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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시인세계〉신인작품 공모 당선작 (당선취소)
속, 편안합니다 (외 4편) /안성덕
세검정으로 읽었네
쉰 고개를 넘으니 영락없이 당달봉사네
비데의 세정을 세검정으로 읽는 아침
거사를 끝낸 사내들이
피 묻은 칼을 씻었다는 자하문 밖
세검정에서 구린 항문을 씻네
물줄기를 리듬으로 할까
마사지로 맞출까, 고민을 하네
부엌의 무딘 칼날도 한 번 못 세워 주면서
그저 밑이나 씻고 있네
허나 바꾸어 생각하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닌 성도 싶네, 글쎄
엄동에 똥도 안 묻힌 손은 왜 씻어?
경마 잡히듯 따끈따끈 달궈진 변기를 타고 앉아
똥끝 타던 어제를 깨끗이 비우네 구린
똥구멍을 씻네, 괄약근 옴찔거리며
지그시 눈을 감는 이 맛이야……
아무나 알려구 아암
속, 편안합니다
뻥을 치다
두리번거리던 김 중사
참호 속에 수류탄 한 방을 까 넣는다
펑, 강냉이 파편이 어지럽게 튀고
포연이 낭자하다
팔팔개소주집 흑염소영감 움찔
빈 입을 오물거린다
그의 자동화기가 불을 뿜는다
베트콩 잡던 얘기는 이미 다 아는 레퍼토리
그가 잡은 베트콩이 족히 일백은 넘는다는 걸
시장통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부비추랩에 오른쪽 다리를 날리기 전
그의 용감무쌍을
어슬렁거리던 검둥개가 저만치 물러선다
귀에 딱지가 앉은 그 뻔한 뻥치는 소리를
큼큼거리던 하릴없는 오후가
한 움큼 주전부리한다
두 눈 부릅뜨고 정글을 누볐다는 그
한눈 팔지 않고 튀밥을 튀긴다
고엽제에 비늘도 빠져버린 이무기 한 마리
삼례 오일장에서 뻥을 친다
잔당을 섬멸한다 펑 펑,
개소주집 안마당에 수국 벙근다
뽕짝 메들리
자귀 꽃잎이 대책 없이 붉던 밤이었어 뽕짝리듬에 몇 순배 마이크가 돌아가던 지하노래방 겨우 시다 딱지를 뗀 통박기 나의 노래는 가문 인천강처럼 금세 바닥을 드러내었지만 수소달이 소매달이 언니들의 레파토리는 풀려도풀려도 끝이 없는 실꾸리 같았어 메들리로 풀어지는 카우스달이 허리이본 언니들의 레파토리는 한도 끝도 없었더랬어 머리에 얹은 실밥이 희끗희끗 그대로 세월이 되어버린 언니들은 지겹지도 않은지 실패도 없는 노래꾸리를 자꾸만, 자꾸만 풀어내었어 점 하나에 울고 웃으며 남이 된 님이 보고 싶어 솔기도 없는 목청을 돋웠어 끝도 없이 이어지던 그 뽕짝 메들리가 하루에도 열두 시간씩 미싱 소리보다 크게 라디오 볼륨을 올리기 때문이라고는 차마 생각지도 못한 채 늦도록 끝나지 않는 야유회가 지겨웠어 걸신들린 언니들의 노래보단 눅눅한 곰팡내가 정말 지겨웠단 말야
태양초 말리기
길가에 샐비어 붉다
천장 격자무늬 속에 담배연기만 뿜어넣던 휴일 오후
관촌 오일장 세물 생고추 사러 갔다
고추장도 담가야 하고 김장도 해야 하고
매운 아내 등쌀에 달고 맵고 실한
태양초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사나흘 쨍하게 말려야 하는데
희나리가 나면 어쩐다,
말복에 보일러를 돌리고 얇게 펴 널었다
안방에 갇혀 찜질방이 따로 없다
후끈 아내 몸이 달아오르고
밤이 깊도록 맨몸뚱이 훔쳐보던 놈들
때깔 더욱 곱다
화냥년 같은 칸나 붉던 날
물기 걷힌 옥상에서 꼬들꼬들 말라 간다
아내 얼굴 잘 마른 태양초 같다
올 겨울 맛있게 맵겠다
저승사자를 따라가다
산신령님 이름이 뭐죠, 부음을 접하고 달려간 산악회원의 상가 영안실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카페에서 우린 닉넴으로 통했으니까요. 누군가 핸폰으로 산신령님의 실명을 알아냈죠. 갹출한 부의금을 넣고 막 돌아서려는데 접수처 청년 방명록에 서명을 부탁하더라고요. 김만수, 평소대로 써넣으려다 가만 생각해 보니 글쎄 상주가 우릴 무슨 수로 알아보겠어요. 그래요. 고심 끝에 솔낭구, 뒤이어 고갤 끄덕이던 산꼭대기님도 닉넴을 써넣습디다. 접수처 청년 표정 참 묘해지더구만요. 일행이 선녀와 나무꾼, 이라고 계속 써넣자, 딱 뭐 씹은 얼굴을 하더라니까요. 민망하긴 우리도 매한가지였지요. 화톳불이 그렇게 화끈거리는 줄 미처 몰랐다니까요. 쥐구멍에 그냥 대가리 콱 처박고 싶은데 일행 중 하나가 자꾸만 머뭇거립니다. 누군가 거듭 채근을 해대고, 마지못해 개미만한 글씨로 에헤라디아, 라고 써넣는 순간 마지막 남은 회원 글쎄 총알처럼 뛰쳐나갑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들은, 저승사자님 같이 가요.
