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서해랑길 기행, 제1구간 <땅끝항- 땅끝탑-송지면사무소> 걷기
1. 코리아둘레길과 서해랑길
한국에도 세계적인 도보 여행길이 있다. 우리나라 동. 서. 남해안과 디엠지(DMZ) 접경지역을 연결한 코리아둘레길이
그것이다. 총 4,544km에 이르는 이 길은 바로 대한민국을 걸어서 한 바퀴 도는 초장거리 여행길로 동해안의 해파랑
길, 남해안의 남파랑길, 서해안의 서해랑길, 그리고 디엠지 평화의길로 구성되어 있다. 떠 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소리를 벗 삼아 함께 걷는 길이라는 뜻의 해파랑길(750km)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과 강원도 고성
군 통일전망대를, 남해의 쪽빛 바다와 함께 걷는다는 남파랑길 (1,470km)은 오륙도 해맞이공원과 전남 해남군 땅끝
마을을, 서쪽 바다와 함께 걷는다는 서해랑길(1,800km)은 해남 땅끝마을과 강화도 평화전망대를 잇고 디엠지(DMZ)
평화의길(524km)은 강화 평화전망대와 고성 통일전망대를 잇는다. 해파랑길과 서해랑길은 남. 북 종축(從軸)으로,
남파랑길과 디엠지 평화의 길은 동. 서 횡축(橫軸)으로 이어진다. 두 해 전 해파랑길 종주를 마쳤다. 주말을 이용해
한 달에 두 번씩 찾아 걷는 동안 그 아름다운 경치에 취한 나머지 나의 여행길 버킷리스트(bucket list)에 나머지 코
리아둘레길을 올렸었다. 한동안 녹림의 유산자가 되어 영서 내륙의 외씨버선길과 명산들의 둘레길에 천착해 즐기
다가 이번에 다시 서해랑길 걷기 여행에 나섰다. 동해안과 달리 리아스식 해안이 발달한 서해안은 해안선이 동해안
보다 두 배 반이나 더 길다. 해파랑길이 750km인데 비해 서해랑길은 1,800km나 된다. 그러나 이제 이 길도 지금
껏 그래 왔듯 주말을 이용해 한 달에 두 번씩 찾아 걸어보려 한다.
2. 서해랑길 첫 들머리를 찾아 해남 땅끝마을로
지난 주말 서해랑길 첫 구간을 걷고 왔다. 해남 땅끝마을로 가는 길은 멀었다. 서울에서는 5시간 30분을 달려야 닿
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남도 천리길이다. 그러나 해남으로 가는 여행길은 멀어도 갈 적마다 늘 마음이 먼저 설레게
되는 곳이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목포로, 남해고속도로를 따라 영암으로, 다시 땅끝대로를 따라가는 길의 차
창 밖 풍경은 주마간산 격으로만 봐도 취한다. 해남은 호남정맥에서 분기한 땅끝기맥이 영암 월출산에 이어 두륜
산과 달마산이라는 걸출한 두 명산을 솟구치고 사자봉을 끝으로 남해에 떨어진다. 그곳이 바로 땅끝(土末)이고, 또
서해와 남해의 꼭짓점이 된다.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의 땅끝마을 항구에는 연안 여객선이 뱃고동을 울리고 있었다.
남해의 최 서쪽에 위치한 이곳 항구에도 여러 섬으로 오가는 뱃길은 분주했다. 송호리는 모든 것이 땅끝으로 통한
다. 마을, 포구, 해변, 상호 이름은 물론 해안 둘레길에도 땅끝이 접두에 붙는다. 땅끝마을, 땅끝 항구, 땅끝 숲길 등
등. 듣기에도 정겨움이 묻어나고 불러보면 또 그리움이 묻어난다.
