. 겨울용 바지를 꺼낼 때가 됐다.
하체가 어는 듯한 추위에 아무 생각 없이 대간을 따라 북진하다가 작은 봉우리에 올라 앞을 보니 도솔봉이 보였다. 암벽에 뭔가 있는 거 같아 카메라의 줌으로 당겨보니 계단이다. 도솔봉도 암봉으로 계단이 없던 시절에는 암벽을 오르는 맛이 좋았을 거 같았다. 그리고 뒤로 보이는 묘적봉과 이어지는 백두대간! 12시 5분에 도솔봉 700m 지점 이정표에 도착했다. 아래로는 풍기가 한눈에 들어오고 뒤로는 남쪽으로 달려가는 백두대간이, 앞으로는 기묘한 암석이 펼쳐져 있어 장관이었다. 암봉을 오르자 헬기장이 나타나고 정상석이 있었다. 분명 정상은 10여 미터 떨어진 곳의 암봉이었는데 정상석이 헬기장에 있는 이유는 정상이 위험해 오르지 못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배낭에서 삼각대를 꺼내 자리를 잡고 인증을 찍었다. 헬기장답게 주변이 탁 트여 시야가 좋아 주변을 둘러보고 사진으로 남겼다. 먼저 앞에 보이는 거대한 산줄기와 그 정상에 있는 등대! 아니 웬 등대가 산봉우리에 있나 하고 카메라 줌으로 당겨보니 많이 보던 건물이다. 그 거대한 산줄기가 소백산이고, 그 등대는 소백산 천문대다! 그 옆으로 보이는 게 대피소! 밑으로는 날머리인 죽령이 보였다. 끝으로 소백산 비로봉을 사진으로 남기고 삼각대를 접어 배낭에 넣고 헬기장을 떠났다.
헬기장을 떠나며 본 화강석 이정표에 의하면 날머리인 죽령까지는 4.7km, 그때 시각이 12시 22분. 1시간 반이면 도착할 거리다. 그럼 2시면 날머리인 죽령에 도착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 추위에 여기서 얼어붙은 컵라면을 먹기보단 하산 후 주차장에서 바람 피할 곳을 찾아 점심을 먹는 게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헬기장을 내려가니 암봉으로 오르는 나무 계단이 나타났다. 그 계단을 오르면 도솔봉 정상이다. 어이가 없었다. 아니 정상에 오를 수 있는데 왜 헬기장에 정상석을 놓았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계단이 없던 시절에는 정상에 오르기가 쉽지 않고 위험해 헬기장을 정상 삼아 인증을 남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계단에는 한 등산객이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있었다. 그 사람을 뒤로하고 정상에 올라 12시 26분에 진정한 도솔봉 정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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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배낭에서 삼각대를 꺼내 설치하고 정상석 옆에 앉아 인증을 찍었다. 이후 주변을 둘러보니 헬기장에서 보던 것과 다르지 않았지만, 앞으로 가야 할 백두대간 능선은 정상에서만 볼 수 있었다. 그 능선을 보노라니 중간에 푹 꺼진 곳이 몇 있는 게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능선 끝에 있는 봉우리가 1,286봉이고 그 왼쪽 옆에 있는 봉우리가 '흰봉산' 정상이다. 고로 묘적봉과 도솔봉은 흰봉산의 봉우리일 거다. 그런데 도솔봉이 1,240m인 흰봉산 정상보다 높은데?
도솔봉을 떠나 1,286봉으로 향하는 길은 지금까지와는 상황이 틀렸다. 차고 강한 바람이야 변함이 없었지만, 햇볕이 들지 않는 구간이라 곳곳에 쌓인 눈은 거의 무릎에 닿을 정도였다. 그리고 구간구간 암릉이라 쉽게 갈 수 없었다. 고로 2시까지 날머리인 죽령 주차장에 도착하기 쉽지 않았다. 해서 바람을 막을 수 있는 곳을 찾아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암릉이라 길을 능선이 아니라 밑으로 낸 지역을 지날 때 그 암릉이 바람을 막아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길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배낭을 벗어 두고 의자를 꺼내 앉아 점심을 먹었다. 깍두기 반찬으로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은 후 뜨거운 오미자차를 한잔하는 동안, 뒤로는 등산객 계속 지나갔다. 점심 먹는 동안 내가 꼴찌가 됐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마감 시각도 모르는 상황에서 꼴찌라면 문제가 심각했다. 때문에 사람이 있었다는 모든 흔적을 인멸하고 서둘러 날머리를 향해 출발했다.