쪽팔려 딱 죽고 싶더라고요.
안성덕 1955년 전북 정읍 출생. 가톨릭문우회 회원. 현재 전주 한국전력 근무.
■제10회 〈시인세계〉신인작품 심사평
●시 읽기의 즐거움 / 김종해
《시인세계》 이번 신인작품 공모엔 온라인 응모가 62명, 메일과 우편 응모가 81명, 총 143명이 투고했으며 작품 편수로는 1800여 편으로 많은 응모작이 투고되었다. 김중식 시인의 마지막 예심 명단에 오른 사람은 그 가운데 19명이었다.(별도의 명단 참고) 예심을 거쳐 마지막 최종심까지 남은 사람과 작품은 강민주의 「꽃을 바라보는 법」(외 9편), 한성희의 「링거플러그」(외 11편), 최성익의 「금」(외 8편), 유성애의 「조용한 가족」(외 9편), 안성덕의 「속, 편안합니다」(외 10편)이다.
다섯 사람 모두 예비시인으로서의 가능성과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신문사가 주최하는 '신춘문예' 당선작은 단 한 편의 뛰어난 작품을 뽑지만, 《시인세계》 신인상 공모 당선작은 '다섯 편 모두 당선작'의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두세 편의 뛰어난 작품이 있다 하더라도 나머지 작품의 편차가 심할 경우 탈락하지 않을 수 없다.
최성익의 「금」과 유성애의 「장미의 자살」이 선자들 사이에서 좋은 시로 논의되었다. 또 강민주의 「꽃을 바라보는 법」과 한성희의 「링거플러그」가 당선권에서 논의되었으나 '다섯 편의 당선작'을 뽑을 경우, 그것에 미흡했다는 평가였다.
선자 개인의 입장에서는 강민주의 「꽃을 바라보는 법」과 「나침반」, 「전갈좌」 등의 작품이 오랫동안 나의 시선을 붙들었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당선 시인으로 뽑힌 안성덕의 시들은 평이함 속에 시의 재미와 즐거움이 들어 있다. 또 신인답지 않게 시의 화법 운용이 노련하다. 소외된 삶의 정서를 탄력 있는 서사로 희화화, 희극화함으로써 시의 활력과 재미를 배가시킨다. 누구나 간과하기 쉬운 삶의 틈새를 예리하게 잡아내어 시화하는 솜씨도 만만치 않다.
"달궈진 변기를 타고 앉아" 지그시 눈을 감고 "괄약근 옴찔거리며" 변을 보는 「속, 편안합니다」는 호젓한 웃음마저 유발시킨다. 시의 언어가 항상 함축적이거나 복합적인 긴장관계에 있지 않고, 의도적으로 자기 품격을 낮추거나 해체시켜 떠들어 보이는 것은 시 읽기의 한 즐거움이기도 하다.
안성덕의 「저승사자를 따라가다」와 같은 시는 시의 희화화, 희극화의 재미를 보여준 작품이다. 상가 영안실에 문상하러 간 산악회 회원들의 닉네임 때문에 펼쳐지는 시의 개그쇼― 시의 새로운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노련한 시의 화법이 즐겁고 유쾌하기까지 하다.
새로운 시인의 시의 영역을 주목하고 싶다.
