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의 취미활동 / 박미영
내 짝꿍의 나이 50대 중반. 그의 일주일 취미활동은 한국화 그리기, 서당공부, 대금연주, 테니스, 골프이다. 내가 보기엔 너무 쉽게 시작한다. 주변인들에게 이야기를 듣다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닿으면 바로 실행에 옮긴다.
한국화 그리기가 그랬다. 내가 모임하는 선배 중에 한국화가가 있다는 말을 듣고 배우고 싶다고 해서 시작했다. 배우는 첫 해부터 전남미술대전 문인화 부문에 출품해서 입선을 했다. 축하한다는 말에 온전한 내 실력이 아니라며 손사래치며 쑥쓰러워하면서도 즐거워보였다. 그 다음해부터 광주와 전남미술대전, 문인화협회 대회에서 입선을 계속했고 올해에는 전남미술대전에 특선을 했다. 내년에는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특선을 받기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짝꿍이 이러한 결과를 얻기까지 ‘먹의 농담을 맞추는 게 왜 이렇게 안되는 지, 구도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그리기에 소질이 없는 것 같으니 그만 두어야겠어’ 같은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면서 지금 5년째 그리고 있다.
서당 공부는 학교 선배가 소개해서 함께 시작했는데 지금은 혼자서 계속 하고 있다. 처음 시작한 공부가 공자였다. 천자문도 제대로 배우지 않은 사람이 공자를 읽는다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 서당 공부를 두 세 달 쯤 하고선 너무 어렵고 이해가 안 된다며 짜증을 내기에 금방 그만둘 줄 알았다. 하지만 이것도 2년째 계속하고 있다. 책상 위에는 공부를 하는 데 필요하다면서 한문책들이 한 두 권 씩 늘어가고 있고. 벌써 공자, 맹자, 대학, 소학 공부를 했다고 한다. 무엇 때문에 그 어려운 것들을 배우고 있느냐는 물음에 그 책 내용을 그냥 느끼고 즐기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부하는 중간에 책에서 배운 내용을 체험해야 한다면서 직장일도 잠시 쉬면서 중국에 현지답사를 가기도 하고 소쇄원 등에서 옛 선비들의 공부 과정을 느껴 본다며 갓과 도포를 입고 실습을 하기도 하면서.
그리고 올해 초에 서당에서 공부하는 사람들과 대금을 배우기 시작했다. 아파트 옥상에서 줄 타고 내려와 창문 밖에서 대금으로 세레나데를 들려줄 테니 기대하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헛웃음이 나오면서 귀엽기도 했다. 하지만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나도 운지가 잘 안되고 소리도 잘 나지 않는다며 어려워했다. 내가 듣기에도 연습하고 있는 동요 곡이 부자연스럽고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퇴근 후 연습할 때 연주되는 소리는 듣기가 힘들었고 위아래 집 사람들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거의 날마다 계속되는 연습으로 소음 민원이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연습을 하는 데 박자감이나 리듬감이 늘지 않아 의욕이 떨어진다며 풀이 죽기도 했다.
그래도 집과 직장에서 열심히 연습하였다. 다른 준비도 하였다. 선생님이 주었다는 대금이 운지가 잘되지 않아서 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다며 퇴근길에 전주까지 가서 대금을 사왔다. 수강생이 많아 가르쳐 주는 시간이 부족하다면서 인터넷 강의를 신청하여 연습도 하였다. 몇 시간씩 연습에 집중하다 보니 어깨가 아프고 손이 저린다고 했다. 그러다가 며칠 전에는 이젠 악보만 있으면 어느 곡이든 연주할 수 있다며 어깨를 으쓱하며 웃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드디어 대금의 중심 주법인 산조를 배우게 되었다며 즐거워하였다. 머지않아 추임새, 발림 등을 제대로 살린 대금연주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골프와 테니스는 평일과 주말에 틈틈이 하고 있다. 직장일에 도움을 받으려면 사람을 만나야 하고 건강을 위해서는 운동이 필요하다면서.
이렇게 내 짝꿍은 일주일을 보내고 있다. 지금의 일을 시작한지 10년 쯤 되어 본인이 결근을 하면 운영이 되지 않는 일을 하다 보니 힘듦을 많이 호소했다. 짝꿍이 일하는 것을 지켜본 지인들에게 ‘하루 종일 혼자서 일을 하니 너무 힘들겠더라. 잘해 주어라’ 라는 말들을 종종 들었고 나도 그럴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했다. 그랬더니 이렇게 혼자서 즐기고 있다.
집안일엔 아예 신경을 쓰지 않으면서 항상 바쁘고 피곤해하니 내가 너무 어이가 없고 짜증이 난다고 친구에게 하소연을 했다. 그랬더니 ‘우리 세대가 해 본 것들이 많지 않아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면 즐거운 것들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그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멋지다. 나라면 지지해 주겠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열정적으로 생활하고 있는 짝꿍이 부러워서 심술을 부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은퇴하면 시골집에 들어가서 서당에서 배운 책 읽기를 하며 인생을 생각하고 대금 연주, 한국화 그리기를 하면서 가끔 테니스나 골프를 치며 살고 싶다고 한다. 그때를 위해서 지금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한다. 내 짝꿍은 오늘도 자기만의 즐거움에 빠져 눈이 반짝인다.
첫댓글 부지런한 짝꿍이시네요. 근접하기 어려운 것들을 취미로 하고 계시니 부럽네요. 좋은 글 잘 읽었어요.
멋지시네요. 다재다능하신가 봐요. 선생님도 함께 해 보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우왕~ 사부님 대단하셔요!
그 옆에서 묵묵히 바라보고 계시는 교감샘은 더 멋찐분!
멋진 짝꿍과 함께 사네요.
책읽기, 대금, 한국화 그리기, 거기다 테니스와 골프.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멋진 서방님과 늘 행복하기를 빌게요
간만의 글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