정상에서 봤던 대로 짧은 구간에 기복이 심해 통과하기 쉽지 않았다. 몇 개의 봉우리를 넘자 등산 앱이 정상에 올랐다고 알려줘 폰을 꺼내 확인해 보니 삼형제봉이란다. 국립공원 지도에는 없는 봉우리다. 어쨌든 삼형제봉이니 봉우리 세 개를 넘었다는 또는 넘어야 한다는 얘기다. 기복이 심해 몇 개의 봉우리를 넘었는지 기억도 없었다. 한 봉우리에 올라 뒤를 돌아보니 도솔봉과 지나온 능선이 보인다. 다시 봉우리 몇 개를 넘자 앞에 1,286봉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보였다. 문제는 그 시각이 1시 51분이라는 거다. 애초 목표는 2시까지 날머리 도착이었다. 비록 중간에 점심을 먹기는 했지만, 10분 정도라 많은 시간을 소비한 게 아니다. 고로 도솔봉까지 2.2km에 불과한 거리에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는 건, 쉽지 않은 구간이라는 방증이다.
1,286봉은 조릿대로 뒤덮여 있었고 당연히 길은 그 사이로 나 있었다. 2시 18분에 1,286봉 정상 아래 이정표에 도착했다. 그 이정표가 있는 곳이 갈림길로 정상을 넘어 흰봉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정표에는 그 부분이 잘려 없었지만. 그런데 죽령까지 3.6km다. 헬기장에서 죽령까지가 4.7km였으니 고작 1.1km를 1시간 반이 넘게 걸려 온 거다. 이래서 내가 산에 있는 이정표를 신뢰하지 않는다. 어쨌든 3시 이전에 도착을 목표로 죽령을 향해 하산하는데, 조릿대 사이로 난 눈길을 따라 내려가는 것도 나름 운치 있어 좋았다.
죽령이 해발 696m고 1,286봉이 1,286m니 590m를 내려가야 한다. 고로 그 경사가 어떨 것인지 예측이 된다. 그리고 쌓인 눈이 허벅지에 육박하는 구간도 있었다. 거의 미끄럼 타듯이 급경사를 내려가니 저 아래 도로가 보인다. 죽령이다. 그 시각이 2시 42분이다. 역시 겨울 산행은 다른 때 산행보다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제 목표는 3시 이전에 죽령 도착이다. 속도를 내며 내려가는데 이정표가 나타났다. 도솔봉 4.2km, 죽령 1.8km다. 그럼 도솔봉에서 죽령까지 6km라는 얘기다. 어쨌든 헬기장에 있던 이정표 거리와는 다르다. 헬기장 이정표가 더 과거에 길이를 쟀을 거다!
문제는 남은 거리가 1.8km, 3시까지 남은 시간은 11분! 3시 이전 도착은 틀렸다. 그나마 다행인 거는 인솔 대장이 내 뒤에 있다는 거다. 점심 먹는 동안 나를 지나갔지만, 삼형제봉을 넘으며 다시 추월했다. 계속 속도를 내며 내려가는데 금줄이 보인다. 뭐가 있기에 금줄인가 하고 보니 “음용불가” 샘이다. 산에서 못 마시는 물이란 없다는 신념으로 산을 다니는 인생이라 가서 한잔할까 하다가 많이 지체했다는 게 떠올라 사진만 한 장 찍고 다시 하산했다. 몇 개의 위험한 바위를 넘자, 쓴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묘가 나타났다. 마을이 멀지 않다는 얘기다. 묘를 지나 오솔길에 접어들자 아이젠이 걸음을 힘들게 해, 적당한 곳에 앉아 아이젠과 스패츠를 벗을 생각으로 그 적당한 장소를 찾으며 갔다.