●울림이 있고 웃음을 주는 시 / 강은교
예심에서 본심으로 넘어온 작품들을 심사위원들이 돌려가며 열심히 읽은 결과 대부분의 작품들이 모두 나름대로 독창적인 언어의 담금질들을 보여주곤 있었으나 그 이미지들이 작위적이어서 진정성이 문제가 되었으며 어떤 시들은 그 이미지가 너무 폭력적이기까지 하여 읽고 있는 심사위원의 눈을 찌푸리게 할 정도였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 할지라도 그 현란성은 오히려 시를 산만하게 하고 있었다. 아나모르포즈(anamorphose)를 지나치게 실천하고 있다고 할까. anamorphose는 사물의 피상적인 외양 너머에 숨겨져 있는 새로운 모습을 드러나게 하는 현대시의 중요한 기법이 되긴 하나, 그것이 잘 실천될 경우에는 대상 너머에 숨어 있는 생각도 못한 '울림'이 울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응모시들은 지나치게 그 기술을 사용한 결과 오히려 작위성과 산만성을 드러내기만 할 뿐 시적 울림이 없었다. 그 옛날의 시론, '이규보의 신의론(新意論)'이 새삼 생각날 정도였다.
그러한 시의 숲길을 거쳐 최종으로 남은 작품은 「금」외 8편, 「꽃을 바라보는 법」외 9편, 「링거 플러그」외 11편, 「조용한 가족」외 9편, 「속, 편안합니다」외 10편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이 시들을 보다 심도 깊게 토의하며 재삼, 재사 돌려가며 읽었다. 그 결과 이 중 「금」외 8편, 「링거 플러그」외 11편의 시들은, 그 중 몇 편은 그 언어를 다루는 솜씨, 그리하여 '울림'을 마련하는 솜씨 등이 상당한 수준에 있었으나 대체로 그 시적 수준이 고르지 않아 대상으로 뽑기에는 적당치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였으며, 「꽃을 바라보는 법」외 10편은 그 시적 구성이 만만치는 않았으나 언어와 필연성과의 관계, 울림과 시적 메시지와의 관계, 성찰성 등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두 시인의 시편들은 「조용한 가족」외 9편, 「속, 편안합니다」외 10편이었다. 이 중 그 알레고리성이 뛰어나며 여운 내지는 울림이 있고, 전편의 시적 수준이 고를 뿐 아니라 읽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유발하게까지 만드는 「속, 편안합니다」외 10편을 대상작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시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자신만의 그 '틀'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이다. 문운을 바란다. 그러나 나머지 네 시인도 언젠가는 문단에서 만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정진하시기를 빈다.
●삶의 체취가 묻어나는 시 / 이숭원
예선에 통과되어 올라온 19명의 응모작 중 최종적으로 5명의 작품을 놓고 진지하게 논의를 하였다. 그 작품들은 일정한 수준 이상을 유지하면서 다른 개성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서 우열을 논하기가 쉽지 않았다. 최종 당선작을 추천하기 위한 내 나름의 기준을 정할 수밖에 없었다. 신인다운 신선함이 있어야 할 것, 손끝의 재주로 만들어진 작품보다는 삶의 체취가 담긴 작품일 것, 응모작 중 5편 이상이 고른 수준을 보일 것 등을 내 나름의 기준으로 삼고 작품을 정독하였다.
최성익의 작품은 간결한 심상과 새로운 감각이 돋보여서 「금」,「별」등의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긴장이 풀어져 시어의 집중력이 유지되지 않았다. 유성애의 작품은 대상을 보는 시선이 날카로우면서도 절제의 미학이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시어의 리듬을 살리려는 태도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몇 편 작품의 상투적인 결말이 못내 아쉬웠다. 강민주의 작품은 독특한 관능적 감각으로 눈길을 끌었다. 다양한 심상과 기법은 야전을 많이 치른 노련한 병사의 기량을 떠올리게 했다. 그 능란함이 오히려 의도된 미학 같다는 느낌이 들어 당선작으로 미는 것을 머뭇거리게 했다. 한성희의 작품은 침착하고 냉정한 시선, 점착력 있는 시어 구사, 다양한 형식 등 좋은 덕목을 고루 갖추고 있다. 그러나 '링거 플러그'. '유빙', '안식각' 등 낯선 어휘의 제목들이 체험보다는 관념으로 시를 제작한다는 인상을 주었다.
안성덕의 작품은 자신의 구체적인 체험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어서 다른 작품들과 한눈에 구별되는 차별성을 보인다. 응모작들이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웃음 속에 삶의 애환을 담아내는 활달한 어법이 인상적이다. 심각한 포즈의 시만 읽다가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시를 대하니 시 읽는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시어와 형식의 탐구에 집중하면 더 좋은 시를 쓰게 될 것이다. 안성덕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정하는 데 심사위원 모두가 아무 이견 없이 일치를 보인 것도 기쁜 일이다.
당선자에게 축하와 격려를 보내며 시의 길에 들어선 모든 투고자들에게도 좋은 결실이 있기를 빈다.
