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곡 영원한 의지로 갈증과 굶주림의 정죄
향기로운 그 나무의 푸른 잎사귀를 바라보다 재빨리 몸을 돌려 현자들의 뒤를 따랐습니다. 그들의 얘기에 걸음이 전혀 힘든 줄을 몰랐습니다.
그때 갑자기 “주여, 내 입술을 열어 주소서!”라며
눈물 섞인 노래가 들려왔는데,
기쁨과 고통이 섞인 것이었다.
이 노래는 영혼들이 죄의 매듭을 풀고 있는 것이라고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우리 뒤에 오던 경건한 영혼들의 무리가 지나쳤습니다.
그들의 눈에는 기미가 검게 드리워졌고
머리는 푹 꺼졌으며 얼굴은 파리했는데
몸은 말라비틀어져 뼈가 살갗을 뚫고 나온 듯했으니
그들은 가죽만 남아있었습니다.
나는 그들이 왜 말라비틀어졌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어 야윈 모습에 놀라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한 망령이 큰소리로 말을 하는데 모습으로는 누군지 알 수 없으나 목소리에서 그를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아내의 사촌인 포레세였습니다.
포레세는 도나티 가문의 아들로 궬피 흑당의 당수입니다. 그의 형 코르소는 연옥 24곡에서, 여동생 피카르다는 천국 3편에서 오빠 코르소에 의해 수녀원에서 강제로 환속하여 정략결혼을 하여 서원을 채우지 못해서 천국의 첫 번째 월천에 있습니다.
단테는 무엇이 자네를 야위게 했는지 말해주라 했습니다.
자네가 방금 지나쳐 온 그 물과 나무로 내려오는 힘은
영원한 의지에서 온 것일세. 그것이
나를 이렇게 야위게 하네.
여기 있는 이들은 지나치게 목구멍의 즐거움을 좇다가
이렇게 울고 노래하면서
갈증과 허기를 겪으며 죄를 씻고 있네.
단테가 보고 온 그 나무의 물 냄새와 향기가 먹고 마시고 싶은 욕망을 부채질해 더욱 고통스러운 벌을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갈증과 허기를 겪으며 죄를 씻고 있다고 합니다.
이 '생명의 나무' 그림 조각이 메소포타미아에도 있습니다.
아슈르나시르팔(Ashurmasirpal) 2세의 부조 조각상의 가운데에 '생명의 나무'가 있습니다.
아슈르나시르팔 2세 (재위 : 기원전 883~기원전 859)는 신 아시리아왕국 시대의 왕입니다. 아시리아는 메소포타미아 북부에서 일어나 고대 오리엔트 최초의 세계 제국을 세운 나라입니다.
부조 조각이 너무 예뻐 사진을 여러 장 찍었습니다. 특히 가운데 민들레 무늬(?)가 예쁜데 곁에 붙여진 설명서로는 '신성시 되는 나무(Sacred Tree)'라고만 되어있습니다. 이 꽃이 있는 나무가 메소포타미아 '생명의 나무'입니다.
(메소포타미아 문학에서 성스러운 나무가 다산과 풍요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언급되어 있어 학자들이 계속 문헌 연구중이랍니다.)
조각상 가운데에 쐐기문자가 써 있는데 쐐기 문자가 예쁜 무늬처럼도 보입니다. 예쁜 부조 조각상입니다.
런던 대영박물관 중동 전시실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아슈르나시르팔 2세의 부조 조각상, 가운데에 '생명의 나무'
런던 대영박물관 중동 전시실
메소피타미아 생명의 나무
생명의 나무는 성스러운 나무라는 생각으로 각 민족의 신화와 종교에 등장하여 그 민족의 종교와 철학에 퍼져 나갔습니다. 메소피타미아 뿐 아니라 민족마다 성스러운 나무가 있습니다.
'생명의 나무'에 물을 주는 정령
'생명의 나무'에 물을 주는 정령
한 번뿐이 아니네. 이곳을 돌아다니는 동안
우리의 고통을 계속해서 새로워지지.
고통이라 말하지만, 차라리 기쁨이라해야겠네.
고통이라 말하지만 연옥 속에서는 고통을 통해서 죄를 씻고 구원을 받으니 차라리 고통이 아니라 기쁨이라고 말합니다.
단테는 포레세에게 죽은 지 다섯 해도 지나지 않았는데 저 아래 쪽 정죄산 기슭에 있지 않고 이렇게 높은 여섯 번째 단지까지 왔는지 물었습니다.
나의 넬라가 하염없이 흘린 눈물 덕분이지.
그것이 나를 여기까지 금방 인도해서
고통의 달콤한 쑥을 마시게 해 준 것이네.
아내의 경건한 기도와 한숨으로 영혼들이 기다려야 하는 산기슭을 지나쳐 이곳에 오게 했답니다.
포레세가 피렌체의 여자들을 걱정했습니다. 정숙하지 못하게 속살이 드러나는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비난하면서 오래지 않아 피렌체에 재앙이 와 고통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포르세는 이제 자네 얘기를 해 달라고 했습니다.
단테는 이 분은 베르길리우스로 지옥을 거쳐 이곳에서 베아트리체가 있는 곳까지 나를 안내해 주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조금 전 연옥이 요동을 친 것은 저 쪽에 서 있는 스타티우스의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기 위해 서였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