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의 가장 긴 하루
예레미야애가서는 예루살렘이 멸망 당할 때의 모습을 그려주고 있다. 특히 5장은 그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했다. 나는 창문 밖 하늘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애5:21를 보자.
“여호와여 우리를 주께로 돌이키소서. 그리하시면 우리가 주께로 돌아가겠사오니”
읽으면 읽을수록 묘한 데가 있다. 예레미야는 하나님께 “여호와여 우리를 주께로 돌이키소서. 그리하시면 우리가 주께로 돌아가겠사오니”라고 호소한다. 하나님께서 돌이켜주시면 우리가 돌이키겠다?? 참으로 이상하다. 돌이키고 싶으면 스스로 돌이키면 되지 왜 하나님 보고 돌이키게 해달라고 호소하게 되었을까?
문득 영화 <일본의 가장 긴 하루>가 떠올랐다. 이 영화는 1945년 8월 14일 하루 동안 벌어졌던 사건을 다루고 있다. 스토리는 이렇다. 포츠담 선언을 통해 美·英·中은 일본에 무조건 항복할 것을 통첩했다. 그러나 일본 내각과 군부는 끝까지 항전한다는 분위기로 흘렀다.
원자폭탄 한 방을 맞은 후에 내각과 군부의 분위기는 좀 달라지긴 했으나 여전히 항전파와 항복파가 갈라져 티격태격했다. 한 방을 더 맞고 나서야 포츠담 선언을 수락하자는 쪽으로 흘렀다. 더군다나 독일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소련군이 東進하자 내각과 軍지휘부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눈치챘다. 보는 시야가 넓었던 것이다.
이후 내각과 軍지휘부는 1945년 8월 14일에 항복문서를 작성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이 항복문서의 토씨 하나로 티격태격하고 있는 동안 젊은 장교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日皇 궁성과 NHK 방송국을 점령했다. 다행히 동부군 사령관에 의해 쿠데타 주동자들이 체포되면서 日皇의 항복선언은 NHK방송을 타고 8월 15일 일본 전역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영화 <일본의 가장 긴 하루>는 ‘집념이 강한 어리석은 사람’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내게 깨우쳐주었다. 예수님 말씀처럼 “어리석은 맹인”이 되는 것이다(마23:17).
예레미야 선지자는 멸망으로 달려가는 예루살렘을 바라보며 통치자들과 제사장들에게 눈물로 호소했지만, 그의 호소는 그들의 귀에 들어가지 못했다. 왜 들어가지 못했을까? ‘집념이 강한 어리석은 사람’은 갈 데까지 가기 때문에 그렇다. 즉 시야가 좁아서 그렇다.
하나님은 예레미야의 기도를 들으시고 스스로 돌이키지 못하는 유다 백성들을 돌이키게 만들어주셨다. 큰 고난을 통해 곧 바벨론 포로생활을 통해 돌이키도록 만들어주셨다.
바벨론 왕 느브갓네살 통치 19년 5월 7일은 “예루살렘의 가장 긴 하루”가 되었다(왕하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