신인작품 공모 당선 취소 소견서
제10회 《시인세계》신인작품 공모 당선작 발표가 난 지 얼마 안 되어 한 독자로부터 당선시인 안성덕의 「저승사자를 따라가다」가 인터넷 블로그에 나도는 「어느 인터넷 동호회 장례식장 얘기」의 개작 혹은 차용임을 알리는 메일이 전송되었다. 두 문건을 검토해 본 결과 안성덕의 「저승사자를 따라가다」가 인터넷 블로그에 나도는 이야기의 차용적 개작임을 확인하게 되었다. 우리가 안성덕의 응모작 11편 중 이 작품을 당선작 5편의 하나로 뽑은 것은 이 작품이 지닌 발상의 신선함과 상황의 기발함, 시어 선택의 해학성 때문이었는데 그 연원이 기존의 공표된 언술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작품의 독창성에 중대한 손상이 가해지는 것이다.
응모자는 그러한 작품은 이 한 편뿐이며 블로그에 유포된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시로 재구성한 것이고 그러한 사실을 각주로 밝히지 못한 점이 실수라고 해명하였지만, 우리들은 그러한 해명이 신인상 당선작이 생명처럼 지켜야 할 독창성이 유실된 점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물론 시인이 시를 쓸 때는 이미 알려진 설화나 사건을 바탕으로 시를 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자신의 언어와 상상력으로 소재를 변용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예술 행위다. 그것은 자신의 새로운 문법으로 새로운 정신을 열어가는 일이다. 거침없이 종횡하는 인터넷 정보의 홍수 속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언어가 난무하는 요즈음 이러한 창작의 기본 정신이 흐려지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응모자의 다른 작품이 모두 개성이 뚜렷하고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우리 심사위원들은 고심 끝에 당선 취소의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미래의 가능성을 지닌 시인을 천거하는 일보다 창작의 정도가 무엇인지를 알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일로 파문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리며 이 일이 하나의 경종이 되어 다시는 이런 일이 재연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2007년 8월 23일
심사위원 - 김종해,강은교,이숭원
https://naver.me/5JpU8x8h
어느 인터넷 동호회 회원의 장례식장에서 생긴 일....
작성일2007.08.25. 21:41
얼마 전, 내가 자주가는 동호회의 회원 한 분이 모친상을 당했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엔 자주 안 나가지만 조문이라면 상황이 다릅니다.
면식있는 회원에게 연락하고 장례식장 앞에서 회원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영안실을 찾다가 상당히 난처한 일을 겪게 되었습니다.
"근데 산꼭대기님 원래 이름이 뭐야?"
"..................????????"
그렇습니다.
달랑 닉네임만 알고 있는데 막상 영안실은 실명으로 표시되어 있어
초상집을 찾지 못하는 일이 생긴 것이었습니다
전화를 해서야 이름을 알게 되었고 빈소를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부조금은 따로 걷어서 봉투에 담았는데...
안내를 맡은 청년이 방명록에 이름을 적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너댓명이 와서 머뭇거리다 그냥 가면 더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펜을 들어 이름을 적으려다 보니 본명으로 쓰면
상주인 회원이 나중에 어떻게 알겠습니까?
늘부르던 호칭으로 적어야 누가 다녀갔는지 알겠지요...
그래서, 자신있게 닉네임으로 썼습니다.
'시라소니'
뒤에있는 회원도 내 의도를 파악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곤 자신의 닉네임을 썼습니다.
'아무개'
이회원의 닉네임은 아무개입니다.
데스크에서 안내를 하던 젊은 청년이 난감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다른회원도 닉네임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회원의 닉네임은 거북이 왕자였습니다.
안내를 하던 청년은 이제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는 민망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방명록에 이름을 적는 우리 일행도 민망하기는 마찬가였습니다.
얼른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아직 이름을 적지 못한, 뒤에 있는 회원분을 다그쳐, 빨리 쓰라했더니 이 회원은 계속
머뭇거리고 있었습니다.
이 회원의 닉네임은 "에헤라디야"였습니다.
빨리 쓰라고 다그쳤지만 차마 펜을 들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아. 빨리 쓰고 갑시다. 쪽팔려 죽겠어요."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에헤라디야"라고 쓰겠습니까?
그래도 얼른 가자니까...
결국 에헤라디야 회원님은 다른 회원들보다 작은 글씨로 조그맣게 '에헤라디야'
라고 썼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마지막 남은 회원이 자리를 박차고 영안실을 뛰쳐나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얼른 자리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모두 큰 소리로 그를 불렀습니다.
"저승사자님 어디 가세요?"
"..............."
주변이 썰렁해졌습니다.
결국 우리 일행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장례식장을 빠져나와야 했습니다