정오가 지난 12시 40분, 땅끝마을을 시작으로 땅끝탑을 찾았다. 사자봉 자락 서쪽 해안을 돌아가는 천년숲 길은
초입부터 후박나무 노거수들이 숲을 이뤄 눈길을 끌고, 삼각추 형태의 땅끝탑은 해변 암벽 위에 단층 기단석을 딛
고 높다랗게 서 있었다. 서해랑길은 바로 이곳에서 시작된다. 첫 굽이를 돌아 가면 학이 깃들었다는 사자 포구가
에돌아 걷게 하고, 천년숲 옛길은 남해안 특유의 난대성 상록수들이 이국적인 정취에 취하게 한다. 이어지는 송호
해수욕장은 완곡의 긴 백사장에 수수 백 년 해송들이 줄지어 늘어서서 방풍림을 이뤘다. 서해안 최 남단에 위치한
이 해수욕장의 곰솔 숲은 이미 인구에 회자된 명소로 많은 여행자들이 철을 가리지 않고 찾아와 낭만을 즐기는 곳
이다. 송호리 해안 생태숲길을 따라 송호항을 지나고, 송종 해변 어귀에서 송종 마을로 들어서서 송지저수지 갈림
길을 찾았다. 이곳에서 서해랑길은 해안길을 버리고 달마산 산록으로 우회하는 마봉송종길로 이어진다. 좌측으로
소중산과의 사이에 송지 저수지가 있는 산협은 보기와 달리 십리 장곡(長谷)이었다. 마봉리 마련 삼거리를 지나고
대죽리로 넘어가는 언덕에서 뒤돌아 보는 달마산(達磨山)은 이 구간 길의 압권이다. 미황사를 품은 이 산은 기암
기봉이 병풍산 모양을 이루고 있다. 달마산은 한반도의 지기(地氣)가 백두대간, 호남정맥, 땅끝기맥으로 이어오며
내륙과 월출산에서까지도 못다 푼 듯 땅끝으로 와 마지막으로 풀어낸 불꽃같은 바위산이다. 미황사 일주문을 거
치는 달마고도는 달마산 주능선 등산길 외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대죽 고개를 넘어가는 내내 걸음걸음 뒤돌아
보며 도솔봉 암벽에 제비집처럼 앉은 도솔암을 어렴풋 그려보게 하였다. 소죽리 담벼락의 꽃길을 돌아 송지면 사
무소를 찾으며 제1구간 종주를 마쳤다. 명목상 트레일은 15km이지만 실지 걸은 길은 17km나 되었다. 목련꽃 피
고 진 이 4월, 박목월 선생이 읊은 4월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구름꽃 피는 달마산을 바라보며 피리를 부는 대신,
찔레순 꺾어 먹으며 걸은 서해랑길은 첫 구간이라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촬영, 2022, 04, 23.
▼ 전남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땅끝마을
▼한반도 코리아둘레길 (4544km) 개념도
▼ 권역별 서해랑길(1,800km) 지도
▼ 서해랑길 제1구간(땅끝항-땅끝탑-송호해수욕장-송지 저수지-마봉 저수지-대죽-소죽-송지면사무소) 지도
▼해남군 송지면 땅끝관광지 지도
▼땅끝마을 방문 기념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땅끝항
▼땅끝마을 땅끝탑 쪽 해변
▼사자봉 자락 땅끝 천년숲 옛길의 후박나무 고목 숲길
▼해남 송지면 송호리, 한반도 땅끝탑
▼이곳이 바로 한반도의 땅끝(Ttangkkeut, Haenam)
▼ 땅끝탑에서 뒤돌아 본 송호리 땅끝항
▼사자봉 자락 땅끝 천년숲 옛길
▼ 땅끝탑 주변 해변
▼ 한반도 서해 최남단, 사자포구 - 1
▼한반도 서해 최남단, 사자봉 전망대와 사자포구 - 2
▼ 사자봉 천년숲길 '청미래덩굴'의 새잎과 꽃
▼사자봉 서쪽 도로의 양치식물 들
▼한반도 서해 최남단 해수욕장인 송호해수욕장
▼송호해수욕장 곰솔 숲
▼서해를 향한 자부송(自仆松) / 송호해수욕장 곰솔
▼송호 해변 서해랑길
▼해풍에 날리는 민들레 씨방
▼후박나무와 사스레피나무 등 상록수 우거진 송호 해안 서해랑길
▼서해안 최남단 항인 송호항
▼송호항 생태탐방로 - 1
▼ 송호항 생태탐방로 - 2
▼송호항 들머리
▼송종 마을
▼ 송종 해변
▼송종 마을을 지나는 땅끝대로
▼송종 마을 땅끝대로 변 송지저수지 가는 길(마봉송종길 들머리)
▼송종 마을 담벼락에 핀 골담초
▼마봉송정길 옆 송지저수지 댐
▼송지저수지 옆 양봉장
▼마봉송정길 옆 보리밭
▼ 송지저수지 옆 마봉송정길 달마고도 갈림길
▼마봉송정길 마련 삼거리
▼마봉저수지와 달마산
▼ 마봉리
▼대죽리 언덕길에서 본 달마산
▼ 대죽리 언덕길
▼대죽리 해안
▼소죽리 마을길
▼ 소죽리 동구 밖 쉼터/ '세월도 쉬어 가는 곳' 이란 쉼터 현판이 이채로운 곳
▼소죽리 고개에서 본 산정리 면사무소 소재지 부락
▼ 송지면 산정리, 송지초등학교 교정
▼ 해남 송지면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