그런데 봉우리를 돌자 앞에 정자가 보이고 도로도 보였다. 그리고 요즘 TV만 틀면 나오는 뽕짝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니 웬 뽕짝하고 도로를 건너자 승용차 서너 대가 주차해 있는 "죽령주막"이다. 만약 주막이 있는 줄 알았으면, 악착같이 마감 시각을 확인한 후 최소 30분 일찍 내려왔을 거다. 어쨌든 빨리 아이젠과 스패츠를 벗고 주막으로 가 막걸리 한잔하겠다는 생각으로 주막 옆 의자에 앉아 스틱을 비롯한 등산 장비를 정리해 배낭에 넣었다. 그때 마침 묘적봉에서 인증을 찍어주었던 산꾼이 도착해, 마감 시각이 몇 신지 물었다. 3시! 그 때가 3시 18분이었다. 이미 지각이다. 아직 인솔 대장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게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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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틱을 접어 배낭에 넣은 후 그 산꾼의 부탁으로 백두대간 죽령 표지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찍어 주는 동안 인솔 대장이 도착했다. 그리고 고개를 넘어 충청도 쪽에 있는 주차장으로 향하는 게 보였다. 해서 우리도 서둘러 주차장으로 가 버스에 올랐다. 그런데 버스가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인솔 대장의 말에 의하면 뒤에 한 명이 더 있다고. 인솔 대장이 토끼몰이를 하며 왔는데 그게 더 늦어지는 거 같아 두고 혼자 왔다고 했다. 마지막 대간꾼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신발을 갈아 신고 좀 더 편하게 가기 위해 배낭을 짐칸에 싣고 왔다. 그리고 패드를 들고 책을 보기 시작했다.
3시 36분경 마지막 대간꾼이 도착하자 버스는 인원 점검 후 서울을 향해 출발했다. 그리고 화장실을 못 간 등산객을 위해 고속도로에 접어들자마자 첫 휴게소에 섰다. 딱 화장실 다녀올 시간만 주고 다시 출발한 버스는 4시 22분에 올 때와 같이 ‘울고 넘는 박달재’의 천등산 휴게소로 들어갔다. 버스에서 내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준 후 바로 버스에 타 다시 패드를 들었다. 깜깜한 버스 안에서 책 읽는 게 눈을 아주 피곤하게 만들어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이천이다. 서울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 시각이 5시 6분경이다. 이천에서 양재까지 대략 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그럼 집에는 늦어도 7시까지는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버스의 덜컥거림에 눈을 떠 보니 죽전 간이 정류장이다. 죽전에 1차로 대간꾼을 내려주고 출발한 버스가 양재에 도착한 시각이 5시 45분이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한 시각이 6시 42분경이다. 배낭에서 등산 장비를 꺼내 정리 후 씻고 저녁겸 하산주를 마셨다. 청어과메기에 어리굴젓, 어묵탕을 안주로 빨갱이를 마셨다. 밥은 먹었나? 기억에 없다.
산악회 계획에 맞춰 '고항치 → (접속) → 묘적령 → 묘적봉 → 도솔봉 → 삼형제봉 → 흰봉산 삼거리 → 샘터 → 죽령'의 10.91km(트랭글 기준), 5시간 54분의 백두대간 산행이었다. 이동 5시간 27분, 휴식 27분!
짧은 구간에 기복이 심해 산행하는 맛이 좋고, 사방으로 탁 트인 전망도 좋아, 대간이 목표가 아니더라도 올라볼 만한 구간!
소백산 줄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봉우리는 도솔봉이 유일하지 않을까?
짧은 구간에 기복이 심한 산이라 시간 확보에 실패하면, 조망이고 뭐고, 달리느라 정신없는 산행이 될 확률이 높음! 산악회가 잡은 5시간은 무리다!
첫댓글 5시간 너무 했군.
얘들 따라다니기 쉽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